감소세 이어지는 유통마진율, 업체간 출혈경쟁 등 과제 산적

조선혜 회장과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조선혜 회장과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조선혜 현 회장이 중임됐다. 차기 회장 입후보자 등록 마감일이었던 지난 6일까지 조선혜 현 회장 외 등록자가 없었던데 따른 것이다. 그런데 조선혜 회장의 두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 안팎이 매우 어려운 까닭이다. 

첫째, 아래 표를 보면 일반종합도매업체(이하 '종합도매'라 함)가 매년 평균 200여 곳씩 증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에는 무려 277곳 늘어난 2616곳이나 됐다. 우리나라보다 의약품 시장규모가 4~5배 더 큰 일본의 경우, 의약품유통업체 수가 계속 감소되면서 2018년에는 61곳에 불과했다. 1974년에는 797곳이나 존재했다.(藥事ハンドブック2020 332쪽, 藥事ハンドブック1976 132쪽, じほう社). 

종합도매가 매년 200곳 이상씩 불어나도 되는 것일까. 업체 초과밀 상태는 극열한 경쟁을 유발시키는 도매유통업계의 만병의 근원이자 시한폭탄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유통협회 중앙회나 지회의 정강 정책들을 보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이 과제를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유통협회는 이 과제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

둘째, 유통협회 회원 상황을 보면 2019년 정회원이 540곳이었다.  정회원은 정관에 따라 종합도매만 가입할 수 있다. 수입·시약 및 원료도매업체는 준회원, 제약도매업체(도매상 허가를 받은 제약사)는 특별회원이 될 수 있다.

2019년 종합도매 총수가 2616곳으로 파악됐으므로(표1), 종합도매의 유통협회 회원 가입률은 불과 20.6%(540÷2616×100)에 지나지 않는다. 10곳 중 2곳만이 유통협회에 가입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과제를 유통협회가 모르는 체해서는 안 된다.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협회 회원 가입률이 적어도 과반(50%)은 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에 유통협회의 대표성에 물음표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셋째,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다음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대형과 소형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2019년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되는 대형 도매유통업체는 71곳으로, 전체 유통업체 2888곳 중 2.5%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매출액은 23조4550억 원으로 업계 전체 매출액 39조7814억 원의 59.0%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에는 55%였다. 2년 만에 매출액 비중이 4% 늘어났다.

반면 매출액 50억 원 미만 소형 도매유통업체들은 2048곳으로 전체 2888곳 중 70.9%나 됐지만, 이들 매출액은 3조3016억 원으로 전체 39조7814억 원의 8.3%에 불과했다. 업체 수 비중은 2017년 68.4%에서 2019년 70.9%로 2.5% 확대됐다.

대형업체당 평균 매출액을 보면 2017년 3091억 원에서 2019년 3304억 원으로 증가됐지만, 소형업체들의 평균 매출액은 2017년 17억 원에서 2019년 16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됐다.

유통협회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 절대 다수의 '빈익빈'상태 심화 핵심 원인으로 분석되는 '창고면적기준(진입규제) 완화'를 주도한 장본인이 유통협회이기 때문이다. 결자해지해야 한다.

유통협회의 다산(多産)정책(▷창고면적 폐지 또는 대폭 완화 ▷물류 위·수탁 등)으로 이미 태어났거나(신생 도매유통업체) 앞으로도 계속 무수히 새롭게 탄생될 유통업체들이 기존 유통업체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나갈 수 있도록 유통협회는 인큐베이터(incubator)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본다. 예컨대 소형(틈새 및 전문영역)과 대형(전체적·보편적 영역)이 상생할 수 있도록 협업(collaboration, 컬래버레이션) 방안을 찾아내 실천하는 일 등이 될것이다. 

유통협회가 업체들을 수없이 많이 태어나게 했으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협회가 할 일이다.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넷째, 유통협회는 '유통마진율 개선 문제'를 숙원 과제로 보고 있다. 매년 유통협회 주요 정책이나, 3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시즌의 중앙회와 지회 회장 입후보자들의 선거 공약은 하나같이 유통마진율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유통마진율은 유통협회 기대와 달리 갈수록 감소 추세다. 히트뉴스 자료를 보면 근자 2017년 6.4%에서 2019년 6.2%선까지 떨어져 앞으로 5%대 진입도 예상 가능하다. 

왜, 유통마진율 개선 과제가 풀리지 않고 미궁에 빠져 있는지 그 원인을 유통협회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유통마진율 정책의 시발점인 '유통마진율은 곧 매출액총이익률이다'라는 개념이 틀리지 않고 과연 타당한 것인지를 비롯해 ▲유통마진율은 업체마다 모두 다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도매유통마진율과 K-CSO의 수수료는 왜 아주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지 ▲유통마진율 개선 협상 주체가 '유통협회와 제약사(수입사)'가 되는 것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정리·검토해 가며, 심지어 유통마진율 정책의 성립여부까지도 연구대상에 포함해 허심탄회하게 돌아봐야 한다. 

다섯째, 아직까지 병원 의약품 입찰시장 난맥상은 개선될 기미가 전혀 없다. 입찰질서 확립이라는 과제는 다수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므로 강력한 경쟁 제한 조치가 제일 바람직한 대책이 되겠지만, 유통협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그렇다고 약값이 낮을수록 국민에게 유리한 국민건강보험 운영 주체자인 국가 당국에 의약품 입찰에 대한 경쟁제한 조치를 바라는 것은 부질없는 일로 보인다.

유통협회는 어떻게 해야 최소한 출혈 경쟁이라도 막아질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의료기관 직영도매 문제를 비롯해 ▷불용재고 반품 문제 ▷카드 결제 문제 ▷콜드체인 운영 문제 등도 숙제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차기 회장으로 중임되는 조선혜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한 환경이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