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업과 만나다|
기업에 있어 본 홍기종 건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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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가 프로토콜 만들어 달라거나 논문만 읽어선 곤란
박사라면 적어도 팀을 이끌 정도의 역량을 갖춰야 하죠

  릴레이 기획   대학, 기업과 만나다 ②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신약개발을 위한 인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성장하고 있는 만큼 대학 역시 최근 신약개발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히트뉴스는 릴레이 기획 [대학, 기업과 만나다]을 통해 대학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전한다. 이를 통해 K-제약바이오의 산학협력이 올바르게 자리잡기를 소망하면서.

 

"기업이 보다 명확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파악해야 합니다. 기업들도 명확한 기준없이, 좋은 인재만 기다리고 있어선 안되죠."

신약개발 기업들은 자본의 움직임으로 늘고, 이 기업을 이끌어 나갈 인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늘 따라온다. 한국식 도제교육으로 인해 능동적으로 연구 경험을 쌓지 못한 석박사 인력이 벤처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결국 두 문제 모두 '사람'에서 비롯되는데,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막막하기만 하다.

홍기종 건국대학교 교수는 이런 막막한 문제에 명쾌하게 답을 해 줄 수 있는 국내에 몇 안 되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학자다. 홍 교수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에서 보건연구관으로 일했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인터파크바이오를 비롯한 다양한 산업체 경험을 갖추고 있다. 현재는 건국대학교에서 일본뇌염과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홍 교수를 만나 바이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히트뉴스는 홍 교수를 만나 바이오 생태계 발전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인력을 양성할 수 있을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산업계로 나온 이유가 궁금해요.

"질병관리청(질본)에서 제가 할 수 있던 일을 모두 했다고 생각했어요. 2007년 겨울, 미국서 들어와 질본에 들어갔어요. 2009년 겨울 신종플루가 터지면서 진단, 백신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신종플루범부처연구개발사업단'을 기획하는 역할을 맡았어요. 이를 통해 메르스와 같은 다른 감염병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싶었어요. 물론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고,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국가기관보다 기업으로 나와 새로운 신약개발 플랫폼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컸죠.

대한민국에서 신약개발을 한다는 것에 의구심이 들기도 했어요. 당시 파스퇴르 연구소가 고속 대량 검색기술(HTS)을 매우 잘 수행하는 연구기관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부서장으로 일하며, 직접 신약개발을 꿈꿨죠. 이후 에이티젠에서 상장 경험도 해 봤습니다."

 

학교로 자리를 옮기셨네요.

"기업은 (실현)되지 않는 것은 멈출 줄 알아야 합니다. 학교처럼 실현되지 않을 것을 붙잡고, 국가 연구비를 낭비해 선 안되는 곳이죠. 때문에 학교, 연구소, 기업 중 가장 전문적이면서 일하기 힘든 곳이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은 결국 자본과 직결되는 곳이죠. 자본에 따라 움직이는 건 그만하고 싶었습니다."

 

학교, 연구소, 기업의 연구는 어떻게 다를까요?

"우리나라 전자 산업을 한번 생각해 보죠. 우리나라 전자 산업을 발전시킨 주체는 삼성(기업)입니다. 서울대학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삼성만큼 높은 기술력을 갖추긴 어렵죠. 삼성이 이들보다 더 많은 인력, 기술, 자본을 갖추고 있죠.

바이오 산업 상황은 어떤가요? 과연 기업에 학교나 연구소보다 더 월등한 전문가를 갖추고 있나요? 미국이나 유럽은 충분히 이런 구조를 갖추고 있죠. 하버드와 스탠퍼드 연구원보다 GSK와 사노피 파스퇴르 연구원이 훨씬 더 전문성(expertise)을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 산업계에는 아직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비합리적인 장벽도 너무 많고, 전문성이 없이 늘 새로운 것만 찾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유럽은 전문성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산업계와 학계 간 교류가 활발하죠."

 

비합리적인 장벽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는 거죠?

"연구와 개발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 하고 있는 현실이죠. 여기서 말하는 구분은 별개의 의미는 아닙니다. 당연히 연구와 개발은 연속 선상에 있습니다. 다만 연구와 개발은 각각 다른 역할과 방향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죠. 제가 생각하는 연구와 개발은 이렇습니다.

연구는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지, 좋은 것은 찾는 것이 아니며 ▷모두 증명할 필요는 없고, 지속해 나가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며 증명해 줄 수 있고 ▷좀 틀리더라도 논리가 맞으면, 사람들이 이를 가지고 논의를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벨상을 받은 연구자도 틀릴 수 있는 게 연구입니다.

개발은 연구가 선행돼야 할 수 있습니다. 개발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실현)되는 것이며 ▷남들과 논의하지 않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 자신들이 개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술이전 모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개발은 자신들이 직접 하거나, 경우에 따라 기술이전 등을 통해 상대에게 대가를 받고 넘겨야 합니다. 서로 논의를 해가며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최근엔 학교에서 개발을 할 수도 있고, 기업에서 새로운 연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인 연구와 개발 중 무엇을 할지 명확히 방향성을 세워야 합니다. 개발을 하겠다는 목표로 가지고, 석사 논문 수준의 연구로 아이템만 늘어 놓아선 안됩니다."

 

연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관련 조언을 많이 해 주시나요?

"이제 건대에 합류해 연구를 한지 1년이라, 아직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 했습니다. 다만 틈이 날 때마다 여러방향으로 생각을 해 봐야 한다고 조언은 하죠. 학교에 남는 것, 취업, 다음 단계의 공부 등에 대해서요. 당장 결정하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석사 혹은 박사 과정을 마친 친구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할지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겠죠.

적어도 석사를 마치면 전문성(expertise)을, 박사를 마치면 전문성과 함께 본인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연구 철학이 없다면, 굳이 박사까지 마칠 필요도 없겠죠. 적어도 석사를 마친 친구가 실험 프로토콜을 보고 헤매는 행동을 해선 안 되겠죠. 또 박사를 마치면 연구와 개발의 차이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자신만의 연구 철학을 가져야 겠죠."

 

벤처에 취업하고 싶다고 찾아온 학생에겐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나요?

"'어떻게 살고 싶은가요?'라고 묻고 싶어요. 이는 비단 벤처 취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연구실 등 취업 전에 꼭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이거든요. 전 서울대 석사 1학년부터 만약 제 연구실이 생기면 어떻게 운영할지 생각해 봤거든요. 물론 아직 제 연구실에서 훌륭한 제자를 배출하진 못 했지만요.(웃음)

벤처의 경우 특히 대기업보다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죠. 대기업은 복지도 좋고, 혹 대기업에서 실패를 해도 넥스트가 보장되죠. 반면 벤처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해요. 물론 노력만큼 더 큰 이익(benefit)을 취할 수도 있고요. 벤처만 놓고 보더라도, 제가 경험한 규모가 있는 연구소와 작은 규모 벤처 사정은 또 많이 다릅니다. 남아있는 연구원만 보더라도 큰 규모 벤처 쪽이 훨씬 많으니깐요."

 

왜 큰 규모 연구소에 더 많은 연구원이 남아 있을까요?

"누구를 탓 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학생들이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 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바이오 분야 전문가로서 자신이 꿈꾸고 있는 틀(typical form)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자신이 학자(academy), 개발자(developer), 제너럴리스트 중 어떤 모습을 취할지 고민해야 봐야 합니다. 또 굳이 무역이나 금융이 아닌 바이오를 선택한 이유도 명확해야 합니다.

이런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에 벤처와 대기업 사이에서 방향성을 못 잡는 것 같습니다.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물론 단계를 올라가면서 제대로 된 전문성을 쌓는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 생태계에서는 사람이 부족해서 전문성이 없는 사람조차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아무런 전문성과 철학도 갖추지 못 한 채, 타인에게 등 떠밀려 얻은 학위만 갖고 전문가라고 말하는 현실은 안타깝습니다."

 

저 역시 대학을 선택할 때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생각보다 점수에 맞춰 학과를 정했던 것 같아요.

"저도 학력고사 세대이니 비슷하죠. 우리나라 교육 방식의 문제가 지나치게 틀에 갇혀 있다는 것이죠. 모든 게 일정한 틀이 있어요. 반면 이스라엘 교육 방식은 좀 달라요. 그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곧바로 대학을 가지 않아요. 아르바이트도 하고, 군대도 가고, 간단한 회사 생활도 해봐요. 그 이후에 공부를 하고 싶으면 대학에 가죠.

이스라엘 학생들이 공부를 시작 할 때 두 가지는 확실해요. 정말 해당 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과 이 학문을 통해 자신들의 인생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하죠. 우리나라보다 앞서 학문과 사회구조를 이끌었던 국가들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교육을 하죠."

 

기업은 늘고 있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늘 나와요.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까요?

"기업이 명확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를 파악하고, 학교에 제시해야 합니다. 오랫동안 바이오 인력 마켓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수요 중심으로 흘러갔습니다. 특히 바이오는 다른 분야와 비교해 불분명한 부분이 많습니다. 기업이 직급, 구성, 기관 별로 인력을 뽑는 기준과 필수조건을 세워야 합니다. 그동안 기업에서 교수가 추천해 주는 인력을 별다른 기준 없이 채용한 탓도 큽니다. 

저 역시 기업에서 연구소장을 할 당시 좋은 인재라고 많은 추천을 받았지만, 잘 와닿지 않는 친구도 꽤 있었습니다. 실제로 우리 연구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거든요. 에이티젠에 있을 당시는 한국폴리텍대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주로 뽑았습니다. 이 친구들은 적어도 PCR, 웨스턴 블롯(western blot) 등 실험기술은 능숙하게 갖춰져 있었거든요. 앞서 말했듯 박사를 마친 친구라면 적어도 팀을 이끌 정도의 역량은 갖춰야 합니다. 석사를 마친 친구가 프로토콜을 만들어 달라고 하거나, 논문만 읽고 있어선 안 되죠."

 

홍기종 교수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권재열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와 권성훈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님을 히트뉴스에서 뵙고 싶어요. 권재열 교수님은 미국국립보건연구원(NIH)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 기관에서 약 15년 동안 미국에서 연구 경험을 쌓았고, 벤처 경험과 함께 현재 LG 동기들과 융합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NIH 한인지부 과학회 회장을 역임했거든요. 권성훈 교수님은 제가 알고 있는 연구자 중 매우 훌륭한 분이세요. 미국에서 경험했고, 이미 서울대에서 석좌교수이고, 자신의 회사가 3개이며, 삼성과 협업 하고 있습니다. 현재 공대 기술을 이용해 결핵 등 감염병 진단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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