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약사회 정치의 계절과 '선거 돈 거래자 징계 경감'

누가 보더라도, 어떻게 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장면일 뿐이다. 대한약사회가 앞장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했던 회원들의 징계를, 그 효과를 내기도 전에 대한약사회가 다시 경감시키겠다고 나선 '정치색 짙은 움직임'이 2018년 약사회 선거와 맞물려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를 눈 앞에 두지 않았다면, 정치적 갈등 해소와 화합이라는 그럴싸한 말들에 가려 넘어갈 수도 있었던 '약사 회무'가 크게 비판 받고 있는 것은 약사회가 '정치의 계절'을 맞은 때문이다.

2017년 12월 14일 대한약사회 상임이사회는 "2012년 11월 서울시약사회장 선거 과정에서 김종환 현 서울시약사회장이 경쟁 상대였던 최두주 씨에게 3000만원을 제공했다"며 두 당사자에게 선거권 및 피선거권 2년 자격 박탈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와 함께 돈 거래에 연루된 문재빈 현 대한약사회 총회의장과 서국진 윤리위원도 선거권 및 피선거권 1년을 박탈했다. 2018년 대한약사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김종환씨는 발이 묶이자,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패소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방관자가 됐다. 그런가 싶더니 약사회가 징계 경감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이것이 그에겐 진정한 기회일까?

맥락이 이러할진데 대한약사회가 별다른 명분이나 이유없이 유턴을 하려하니 의혹이 제기되고, 논란이 생기며, 비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먼저 제기되는 의혹과 비판은 조찬휘 현 대한약사회장의 약사회 선거 개입설이다. 선거가 김대업 약사(성균관대)와 최광훈 약사(중앙대)간 양자 대결 모양새로 흐르자 '김종환 변수'를 던져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퇴임후 안전판'을 만들려하는 것 아니냐는 시나리오다. 같은 중앙대 출신이지만 자신에게 비판적인 최광훈은 마음에 들지 않고, 38대 선거에서 맞붙었던 김대업은 본능적으로 꺼려지기 때문이라고 주변은 보고 있다. '최근 조찬휘 회장과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이 말이 통하기 시작한 것같다'는 이야기도 무성하다. 이곳 저곳서 히든카드가 있다는 말도 떠 돌았다.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은 변수로 작동될까. 회피할 수 없는 출신학교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유감이나 어쩔 수 없다. 성균관대 선후배인 김종환 VS 김대업 구도는 선거판을 바꿀 수 있다. 동문회가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때 김종환이 이길 수도 있다. 약사회 주변에선 조찬휘 회장이 징계 대상자 경감을 추진하는 진정한 이유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만약 단일화가 되지 않아 3자 대결이 돼도 조찬휘 회장은 중앙대 동문인 문재빈, 서국진씨의 발을 풀어줌으로써 중앙대 내 영향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 최광훈을 길들일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은 여기서 나온다. '개인 조찬휘의 입장'으로만 보면 '징계대상자 경감은 그에게 새 공간을 열어줄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7만 약사들의 사단법인 대한약사회를 6년간 이끌고 있는 '회장으로서 조찬휘'라면 그래선 안된다. 11일 상임이사회에서 의결하지 못해 사실상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징계 경감안을 끝내 관철시키려 한다면  약사 사회는 물론 자신에게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징계 대상자들을 청문하며 징계로까지 이끌었던 신성숙 윤리위원장이 이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럴 생각 조금도 없다"고 그는 말했지만 끝까지 반대를 고수할 수 있을까. 그래서 윤리위원장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까. 그는 다시 이 문제를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해 상임이사회에 17일까지 보고해야 한다. 11일 상임이사회의 결론이었다.  

논란을 뜷고 실행했던 선거권과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징계는 아직 제대로 제재효과를 내지 못한 징계다. 선거가 없었으니 징계 대상자들이 제재를 받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다. 대한약사회장의 임무는 많지만 정관 수호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정관은 약사회 헌법이요, 실행법이다. 선거 돈 거래 징계도 정관에 따른 것이다. 징계는 문제 당사자들에겐 제재이고, 다른 이들에겐 경각심을 주는 시그널이다. 한데 정관수호자가 앞장서 정관의 정신을 무너트리면 약사사회의 기강은 무너지게 된다. 조찬휘 회장은 설득력 없는 징계 경감안을 폐기하고 공정한 선거관리자로 남아야 한다. 남은 약사회장의 할일은 그것이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