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이야기 꾼 심창구 명예교수 두 번째 수필집 내

한번이라도 그와 식사를 같이 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가 유머와 해학이 넘치는 매력적 인물이라는 데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뻔한 이야기조차 남다른 관점으로 파고들어 흥미로운 스토리로 연결해 좌중의 배꼽을 빼놓는 그는 타고난 '약업계 이야기 꾼'이다. 가히 고 홍문화 박사와 비견할만 하다.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두 번째 수필집 약창춘추 2(약업신문 刊)를 냈다. 2007년 11월25일부터 격주로 쓰기 시작한 칼럼이 245편이었는데 2013년 7월10일 정년퇴임 기념으로 그 때까지 쓴 100편을 모아 '약창춘추'를 냈다. "글을 쓰는 10년동안 심신은 노화 되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그의 글은 급히 혹은 짜내어 쓰여진 것들이 아니다.

약창춘추 2는 첫 수필집을 묶어 펴낸 후 다시 태어난 140여편을 가정, 교회, 학문, 역사, 여적으로 구분해 실었다. 이렇게 분류한 것을 그는 "삶의 정돈"이라고 했다.

1990년대 초반 약사공론 기자로 약학대학 연구실을 드나들 때 '심창구 부교수'는 나뭇가지 사이를 통과한 햇살이 얼굴을 비추는 벤치에 앉아 자주 약사공론을 읽었다. 대한약사회 기관지 약사공론을 꼼꼼히 읽음으로써 약업계와 약사 사회를 이해하려했던 매우 드문 교수였다. 약학 연구 논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쩔쩔매던 초보 기자에게 친절히 설명을 해 줬다.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신실한 고백이나, 장기근속과 신약개발, 식후 30분 유감 등 약제학자로서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 글들이나, 국내 최초 미국 유학 약대생 등 모두 알지 못했던 약학사를  그림처럼 보여주지만 단언컨대 압권은 동경대 유학생시절부터 관찰한 일본 문화의 이면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320쪽에 실린 '사람을 두려워하는 나라 일본-도시락과 쟁반'의 한 부분을 보자. "일본의 대중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하면, 종업원은 예외 없이 1인분씩 음식을 직사각형의 작은 쟁반에 담아와 쟁반째로 손님 식탁에 내려 놓는다. 그러면 주문한 사람은 쟁반에서 그릇을 꺼내지 않고 받은 모습 그대로 식사를 한다. 음식을 쟁반에서 꺼내 놓은 다음에야 식사를 하는 우리나라와는 딴판이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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