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불확실성 커져" vs "본질에 더 집중해야"

kahta, 'RSA 성과와 개선방안' 토론
경평면제 '특례입학'?...RSA 환급형은?

위험분담제도(RSA)는 우리사회에 어떤 의미인가? 이 제도는 2013년 12월 급성소아백혈병치료제 에볼트라주에 첫 적용됐고, 본격 도입된 건 2014년부터다. 히트뉴스는 지난 18일 서울대치대병원에서 열린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kahta) 정기학술대회 중 한 세션이었던 'RSA의 성과와 개선방안'을 집중 조명해봤다. 

심사평가원 분석결과=먼저 관련 자료를 리뷰해 보자. 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08~2013년 71%였던 전체 신약 급여평가율은 2014~2017년 8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항암제는 60%에서 74%, 희귀질환치료제는 76%에서 85%로 역시 급여율이 올라갔다. 여기서 2014~2017년 구간을 다시 2014~2015년, 2016~2017년으로 나눠서 보면, 전체 급여평가율은 82%에서 86%로 향상됐는데, 항암제의 경우 58%에서 90%로 상승폭이 월등히 높았다. 이른바 경제성평가면제 제도도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다른 자료를 보자. 제약사의 최초 신청 대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평가금액(RSA약제의 경우 실제가격 기준) 비율은 2014~2017년 전체 평균 144%, 항암제 162%, 희귀질환치료제 127%, 일반 142% 등으로 분석됐다. 항암제에 대한 제약사 희망가격이 다른 약제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지난해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이 기간동안 3상 조건부로 허가받은 항암제와 희귀의약품 수는 2014년 11개, 2015년 12개, 2016년 8개로 3년치 갯수(31개)가 이전 4년치(2010~2013년) 갯수(15개)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았다.

이에 대해 김국희 심사평가원 약제등재부장은 "갈수록 제약사 신청가격은 높아지고 (급여평가에서) 불확실성은 더 커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RSA와 경평면제 제도의 성과는 급여율 향상에 도움이 됐지만, 그만큼 급여영역에서 불확실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RSA 전문가의 평가와 고민점=이태진 서울대보건대학원 교수가 이날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위험분담제도의 개선방안' 자료를 보면, 이들 제도를 적용받아 등재된 약제는 총 31개였고, 2개가 계약이 종료돼 지난달 기준 29개가 유지되고 있다. RSA 환급형과 경평특례가 각각 13개로 주류를 이뤘다.

이태진 교수는 RSA 제도의 장점으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건강보험 재정영향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환자의 의료접근성을보장하는 급여결정이 가능(보험자)해졌고, 치료효과가 개선된 신약에 대한 접근성(환자)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적정약가 산정을 통해 합리적인 급여 적용이 가능해지고, 표시가격을 높게 유지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반면 약가제도 투명성 저하 가능성(이중가격 구조), 다른 약제의 비용효과성 평가에 미치는 영향 발생 가능성, 재평가 결과에 따른 비급여 전환 시 사회적 부담, 제약사와 보험자 간 정보 비대칭성 발생 가능성 등은 단점으로 제시했다.

이태진 교수는 그러면서 환급형 중심의 제도 운영에서 환급률은 적절한가, 약가투명성 문제는 없는가, 대상질환 확대는 필요한가, 대체 가능성 등에 대한 판단은 누가하나, 확대된 적응증이 RSA 대상이 아닌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경평특례 총액제한형 약제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4년 이후 재계약 여부는, 계약종료 약제 비급여 전환 대책은 등을 논쟁점으로 꼽았다.   

이런 고민은 심사평가원도 적지 않았다. 김국희 부장은 주제발표에서 RSA 개선 고려사항으로 재평가 관련(변동사항 위주의 평가/ 재평가 기간 한정), 위험분담 재평가와 급여여부 재평가 불일치, 협상결렬 등으로 급여삭제 시 기존 투여 환자보호 방안, 경평면제나 선별급여 등 다른 제도와 충돌 또는 중첩, 처음 등재된 약제의 시장독점 구조, 다양한 시각과 요구도 등을 꺼내놨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솔루션=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이태진 교수는 우선 RSA는 예외적 경로에 해당돼 대상질환을 확대하기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대신 반드시 필요한 경우 약평위가 건별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 규정도 '기타 약평위가 질환의 중증도, 사회적 영향, 기타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부가조건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는 경우' 건별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국희 부장의 언급대로라면 아직 이 기타 항목으로 검토된 약제는 없다. 이태진 교수는 또 계약유형에서 환급형이 많은 건 다른 나라 사례나 관리의 편의성 등을 고려할 때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환급률 상한규제도 불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재계약을 위한 평가과정에서 경제성평가 결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수 있고, 진료상 필수약제도 조건에 대한 약평위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급여기준 확대로 주 적응증이 바뀐 약제는 확대된 적응증이 암·희귀질환이 아니거나 대체약제가 있는 경우, 또 적응증 확대 당시에는 위험분담 대상이었지만 재평가 시점에서 해당 적응증에 대체약제가 존재하는 경우 등엔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고 했다.

이태진 교수의 이런 제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엇갈렸다.

암 전문의 의견은=김봉석 중앙보훈병원 진료부원장은 "RSA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분명 큰 역할을 했고, 제도도입 이후 등재율 향상과 급여기간 단축에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동등성이나 대체가능성 판단은 기본적으로 임상전문가가 해야 한다. 그런데 표적항암제 사례를 보면, EGFR를 표적으로 하는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반응율은 65%로 높지만 생존률은 평균 15% 수준인데 반해, 면역항암제는 반응율은 25%로 낮아도 반응이 있는 환자의 생존률은 80%로 월등히 높다. 이런 경우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 고민스런 부분"이라고 했다. 

또 "최근 개발된 카티셀이나 파티셀의 경우 한번만 투약하면 되는 데 해당 제약사는 효과가 없으면 비용을 받지 않지만 효과가 있다면 5억원이나 되는 고비용을 청구한다. 현재 소아암환자들이 이 신약을 쓰려고 미국으로 가고 있다"면서 "이런 약제를 급여권에서 어떻게 수용할 지 서둘러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약계 입장은=조영미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이사는 RSA 제도에 대해 다른 나라와 달리 유독 한국에서만 우려의 시선이 많다면서 인식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경우 RSA를 예외적 경로로 분류하고 있는데 영국이나 호주 등은 재정분담을 위한 일반적인 협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영국의 경우 RSA 약제의 34%가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가 아니고, 적응증 측면에서도 고지혈증이나 관절염 등 약 40%가 만성질환치료제가 이 제도를 적용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RSA가 급여평가에서 불투명성을 높이고 위험한 것처럼 인식되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더구나 우리가 가격을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해서 다른 나라의 약가가 투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과정과 절차의 투명성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대상질환을 구분없이 폭넓게 접근할 필요가 있고, 환급형의 경우 RSA에서 분리해서 운영하는 게 합당하다. 소모적 논쟁보다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와 환자단체 의견은=장선미 가천대약대 교수는 "이중약가 계약을 해서라도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재정부담을 줄일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식의 지나친 실용주의적인 접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동안 환자 접근성과 보장성 강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약제와 형평성 차원에서 암이나 희귀질환치료제로 제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만성질환 등으로 확대하는 건 무리"라고 했다. RSA 대상약제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다제내성결핵치료제 등 생명과 직결되는 다른 약제로 적용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발표 지적대로 환자보호방안 마련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안정훈 이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각 국가들이 다른 나라 약가를 참조해서 가격을 정하는 추세여서 RSA와 같이 제약사와 합의점을 찾아가는 방식의 제도가 늘어나는 것 같다"면서 "보건의료 자원배분이나 의사결정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전제로 하면 합리적인 의사결정만큼 중요한 게 제도를 더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측은 역시 신중론을 폈다. 송영진 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RSA의 긍정적 측면과 기여도는 대체로 동의가 이뤄지는 것 같다. 또 문제점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제도개선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상약제 확대의 경우 필요하다는 주장과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맞선다. 그래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있는지까지 신중히 검토하고 고려히 차분히 개선하려고 한다. 재평가 관련 부분도 이제 한 사이클이 끝난만큼 사례가 더 쌓인다음에 들여다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정시'냐 '특례입학'이냐=이날 토론에서는 RSA와 경평면제를 놓고 대학입학 전형 용어가 비유적인 표현으로 나와 참석자들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조영미 이사가 먼저 불을 당겼다. 그는 경평면제의 경우 선별목록제의 예외여서 '특례입학'으로 볼 수도 있지만, 환급형 RSA는 일반약제 등재절차를 다 거친, 다시 말해 '정시'를 마친 약제여서 RSA에서 분리해 일반 협상유형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진현 서울대간호대 교수는 매 토론자마다 '정시'와 '수시' 중 어느 쪽에 가까운 입장인지를 물어 다소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내곤 했다.

이태진 교수는 정리발언에서 "'정시'는 '정시'인데 가산점 특혜를 받은 게 아닌지, 환자 선택권 향상 측면에서는 좋지만 희망가격이 적정수준이었으면 경제성평가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닌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오늘 토론에서 아무도 비싼 가격에 대해 언급한 패널은 없었지만 약가가 왜 그렇게 비싸야 하는지, 약가가 적정하다면 일반적인 루트로 갈 수 있다는 점 등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국희 부장도 불확실성에 대한 자체 평가부분은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이런 불확실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지 다양하게 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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