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 x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창업 부트캠프 '바이오큐브(Bio-Cube)'

"CEO는 깃발을 꽂고, 목표를 향해 흔들림없이 가는 사람"
"VC와 투자 협상시 자기기술에 대한 지나친 자존심 금물"

#오전 10시. 찬 바람이 마스크 사이로 스며드는 11월의 토즈 강남컨퍼런스. 바이오벤처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연구자, 예비창업자, 벤처 직원들이 창업과 회사 운영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모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과 이승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가 참가자들에게 교육의 취지와 진행 순서를 소개했다. 이 부회장은 말했다.

"저 역시 창업 경험이 있고, 투자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시거나, 초기 창업자인 경우 자신들의 연구와 기술을 몇 장의 사업계획서에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 교육이 창업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11일부터 이틀간 토즈 강남컨퍼런스에서 바이오헬스케어 창업자들을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바이오헬스케어분야의 연구자들이 초기 회사 설립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실습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교육은 ▷아이스브레이킹 ▷기술과 비즈니스의 연결 ▷팀구성의 중요성 ▷사업개발 전략 ▷투자를 위한 피칭 기술로 짜였다. 11일 아이스브레이킹 과정은 참가자들이 서로 관심 분야를 이해하고, 초기 창업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업소개(IR)와 팀 꾸리는 방법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이어 기술과 비즈니스의 연결이 이뤄지는 시간에는 시장 관점으로 기술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략이 소개됐다.

#오전 10시 10분. 20명 남짓 한참여자들이 자기소개를 했다. 기초과학 연구자, 예비창업자, 초기 창업자들이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편하게 소개했다. 지난 7월 창업한 김병주 유비엘바이오 대표는 "오랜만에 자기소개가 어색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업분야를 명확히 설명했다.

"저는 마크로젠, 삼성종합기술원 등에서 연구를 하며 지난 7월 '노화'와 관련된 기술을 갖고 창업했습니다. 정상적인 몸에서는 면역반응을 통해 노화세포가 제거되지만, 몸의 여러 환경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노화세포가 과도하게 축적돼 안 좋은 물질이 나오고, 질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는 항노화(anti-aging) 연구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합니다."

#오전 11시 10분. 경혜원 블루포인트파너스 심사역이 '사업계획서 작성요령'을 설명했다. 경 심사원은 자신의 기술을 한 문장으로 소개할 수 있는 간결한 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사에서 말하는 다수의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사업계획을 PR하듯 사업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IR에선 수치로 설득해야 합니다. 물론 초기부터 재무적 수치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투자금 투입 시 매출과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예측치를 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투자자는 회사 설립시기, 수상내역, 연혁, 조직도가 궁금해서 스타트업을 만나지 않습니다. IR에서 듣고 싶어하는 것은 시장의 수요, 그것을 해결하는 제품의 실체, 제품을 만들 실현가능성 높은 계획의 논리와 근거죠.  또한 투자자들이 해당 회사에 대해 레퍼런스 체크를 하듯, 반대로 스타트업 역시 투자자들의 레퍼런스 체크를 꼭 하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좋은 협상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 심사역은 간결한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해 10(슬라이드), 20(분), 30(폰트) 규칙을 제시했다. 슬라이드를 10개 이상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바이오 기업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다. 다만, 투자자와 접촉할 때, 많은 정보보다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을 담아내, 보다 효율적인 미팅을 진행하는 것이 투자자와 스탙트업  간의 윈윈(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혜원 블루포인트파너스 심사역이 ‘사업계획서 작성요령’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또한 1시간 미팅 기준 발표 시간을 20분 정도로 준비하고, 남은 시간은 투자자와 서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했다. 자료의 글자는 30폰트로 글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이미지나 표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오후 1시 10분. 신해인 SK바이오팜 사업개발 팀장이 '전략적인 기술 발표(presentation)와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을 주제로 발표했다.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신약 엑스코프리와 수노시의 사업개발 여정을 소개하며, 좋은 약물을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선 비즈니스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해인 SK바이오팜 팀장이 ‘전략적인 기술-presentation과 business development’를 주제로 발표했다.
신해인 SK바이오팜 팀장이 ‘전략적인 기술-presentation과 business development’를 주제로 발표했다.

"결국 글로벌 약물로 출시하기 위해선  지역별 지리적 특성, 문화, 규제 상황 등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보를 입수해야 합니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기술사업화, 사업개발, 기술이전, 공동연구, 인수합병 등이 이뤄져야 합니다.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과 관련한 영역은 이렇게 다양합니다."

특히 국내 제약회사와 바이오벤처가 가장 관심이 있는 빅파마 기술이전 전략과 관련해선 자신이 가진 기술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어떤 형태로 보완할지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보유 기술에 대한 경쟁기술 파악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 기술을 10시간 본다고 한다면, 경쟁기술은 100시간을 봐야 합니다. 상대 회사와 끊임없이 이에 대한 소통을 이어나가며, 단순히 자료나 데이터로 볼 수 없는 그 이면의 모든 것들의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빅파마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을지 끊임없이 검색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시장자료가 있는 데이터 베이스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자료를 기반으로 하되, 시시각각 변하는 현장성이 반영된 쌍방향 소통(two way communication)을 해야 합니다."

기술이전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부정적인 돌발변수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이런 부정적인 데이터의 경우 최대한 투명하게 상대에게 공개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도 나왔다.

"기술이전 협상을 하는 와중에 예상치 못한 독성 등 부정적인 데이터가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데이터의 경우 반드시 상대편에 공개해야 합니다. 계약 상대방에게 아무리 부정적인 데이터라도, (고의로) 숨긴 것이 아닌 것을 보증(guarantee)해야 합니다."

또한 해당 기술의 시장규모보다는 각 파트너 후보사가 그동안 해줬던 코멘트를 반영해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도 함께 해 줬다.

"사업 개발 업무를 시작할때 non-confidential data 전달부터 시작합니다. 일종에 기술이전을 위한 대면 미팅을 하기 전에 티저 형식으로 데이터를 마련하는 것이죠. 이런 논의를 빅파마 BD와 하다보면, 의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러한 코멘트는 잘 정리해서 수집해 내부 데이터로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당 기술의 기술이전에는 시장분석 못지 않게 이 과정이 중요합니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바이오스타트트업의 초기 개발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바이오벤처의 주요 타겟은 ‘빅파마’임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벤처는 신약개발의 글로벌 스탠다드 위에서 경쟁 및 협력 할 것을 전제로 해야하고, 글로벌 제약사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갖추어야 하며, 그것은 엄밀한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서만 가능하죠."

#오후 2시 50분.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부사장(CFO)은 '바이오스타트업의 펀딩 전략'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박 부사장은 참석자들에게 실질적인 창업 조언을 위해 회사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했다. 창업자들 간 내부 지분 문제로 해당 벤처를 떠나가는 이유가 많다. 

기업공개(IPO) 시 최대주주의 지분 20%가 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우선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 다음으로 창업자들간 합리적 지분 배분에 정답은 없지만 한가지 대안으로 '빼면 보인다'와 '대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 창업자가 빠지면 회사가치가 얼마로 줄어들까? 이에 대한 박 부사장의 답은  '그 창업자의 가치 및 대체가능성'이다. 그 사람의 역할을 수행 할 대체자 확보가 어려우면, 그 사람의 지분을 올리는 방식으로 조정해 보면 합리적 지분구조가 도출될 수 있다는 것. 실제 레고켐의 경우 이런 기준 으로 CTO의 지분을 높인 사례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각 임원의 역할 상도 제시했다. 

"CEO는 깃발을 꽂는 사람입니다. 여러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보유 기술을 갖고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죠. 우리 목표는 글로벌 신약개발입니다. CTO는 과학적 리더십을 갖고 CEO가 꽂은 깃발을  향해 어떻게 갈지 기술적으로 서포트하는 역할입니다. CFO는 과학자 출신들이 갖는 자기 중심적 사고에 현실감을 부여하는, 회사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해야 하죠."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부사장(CFO)은 '바이오스타트업의 펀딩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세진 레고켐바이오 부사장(CFO)은 '바이오스타트업의 펀딩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벤처캐피털리스트(VC)와 투자와 관련해 협상할 때 지나친 기술에 대한 자존심으로 협상을 그르치지 말라는 따끔한 조언도 건넸다.

"VC와 투자계약서를 작성하다 보면, 계약서 안에 사전협의상 등 제약 조건이 많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하지만 그리 중요한 조항이 아니라면, VC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할 당시는 VC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 이후에는 입장이 달라집니다.

투자이후, 회사가 제대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VC의 투자실패로 이어지는 것이죠. 정도로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면, 그 조항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좋은 VC를 선택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바이오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3~4곳이 있습니다. 초기 투자는 VC 2~3곳, 최대 5곳까지 VC를 두는 게 좋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의사결정 조율이 어려워 질 수 있습니다. 좋은 VC를 선정해, 그곳의 투자를 받는 것이 IR 100번 하는 것보다 회사 평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투자 조건에 흔들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10년이상 바이오벤처를 경험하면서 ▷조기 휴먼 개념입증(POC)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사에서 집중하고 있는 파이프라인은 일단 가장 빠른 시일 내 휴먼 POC 자료를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자료가 회사의 가치를 좌우합니다. 또 파이프라인 하나로 위험 분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 등에 대한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셔 전략을 통해 2~3개의 파이프라인을 밀도있게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