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석우 KEYMO 대표(국제변호사)

2017년 부터 1년여간 미국 FDA로부터 의약품 등 생산시설 실사(Inspection)를 받은 한국 공장 중 warning letter를 받은 기업은 셀트리온 등 무려 7곳에 달한다. 그런데 원료에서부터 완제공장을 모두 망라해서 그 이전에는 FDA의 warning letter를 받은 생산시설은 단 2곳 뿐이었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에 완제품으로 직접 진출에 도전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발생한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warning letter의 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우리 제약바이오 열기에 자칫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 생산시설에 대한 FDA의 의구심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인데, 실제 미국 현지에서도 이런 관점에서 우리 기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감지 된다.

다행인 것은 업계의 우려를 깨고 지난 15일 대웅제약의 나보타 전용공장에 대해 FDA가 하드웨어 등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수정보완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FDA가 보완을 요구한 CMC 이슈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대웅과 미국 파트너인 에볼루스의 자신감에 기대를 걸어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관계사임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의 바이오 원료(DS)와 완제품(DP)를 생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바이오의 파트너사인 바이오젠 아이덱(Biogen Idec)이 유럽에 있는 cGMP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마케팅 파트너인 MSD와의 계약사항이겠지만, 이 역시 한국의 바이오 생산능력에 대한 평가를 일부 저하시키는 상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 측이 셀트리온, 대웅제약 등 타 기업들의 FDA 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업계의 이야기는 이러한 점에서 나온 풍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승승장구하던 한국의 바이오 산업이 완제품(DP)으로 미국 진출에 도전하면서 생산능력에 대한 또 다른 허들에 부딪혀 위기감이 조성된 것은 왜 일까?

원료(low profit margin) 수출 중심이었던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완제품(high profit margin) 수출로 전환하면서 FDA에 직접 시판허가(NDA filing)을 신청하다 보니 강도 높은 cGMP inspection을 받은 측면이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cGMP 기준을 충족하는 바이오 완제품 생산시설의 심각한 부족현상 탓에 자체 생산을 선택하게 된데다, cGMP 규정(regulations)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전문가가 부족하고 QC(Quality controls)와 QA(Quality assurance) 역시 기업 내부에서 구조적으로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발생한다면 warning letters의 사례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해당 기업은 미국 수출을 포기하던지 심각한 경우 Blackball letter를 받고 사실상 미국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문제는 이것이 그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바이오업계의 생산능력에 대한 평가절하가 불필요하게 일어날 수 있는데다 국내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들은 국내생산 소스(sources)마저 잃을 수 있다.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전 세계 cGMP급 CMO의 생산능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며 비용을 몇 배 더 지불하더라도 위탁생산 기회를 얻으려면 2~3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실상이다. 우리가 힘들여 쌓은 바이오 강국으로 가는 길에서 나타난 이런 도미노 현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키워드

#FDA #바이오 #cGMP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