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 | 역설적 나레이션에 도전, 글로벌, 소망 담아 

"나는 전쟁을 사랑합니다. 나는 나의 전쟁이 자랑스럽습니다."  추석 차례상에 올릴 명태전을 부치다 TV서 흘러 나오는 '정체 모를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웠다. 전쟁을 사랑한다고? 누가? 왜?

추석 연휴 안팎으로 방송을 탄 GC녹십자의 독감백신 GC플루 광고의 울림이 여전히 입가를 맴돌고 있다. 이 광고가 이 달 21일까지 종편 케이블에서 계속된다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궁금해져 구글링 을 했다.  

배우 이병헌과 김태리 씨가 읽어주는 이야기 한줄 한줄은 제약산업 계에서 꽤 오래 밥을 먹은 내게 뭉클하다. 광고는 GC플루 제품에 관한 것이지만 이야기 속에는 생명의 존엄, 의약품의 가치, 연구 개발에 관한 도전과 열정, 글로벌 진출에 대한 꿈, 녹십자의 정체성이  역설적인 나레이션에 고스란히 코딩돼 담겼다.

순전히 개인적 느낌이지만 GC플루 광고는 1973년 무렵의 종근당 기업광고 이후  제약회사가 무엇을 하고 해야하는 곳인지, 인류 문명의 발전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 공급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수작이다.

"꺼지는 등불도 끄지 않게 하시고 /상한 갈대도 꺾지 말게 하소 서 /뛰노는 맥박에서 영원한 생명의 신비를 알게 하시고/ (중략)  /아, 온천하를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의 생명 /하느님의 아 들 딸의 생명을 지키는 /너무나도 이 엄청나고 벅찬 사명의 /두 렵고 무겁고 자랑스러움을 /깨닫게 하소서.(광고는 종소리와 함께 종~ 근~당으로 끝난다)."

종근당 창업자 고 이종근 회장이 고 박두진 시인에게 특별히 부탁 해 만든 메시지였는데, 광고 메시지라기 보다 제약인들이라면 언제든 낭독해 봄직한 다짐이자 한편의 시다. 전문 성우의 나레이션이  비장한 까닭에 제약기업의 사명도 사뭇 묵직했다. 어린 나이에 약을 개발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게도 만들었다.    

종근당 기업 광고와 견줘 녹십자의 광고는 변화한 시대를 반영하듯 소프트하고 감성적이다. 광고의 전체 스토리를 감상해 보자.

GC녹십자의 GC플루 광고 중 캡처
GC녹십자의 GC플루 광고 중 캡처

"나는 전쟁을 사랑합니다 /나는 나의 전쟁이 자랑스럽습 니다 /나의 전쟁은 대한민국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 뜨 거운 사막에서 남미 저 깊은 곳까지 나는 늘 사람들의 몸에 최 선이 되고자 했습니다 /해마다 수천 만의 사람들이 나를 찾았습 니다 /나의 전쟁은 사람을 해치는 전쟁이 아닙니다 /나의 전쟁 은 사람을 살리는 전쟁입니다 /나는 백신입니다 /나는 대한민국  GC 플루입니다 /나를 쓰는 사람들의 애정과 나를 만드는 사람 들의 열정이 백신명가 녹십자를 세웠습니다/ 백신명가 100년을  향한 도전 GC플루가 이어갑니다 /Great Challenge GC녹십자."

TV 광고는 매우 고가인 터라 웬만한 기업들이 오래 끌고가기란 쉽지 않다. 녹십자 광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독감 백신이라는 계절 특성도 감안 요소이기는 하다.

종근당 광고는 꽤 오래 흑백 TV 화면에 나왔는데, 1970년대 나라 안에서 TV 광고를 할만한 곳은 성장세를 타던 제약회사들 뿐이었다. 또 다시 제약기업 광고가 TV를 점령하는 날은 올 수 있을까? 제약회사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지 않는 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제약회사 광고는 대부분 일반의약품 광고로 지상파 TV 기업 광고는 아주 드물다. 한 때 동아ST가 연구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짧게 진행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 의약품 그 차제만을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추세다. 기업광고는 상대적으로 광고 단가가 낮은 라디오에서 이뤄지는 형편이다. 제약회사 연구개발의 노력과 열정, 의약품의 가치 등 희망을 주는 GC플루 같은 광고가 라디오에라도 많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여러 제약회사들이 생명의 존엄과 의약품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말하다보면 사회 전반에 제약기업의 소중함이 뿌리 내릴 수 있다는 꿈과 함께 그 꿈 너머 인류문명을 다른 차원으로 인도하는 혁신신약의 꿈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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