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현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에 투자하라' 저자(주식 애널리스트)

"사람들에게 의료기기 산업의 매력과 가치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와 함께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에 투자하라>의 김충현 저자가 머리말에 쓴 집필 이유다. 이 책은 국내외 의료기기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미래 투자자와 의료기기 산업 종사자 모두가 즐길 수 있다. 저자가 알려준 책을 즐길 수 있는 팁을 공유하자면, 개인 투자가들은 부록부터 읽은 뒤, 각 회사의 사례에 집중하며 읽으면 좋다. 업계 종사자는 이 책의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적인 사업화 모델에 집중하며 꼼꼼하게 읽길 추천하고 싶다.

평소 의료기기 분야를 취재한 경험이 적어, 책에 등장하는 기업이 제약회사만큼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출퇴근 시간을 쪼개 하루 만에 단숨에 읽으며, 저자가 얼마나 이 책에 공을 들였는지 와 닿았다. 독자 입장에서 책을 읽으며 들었던 궁금증을 쏟아냈다. 첫 질문은 의료기기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문제라는 다소 상투적인 질문으로 시작했다.

김충현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에 투자하라’ 저자(주식 애널리스트)
김충현 ‘의료기기 산업의 미래에 투자하라’ 저자(주식 애널리스트)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은 국내 시장 진출이 먼저일까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요?

"의료기기 제품 상태에 따라서 다르겠죠. 우선 완제품은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축적하는 게 중요합니다. 글로벌 규제당국 및 시장 입장에서 자국에서도 상업화에 근거가 없는데, 해외 시장으로 타겟으로 한다는 것이 동의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겠죠. 물론 완제품이 아니라 요소 별로 특정 기술을 판매하는 것에는 다른 시장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의료기기도 신약개발과 같이 기술이전이 이뤄지나요?

"물론입니다. 헬스케어의 기본 비즈니스 모델은 인수합병(M&A)입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선 이미 범용적으로 쓰이고 있는 장비의 특정 부품을 개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의료기기에서 특정 부품을 바꿀 경우 장비 전체의 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죠. 대신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에 한해 기술이전을 원할 수 있습니다.

가령 인공판막을 생각해 보죠. 이 경우 보통 돼지, 소 등의 인공판막을 쓰는데요, 이런 소재 변화에 대한 니즈는 큰 편입니다. 메드트로닉과 애드워즈 라이프사이언스가 선도적으로 하고 있는 분야죠. 또 메드트로닉의 경우 수술로봇 시장에 침투하고 싶은 목표가 분명하죠. 이들은 이런 목표를 위해 해당 기술의 비상장 회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국내 기업은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요.

"아직까지 국내 창업자들이 인수합병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국내 의료기기 기업은 연구개발비가 증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업 이익률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텐데,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고려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은 모두 적극적인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나가죠. 일례로 치과 의료기기 기업 스트라우만 역시 파트너십으로 시작해 지분을 사들이고, 결국 그 회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회사 성장을 지속하고 있죠. 기업 성장 속도 면에서 매우 효율적인 전략 중 하나죠.

개인적으로 국내 기업이 특정 회사를 인수하거나, 글로벌 회사에 적정 가치로 매각되는 것도 산업 발전에 유효한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인수를 통해 회사를 엑싯한 경험을 살려 연쇄 창업을 할 수도 있고요."

 

국내 의료기기 기업은 숫자는 많지만, 아직 규모 면에서는 영세해 보입니다.

"의료기기는 제조업의 특성 상 신약개발 대비 초기 성장이 용이합니다. 매출 1000억원까지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죠. 2015년 이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이 나오긴 했지만, 그 이후 성장을 멈춰있는 상태죠. 혁신을 입증해 내지 못 했다고 봅니다.

자체 성장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이 경우도 M&A를 통해 주요 저성장 한계를 돌파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벌 기업에 인수되거나, 국내 기업 간의 인수합병도 가능한 이야기죠. 하지만 아직까지 실현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를 재밌게 읽었습니다. 특히 '유니콘이 아니라 블록퍼스터 기업이 되라'라는 구절이 기억에 남습니다.

"헬스케어 분야는 파괴적 혁신이 아니라, 점진적 혁신이 이뤄지는 곳입니다. '키트루다'라는 획기적인 기전의 항암제가 등장했어도 여전히 화학항암제, 방사선 요법이 주요한 치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헬스케어는 고인물의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인물들이 기존에 장악하고 있는 임상 데이터와 유통망이 공고하게 자리잡힌 분야죠.

이런 관점에서 기술(Tech)을 기반으로 시장을 혁신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병원, 글로벌 기업, 보험사 등의 니즈를 파악하고 만족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합니다. 적어도 이들 세 곳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상업화 이후의 단계를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유니콘이 아닌,  키트루다와 같은 실체가 있는 블록퍼스터 기업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언급한 이야기죠."

 

최근 인공지능을 헬스케어 접목하려는 기업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은 훌륭합니다. 그런데 이 기술을 활용해 보험사를 어떻게 설득할까요? 보험사의 입장은 매우 간단합니다. 비용효과성을 입증하는 근거를 제시하라는 것이죠. 과연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진 AI 헬스케어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입니다.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의사들의 경우 인공지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인식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썬 이런 인식이 전부입니다. 결국 AI 비즈니스 모델에서 설득하기 가장 좋은 주체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들은 분명히 AI 기술에 관심이 있습니다.

(책에도 설명했지만) 현재 글로벌 영상진단 기업의 매출이 감소 추세입니다. 소모품 비즈니스 모델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AI 솔루션으로 소모품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길 원하는 글로벌 기업이 많을 것입니다.

때문에 국내 AI 영상 기업들도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맺고 있습니다. 관건은 해당 AI 솔루션의 커버리지 입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까지 범용적으로 해당 AI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헬스케어라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AI 헬스케어 기업들도 자사의 기술에 대해 의사를 고려해 '보조적' 역할로 한정합니다. 이것은 헬스케어 시스템의 복잡성을 고려할때 사업화를 위해 어쩔수 없는 부분이죠.

오히려 의사를 대체한다고 했으면 사업화 자체가 불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기술이 헬스케어 시스템의 이해관계에 녹아 들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기술 자체는 AI를 활용해 뛰어날 수 있지만, 결국 의료진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측면에서 다른 의료 소프트웨어에 비해  큰 차별점이 있을지도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이 책에 미처 담지 못 한 내용이 있다면요?

"책에 담지 못 한 내용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쏟았죠. (웃음) 이 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통해 의료기기 시장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기업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주식 애널리스트로 가장 오랫동안 의료기기 산업을 분석해온 독보적인 전문가다. 그 어떤 산업보다도 높은 혁신성을 갖춘 글로벌 의료기기 산업에 비해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갈 길이 멀다. 게다가 산업군을 통틀어 의료기기처럼 종류가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산업을 찾기 힘들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 분석을 통한 데이터와 국내외 기업을 직접 탐방하면서 쌓아온 현장 감각을 바탕으로, 창업자, 장기간 종사해 온 전문가, 투자자들 모두에게 이 산업을 어떻게 분류해서 봐야 하고 무엇을 살펴서 사업 전략과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지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시하는 인사이트는 정부기관, 기업, 산업 종사자, 학생, 투자자들에게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탁월한 안내가 될 것이다.(출처=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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