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등 국내연구 시작...플랫폼 수준 권리화 국가마다 차이

필자는 올해 7월초 제주도에서 열렸던 인터비즈에 특허 컨설팅 기관으로 참가하였다. COVID-19가 한창인 가운데 방역에 힘쓰던 운영진들이 약 4개월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외에 당시 있었던 일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2박3일 일정의 마지막 밤 술자리에서 친한 변리사 동생이 여기저기에서 PROTAC 얘기가 들린다면서 “형!! PROTAC이 뭔지 알아요?”라는 질문을 하였다. 술기운에 “그거 그런 거 아니야? 멱살 잡고 패는 그런 컨셉”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이전부터 PROTAC에 대한 스터디가 되어 있었고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의 세계에서 매우 매력적인 기술이라 생각하던 차였다.

과거 의약품 개발의 주류는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이었다가 항체 등 바이오 의약품으로 무게중심이 이미 넘어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기술동향을 모니터링하다 보면 저분자 화합물의 돌파구로 ADC(Antibody-drug conjugate), 그리고 앞서 언급한 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era)이 떠오르는 것으로 보인다.

ADC에 대하여 잠시 살펴보자. 필자가 2019년 9월에 칼럼(히트뉴스, “GSK·로슈도 독자개발 못해...ADC치료제 특허전략은?”)을 기고할 때만해도, 당시 허가 받은 ADC 치료제는 소수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ADC가 최근 다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내지 2020년의 불과 2년 동안, ①Polivy(제넨텍), ②Padcev(시애틀제네틱스/아스텔라스), ③Enhertu(아스트라제네카/다이이찌산쿄), Trodelvy(길리어드/이뮤노메딕스), ⑤Blenrep(GSK) 등 5개 약물이 FDA 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빅파마의 개발 현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새로운 ADC 치료제가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ADC에 대해서는 이미 한차례 다뤄보았으므로 최근 현황을 업데이트하는 수준으로 마무리하고, 이번 칼럼에서는 저분자 화합물 영역에서 떠오르는 신예 PROTAC을 다뤄보고자 한다.

 

PROTAC이 뭔지 아시나요?

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era)은 관련 기술을 대표하는 명칭이 아니며, TPD(Targeted Protein Degrader) 분야의 선두 주자 아비나스(Arvinas)의 플랫폼 명칭이다(다만, PROTAC이 업계에서 고유 명사처럼 통용되고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PROTAC”으로 표현함). PROTAC 화합물은 아래 그림과 같이 세 가지의 기능적 모이어티(①E3 ligase binder, ②Target protein binder, ③둘을 연결하는 링커)로 구성된 “이기능성(bifunctional)" 화합물을 일컫는다.

PTOTAC 작용원리.
PTOTAC 작용원리.

구체적으로, PROTAC 화합물은 E3 Ligase에 결합할 수 있는 리간드(보라색 표시)와 표적 단백질 리간드(분홍색 표시)가 각각 E3 Ligase와 표적 단백질에 결합하고, E3 Ligase와 표적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근접한 위치로 모집함으로써 표적 단백질의 유비퀴틴화를 유도한 후 이를 분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기존의 저분자 화합물이 접근할 수 없었던 undruggable target을 제거할 수 있고, 이미 개발된 약물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으로도 대두되고 있다.

PROTAC 화합물은 이론적으로 인체 내 어떤 질환 단백질도 타겟팅할 수 있으므로, 표적 단백질 리간드 모이어티를 적절히 선택하여 PROTAC으로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PROTAC의 개발 스토리

PROTAC에 대한 첫 컨셉은 미국 예일대의 크루즈(Crews) 교수팀 등에 의해 2001년 PNAS 논문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초기 PROTAC은 저분자 화합물이 아닌 펩타이드 구조를 갖고 있어 세포 내부 침투에 한계가 있었다. 이후 2012년, 크루즈 교수팀은 VHL(von Hippel-Lindau)이라는 E3 Ubiquitin Ligase에 결합하는 신규 저분자 화합물(VHL 바인더) 합성에 성공하고 이를 특허출원(국제출원번호 PCT/US2013/021136)하였다.

이후 크루즈 교수팀이 창업한 아비나스(Arvinas)는 PROTAC 전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2018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었으며, 전이성 전립선암(ARV-11) 및 유방암(ARV-471)에 대한 PROTAC 임상 1상 시험을 2019년 시작하였다. 상기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는 PROTAC 분야의 성공 가능성의 잣대로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VHL과 다른 또다른 E3 Ubiquitin Ligase인 세레블론(cereblon)에 탈리도마이드계열 화합물이 결합한다는 사실이 2010년 알려진 이후, 2015년 미국 다나-파버 암 연구소(DFCI; 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제임스 브래너(James Bradner) 연구팀(향후 C4 테라퓨틱스)을 중심으로 탈리도마이드계 약물을 활용한 PROTAC 화합물의 개발이 본격화되었다. 이외에도 PROTAC의 결합 대상으로 사용될 수 있는 E3 ligase로는 cIAP, MDM 등이 개발되어 있으나 그 종류는 아직까지 많지 않다.

2015년 저분자 PROTAC 개발이 본격화된 이후 PROTAC은 단백질 키나아제 억제제와 단클론 항체에 비견되는 주류 약물군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 주목받았다(Scudellari, Nature 2019). 현재 미국의 아비나스(Arvinas), C4 테라퓨틱스, 키메라(Kymera), 누릭스(Nurix) 등의 바이오텍이 PROTA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빅파마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임상 2상 내지 3상 등 상업화 가시권에 들어오면, CAR-T 등의 경우처럼 M&A를 통한 파이프라인 인수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국내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과 일부 기업에서 PROTAC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PROTAC 발명을 어떻게 등록시켜야 할까?

PROTAC 발명에 대한 원천 기술은 VHL 바인더를 새롭게 발견한 크루즈 교수팀의 예일대 등에 의해 2011년 가출원(Provisional application)되었다. 이를 기초로 한 국제출원(국제출원번호 PCT/US2013/021136)에 근거하여, 예일대는 미국,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제약 산업의 주요 국가에 특허출원하였다.

예일대의 위 특허는 실시예에 신규 VHL E3 바인더만을 기재하고 있었고, 이를 통해 제조되는 PROTAC의 구체적인 표적 단백질 리간드와 링커의 구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일대는 신규하게 발견한 VHL E3 바인더를 통해 이를 사용한 모든 PROTAC 화합물을 청구항에 기재하였다. 이는,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질환 표적에 대해 알려진 약물은 물론 장래에 개발될 수 있는 미지의 표적 화합물까지 모두 포괄하는 것이었으므로, 심사 과정에서 이와 같은 플랫폼 특허를 허용해야 하는지가 문제되었다.

플랫폼 특허를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문제에는, 실험 내용으로부터 통상의 기술자의 재현 가능한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발명자의 기여도에 비해 독점권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얽혀 있고, 의약품 개발을 바라보는 각 국가의 정책적 시각(신약 선진국인지 여부)도 일정 부분 녹아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는 위와 같은 플랫폼 특허의 등록이 성공하였다(아비나스가 미국 기업인 점과 플랫폼 기술을 넓게 보호하는 미국의 심사 경향상, 아비나스의 특허가 넓은 범위로 등록되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미국과 달리 플랫폼 수준의 권리화가 허용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등록이 되지 않고 있다. 한편, 국내의 경우 플랫폼 형태의 PROTAC이 아니라 명세서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PROTAC 형태로 좁게 한정된 이후에야 비로소 등록결정을 받았다.

위와 같이 PROTAC이라는 새로운 컨셉의 발명을 어디까지 권리화시킬 수 있을지를 예상하는 것은, 주요국의 실무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예측하기 꽤 곤란한 상황이다. 결국 PROTAC 기술에 대한 이해와 주요 국가에서의 심사 경향에 대한 면밀한 파악 후 출원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해 보인다. 넓게 등록 가능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풍부한 실시예 없이 출원을 강행하였다가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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