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량 생산 마쳤고 검정 잘 받았는데…조사결과 기다릴 뿐"
언론·정치권이 백신 공포 조장… PMS 등 안·유 따져볼 계기로 삼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전해지는 데 대해 백신 제조업체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과 사망간 연관성을 조사 중이라 업체 대부분 입장 밝히기를 꺼려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언론이 '백신 공포'를 키운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백신 접종에 대한 안전성·유효성 등 모니터링 체계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는데 "불안만 조장하면 역효과만 난다"는 걱정에서 나오는 말이다.

국내에 유통 중인 독감 백신 제조사 중 국내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 · 녹십자 · 일양약품 · 동아ST · 보령바이오파마 · 보령제약 · LG화학 · 한국백신으로 8개사, 수입사는 사노피파스퇴르 ·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2개사 등 총 10개사다.

공법이나 허가 연령이 다르지만 효능·효과와 안전성 모두 정부의 동일한 기준에서 허가받아 '독감 백신'으로서 투여돼왔다. 그러나 상온노출 유통부터 백색입자 회수에 이어 사망사고가 보고되는 데 따라 국민들은 "이 백신, 어느 회사 거에요"라고 묻고 난 뒤 접종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물었으나 업체들 대부분 "공론 과정이 뜨거운 데다 정부가 조사를 하고 있으니 지켜보며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회사 차원의 입장은 없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관계자는 "생산할 때 품질과 안전성에 문제 없다는 데이터를 확보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검정도 철저히 받았다"며 "직원들은 자신과 자녀들에 자사 백신만 골라 맞았는데 곤혹스러운 일이 이어져 지켜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충남대학교 수의학과 서상희 교수에 독감 백신 사망사고 원인을 자문받아 "독감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넣어 배양할 때 톡신이나 균이 기준치 이상 존재할 경구 사망에 이르게 할 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독감 백신 제조 과정에 앞서 유정란 생산시설도 철저히 점검,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제조 공정은 무균 여과와 정제 과정을 거쳐 국가출하승인을 거치는 등 이중삼중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독감 백신 원료인 '유정란'이 원인일 수 있다는 의원 주장에 대해 백신 업계와 식약처 모두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일축한 것이다. 또한 백신에 의한 사망, 사망자 추가 보도가 불안감을 키운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의 한 개발 관계자는 "사망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는 백신 때문인지도 모르고 신중히 분석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백신 맞지 말자를 해답으로 제시하는 게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정치권과 언론 등이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제조업체로선 곤란할 상황이다. 명확히 밝혀지길 바랄 뿐"이라며 "이번 기회로 항체반응률과 부작용 조사를 해볼 수 있게 됐다는 데 의미있다. 의약품에 일반적인 PMS(시판 후 조사)가 있듯 백신에도 이러한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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