外資 ‘다국적제약’을 대하는 우리 마음속 이중잣대
外資 ‘다국적제약’을 대하는 우리 마음속 이중잣대
  • 박찬하
  • 승인 2018.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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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십 '영업→R&D/글로벌' 업그레드
임상 2700억, 사회공헌 247억...무엇을 더 요구할까?
*출처=KRPIA 연차보고서

외국자본을 뜻하는 외자(外資)라는 말에 방점을 찍어 ‘외자제약’, ‘외자사’로 부르던 때가 있었다. 이후 다국적제약, 글로벌제약으로 불리면서 다소 부정적이었던 외자의 의미는 순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는 필요에 따라 ‘외자’라는 부정적 톤을 차용한다.

국내에는 다/국/적, 글/로/벌 제약회사(KRPIA 회원사 기준) 41곳이 수 십년째 영업활동 중이다. 2017년 기준으로 8,679명을 직접 고용하고 1,200종의 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다. 2,709억원을 R&D에 쓰고 사회공헌 비용으로 247억원을 투자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외자의 렌즈’로 그들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그들처럼 되고 싶거나 함께 하고 싶을 때는 ‘글로벌’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외자사인 그들이 마땅히 감당해야할 역할은 무엇인가?

“신약으로 직업을 갖고, 결혼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사회생활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삶 전체를 바꿔준 것이다.” 만성 C형간염 환자 대부분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가 한 말이다.

“손이 딱딱하게 굳었던 환아가 신약 주사를 맞고 손이 부드러워져서 서툴지만 피아노도 칠 수 있게 됐을 때, 그 손을 잡고서 눈물 흘린 적이 있다.” 신현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대표는 “좋은 신약이 있다면 집을 팔아서라도 쓰고 싶은 게 모든 환자의 마음”이라고 말한다.

미개척 질환 치료의 길을 열어내는 일,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 옵션을 제시하는 노력의 결실이 신약이라면 '외사자'로 불리는 그들이 마땅히 해야할 첫 번째 의무는 신약의 원활한 공급일 수 밖에 없다.

‘신약개발을 통한 건강증진 및 수명연장의 경제적 가치’(류근관&전계형, 2012) 연구에 따르면 사망률이 1% 감소할 때 국가 전체가 누리는 가치는 최대 약 126조원인데,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사망률 감소로 우리나라 국민이 얻은 경제적 가치는 최소 약 940조원에서 최대 약 2,325조원인 것으로 추정됐다. 혁신신약 개발을 통해 한국, 미국 등 52개국의 1986년~2000년 사이 기대수명은 약 1.96년 늘었다.(International Journal of Health Care Finance and Economics)

새로운 항암신약의 등장으로 암환자 사망률은 1991년 정점을 찍은 이후 전 세계적으로 25% 감소했다.(ACS, NCI) 암환자 3명 중 2명은 최소 5년 생존율(American Cancer Society Cancer Statistics Center)을 보였고 암환자 5명 중 4명은 암 진단 후에도 직장으로 복귀했다.(Amir&Brocky, 2009) 대표적 난치병이었던 C형 간염은 2~3달 치료에 95~96% 환자가 완치판정을 받는다.(PhRMA, 2014) 이처럼 신약의 가치를 입증하는 연구 데이터는 많고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KRPIA 연차보고서
*출처=KRPIA 연차보고서

신약개발은 2~3조원을 10~15년간 투자해야 성공할 수 있는 전문적이고 리스크가 큰 산업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주도할 수 밖에 없다. 후보물질을 그들에게 기술수출하고 협업을 통해 온전한 신약으로 완성시키는 전주기(全週期)의 중간쯤에 우리 기업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제약은 매년 100종의 의약품을 국내에 새롭게 선보였다. 2015년 1,000종에서 2016년 1,100종, 2017년 1,200종으로 국내 공급하는 의약품의 숫자가 꼭 100종씩 늘었다. 그 사이 필수약제의 공급문제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국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은 약값 책정의 적정한 선(線)을 찾아야 하는 협상의 과정에서 일어났지 공급의 후순위로 밀렸던 적은 없다.

따져봐야 할 측면이 있지만, 2007년 이후 국내 등재된 신약가격은 OECD 국가 평균의 45% 수준이며, 보험 등재된 전체 신약의 약 73%를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KRPIA, 2016) 중국, 캐나다 등 한국의 신약약가를 참조하겠다는 국가들이 생겨나면서 그들이 한국시장 우선진입을 기피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출처=KRPIA 보도자료.
*출처=KRPIA 보도자료.

국내 생산시설을 대부분 철수시키며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한국시장의 가치를 생산에서 R&D 플랫폼으로 전환시켰다는 해석도 있다. 다국적사들이 국내 임상연구에 투자한 비용은 2013년 1,323건에 2,142억→2016년 1,354건에 2,558억원→2017년 1,631건에 2,71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상으로 지원된 임상 의약품 비용 역시 2013년 443억원→2016년 1,060억원→2017년 1,291억원으로 급속히 늘었다. 덕분에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임상연구 수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0.10%p 늘어나면서 세계 8위에서 6위로 두 단계 올라섰다.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글로벌 파트너로 한국정부 및 기업과의 협업 역시 활발하다. 한미약품(코자XQ), 동아에스티(테디졸리드),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시밀러) 등과 완제품 진출을 협력한 MSD를 비롯해 보령제약-쥴릭파마(카나브), 코오롱생명과학-먼디파마(인보사-K), LG화학-사노피(제미글로) 등 글로벌 시장진출을 위한 협력사례가 다양하게 나왔다. 또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 기업들의 신약 후보물질을 라이센스-인 함으로써 신약개발을 위한 협력모델도 선보였다.

다국적사들은 이와함께 ▲아동 및 청소년 ▲환자 ▲의과학발전 ▲지역사회 등에 대한 지원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으며 매출액 대비 0.47%인 약 247억원을 사회공헌 비용으로 한 해 동안 투자하고 있다. 국내기업의 사회공헌 비용은 매출액 대비 평균 0.19%에 그친다.

신약공급을 통한 수명연장과 삶의 질 개선, 활발한 국내 임상연구 투자, 국내기업의 신약개발 및 해외진출 파트너, 안정적 일자리 창출 그리고 기업시민 활동을 통한 글로칼리제이션(Glocalization)...

다국적사들과 맺는 파트너십의 수준이 국내영업에서 R&D와 글로벌 진출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음도 불구하고 외자(外資)인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한국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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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ㄹ 2018-10-16 14:04:02
마음에 와닿는 기사내용입니다. 앞으로도 좋은내용의 기사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