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비마' 급여 검토단계부터 우려 목소리

'반쪽짜리 희망' 우려섞인 수식어...왜?

최근 항암제가 출시되면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자주 쓰이곤한다. 치료대안이 없는 말기 암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신약인데, 너무 비싸서 돈이 아주 많거나 적절한 민간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환자에게는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간암표적항암제로 허가받은 한국에자이의 렌비마(렌바티닙)를 두고는 '그림의 떡' 보다는 '반쪽짜리 희망'이라는 우려섞인 수식어가 붙고 있다. 왜 그럴까.

간세포암 60% 이상 3기 이상서 진단
중기이후 진행된 경우 5년생존률 급감

우리사회에 간암이 어떤 의미인지부터 들여다보자. 지난달 통계청은 '2017년 사망원인통계'를 발표했다. 사망원인 1위는 단연 '악성신생물(암)'이다. 2017년 28만5534명이 사망했는데, 이중 27.6%가 암이 원인이었다. 암 조사망률(인구10만명당 명)은 153.9명, 간암(20.9명)은 폐암(35.1명)에 이어 암 중에서도 두 번째로 높다. 특히 다름 암과 비교해 40세 이상에서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간암의 특징이다.

5년 생존률은 1기와 2기의 경우 각각 71.1%, 59.8% 수준이지만, 3기 25%, 4기 5% 미만 등 3기 이상으로 넘어가면 현저히 줄어든다. 문제는 국내 간암의 70~80%가 만성B형간염, 만성C형간염, 간경변증, 알코올 간질환 등이 원인이 되는 간세포암인데 대부분 초기단계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진단받은 환자의 60% 이상이 간절제술이 불가능한 3~4기에서 발견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생존률이 높지 않다는 얘기인데, 앞서 거론됐듯이 40세 이상 중장년층에서 급증하는 양상이어서 사회·경제적으로 부담이 매우 큰 암종이다. 한 통계에 의하면 2010년 간암으로 인한 국내 연간 경제적 부담은 약 3조4천억원 규모로 암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000년 약 2조3천억원과 비교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치료법은 어떤게 있을까.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에 따르면 간암치료법은 병기에 따라 다르다. 간경변증이 없는 간에 국한된 단일 간세포암의 경우 간절제가 1차 치료법이다. 간절제가 불가능하고 혈관침범이나 원격전이가 없는 특정환자는 간이식을 한다.

또 심한 간기능 부전이나 혈액응고장애가 없으면서 간절제술 등을 하지 않기로 한 환자에게는 국소치료법으로 고주파열치료술, 에탄올주입술 등이 사용되고, 최근에는 초단파소작술이나 냉동소작술도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시술법은 단연 경동맥화학색전술이다.

그러나 간문맥 등 주요 혈관으로 종양이 침범했거나 간 외 전이가 동반된 진행성 간암의 경우 이런 국소치료가 불가능하다. 세포독성화학요법제, 표적항암제 넥사바(소라페닙)와 같은 분자표적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옵디보) 등과 같은 전신치료 약물이 이 단계에서 치료대안이 된다.

렌비마, 넥사바 비교 무진행생존률 등 개선
감각이상증후군 등 부작용 보고도 더 적어

넥사바는 지난 10년간 간암 1차 전신치료약제로 주로 사용돼 왔다. 경구용 표적항암제인데 진행성 간세포암환자에게 2007년 처음 생존율을 향상시켰다. 수술  또는 국소치료가 불가능한 진행성 간세포성암(소아포함) 중에서 3기 이상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환자에게 급여 투약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29일 신장암치료제로 급여 등재돼 있는 렌비마가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그동안 수니티닙, 브리바닙, 라니파닙, 엘로티닙 등 다양한 약제들이 넥사바와 대조임상을 통해 치료영역을 넓히려고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반면 렌비마는 유일하게 넥사비와 비교해 전체 생존기간(OS)에 대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10년만에 넥사바 이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임상적 유의미성도 있다. 한국인이 참여한 다국가 임상인 'REFLECT'에서 렌비마는 넥사바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2배, 객관적반응률은 3배 이상 더 길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부작용 프로파일에서는 손발바닥 홍반성 감각이상증후군, 설사, 탈모 등의 이상반응이 더 적게 보고됐다.

렌비마 개발사인 에자이 한국법인은 간세포암 허가와 거의 동시에 심사평가원에 급여기준 확대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는 "치료옵션이 늘어나는 건 환자나 임상의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특히 손발바닥 홍반성 감각이상증후군은 심한 경우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울 정도로 심한 부작용인데, 이런 부작용을 줄였다는 점에서 렌비마는 기대할만한 약제"라고 했다.

2차약제 스티바가, 넥사바 실패 때만 급여투약

그렇다면 '반쪽짜리 희망'이라는 말은 왜 나온걸까. 진행성 분화 갑상선암 치료제로 이미 지난해 9월부터 급여를 적용받고 있는 렌비마는 이런 임상적 유용성 등을 근거로 급여 사용범위를 확대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투약의 연속성에서 생긴다.

1차 전신치료제는 치료에 실패하면 2차 전신치료제로 갈아타야 한다. 다행히 2차 전신치료제로 스티바가(레고라페닙)라는 신약이 지난해 7월 식약처 시판 승인을 받아 올해 5월부터 급여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약제는 '이전에 소라페닙(넥사바)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허가돼 있고, 급여기준도 여기에 맞춰 설정돼 있다. 렌비마의 '딜레마'이자 '반쪽짜리 희망'이라는 수식어는 여기서 비롯됐다.

스티바가 현 급여기준대로라면 렌비마를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급여화하더라도 실패한 환자에게 이후 치료대안이 없어서 임상현장에서 선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환자와 임상의사 입장에서는 연속적인 급여 치료가 뒷받침되지 않아 더 좋은 치료 옵션을 두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국내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치료제로 렌비마보다 넥사바를 우선 권고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2차 치료제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급여이슈와 같은 이유가 전제돼 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티바가 급여기준에 '렌비마에 실패한 환자'를 추가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허가범위를 초과해 급여 투약을 인정하려면 렌비마 실패환자에게 스티바가를 투여하는 게 효과가 있다는 임상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추가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이를 입증하는 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데다가, 넥사바와 스티바가가 동일회사 제품이라는 시장논리에 비춰보면 현실적이지 않다.

TKI 급여기준, 동일범주서 활용 사례 주목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첫번째 열쇠는 미국 AASLD 가이드라인에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렌비마 투여 이후에 스티바가나 옵디보를 투여한 임상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넥사바와 작용기전이 유사한 TKI(Tyrosine Kinase Inhibitor)를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걸 고려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넥사바, 렌비마, 스티바가는 모두 TKI제제다.

김도영 교수 역시 미국 가이드라인을 염두에 두고, "작용기전이 같은 약제이기 때문에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심사평가원도 신세포암 요법에서 인정한 유사사례가 있다. 2017년 1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에베로리무스 사례다. 종전에는 '투명세포암으로 수니티닙 또는 소라페닙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재발성 신세포암 2차 이상 구제요법'으로 급여기준이 설정돼 있었는데, 파조파닙 등장이후 '수니티닙, 소라페닙 또는 파조파닙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재발성'으로 변경했다. 심사평가원은 TKIs 교차투여 관련 질의응답에서 "파조파닙은 가장 늦게 개발된 약제로 타 TKI 제제와 큰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 심의된 TKI 제제 범주안에서 사용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 측은 "현재 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 중이다. 허가사항에 있어서 어려움은 있지만 어쨌든 전문가 의견 등을 폭넓게 수렴하면서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10년만에 새로 등장해 주목받고 있는 간암 표적항암제 렌비마. 이 약제가 '반쪽짜리 희망'으로 끝날 지, 아니면 '온전한 희망'이 될 지 판단은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의 몫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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