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에 전문학회 잇단 의견서

심사평가원 암질환위에 이달 세번째 상정

"이 시간에도 제 때 치료제를 쓰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이 운명을 달리하고 있다. 재발성·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는 재발이 반복되는 특성이 있는만큼 치료옵션이 있으면 임상의사 판단아래 적극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험등재가 늦어 못쓰는 상황이 생겨서 되겠나."

김기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지난 8월24일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 주최로 열린 '위험분담제 도입 5년, 평가와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이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 교수는 이날 "다발골수종은 현재 급여 제한으로 처방 선택권이 제한되고, 환자 맞춤형 처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적의 병용요법을 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비급여 약제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이날 발표에서 언급한 국내 시판허가는 돼 있지만 급여등재가 되지 않은 약제는 엘로투주맙, 익사조밉, 다라투주맙이 있다.

이중 면역항암제인 다라투주맙(자잘렉스주)은 다른 치료대안이 없는 삼중불응성(포말리도마이드 요법 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효과를 입증한 유일한 약제(4차치료제)여서 관심이 큰 약제다.

기자는 데일리팜 재직시절인 올해 4월 약제사례별 보험정책 이슈로 당시 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에 막힌 이 신약을 초점뉴스로 다뤘었는데, 반년이 다 된 지금도 그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김 교수 주장대로라면 이는 다잘렉스를 쓰지 못한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절박한 시간'이다. 기대여명이 최대 5개월 밖에 안되는 말기 혈액암환자들이 투여대상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해당 초점기사에서 몇가지 팩트들을 확인했었다. 다잘렉스는 지난해 11월2일 프로테아좀억제제와 면역조절제제를 포함해 적어도 3가지 약제로 치료받은 재발 또는 불응성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투약하도록 허가됐지만 1년 전에 이미 응급상황사용승인제도를 통해 국내에 도입돼 일부 환자들에게 투약돼 왔다.

식약처는 이를 통해 '생명이 위급하거나 대체수단이 없는 응급환자에게 쓰는 치료제'라고 인정한 셈이다.

다잘렉스는 임상현장 데이터와 단독요법 데이터 분석연구를 통해 생존율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다잘렉스 투여군 중앙값은 17.5개월로 대조군 5.1개월보다 12개월 이상 더 길다.

대체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포함)이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또는 치료법이 없고, 생존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약제에 적용되는 경제성평가면제 특례제도 요건에도 부합한다. 단일군 임상자료로 허가받았고, A7 3개국 이상에 등재돼 있다.

이에 앞서 한국얀센은 올해 3월12일 다잘렉스에 대한 '약제결정신청서'를 심사평가원에 제출했었다. 두 차례 임상근거 보완을 위해 자진 취하를 반복한 이후 세번째 도전이었다.

취재 당시 암질환심의위원회가 두번에 걸쳐 다잘렉스 급여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8월 1차 때는 단일군 임상자료로는 임상근거가 부족한데다가 현재 진행 중인 병용요법 임상결과가 기대된다는 이유를 들어서 수용하지 않았다. 2차 때인 올해 1월에는 한국얀센이 임상적 근거를 보완하기 위해 제출한 다발골수종연구회의 응급상황사용승인 연구 내부결과를 공식발표 자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 등록연구결과는 대한내과학회지를 통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잘렉스가 이처럼 암질환심의위원회 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급여등재가 지연되자 임상전문가들과 환자들의 신속 등재요구가 지난 6개월간 계속 이어져왔다.

한 환자는 청와대에 급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진행해 6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한국다발설골수종환우회와 한국다발성골수종환자연합회 등은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에 공문을 보내거나 인터넷을 통해 신속 등재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임상전문의들도 심사평가원에 급여요청 청원을 냈고, 대한혈액학회까지 나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다잘렉스를 기다는 사람들의 '뜨거운 6개월'이 지나온 것이다. 반가운 건 오는 10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 다잘렉스 안건이 상정되다는 점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본격적인 안건 심사 전에 다발골수종 임상전문의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기 다발골수종 환자에게 유일한 치료대안이면서 환자와 의사가 모두 '학수고대'하고 있는 다잘렉스주가 이번달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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