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식 백제약품 전 영업총괄이사

고 초당 김기운 회장
고 초당 김기운 회장

철없던 저를 중용하여 세상을 일깨워주시고 다독여 주셨던 회장님, 이제 편히 영면하세요.

차마, 제 입으로 회장님께 영면이라는 말을 꺼낼 줄 짐작도 못했던 터라 저는 아침 저녁으로 너무 쓸쓸합니다.

평소 100세를 넘겨 장수하시기를 마음 속으로나마 빌었던 저로선 99세에 타계하신 것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향년 99세가 아쉬워 전 '百에서 一빼면 白歲'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회장님.

종종 오후 4시경이면 당시 영등포지점장이자 영업총괄이사였던 저를 불러 세상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해주시던 두 가지를 잊지못하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때 회장님은 영어 공부를 하시고 계셨죠.

회장님은 온화한 표정에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이 이사, 세상을 살다보면 어러운 일에 처하기 전에 평소 전화도 하고 식사대접도 하면서 생활하는 습관을 길러야해. 어려운 일이 닥치고 나서 전화하고 식사 대접한다고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라고 하셨었죠.

그리고는 "이 지점장, 누구나 사업을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부도도 날 수 있고 하지만 절대하지 말아야 할것이 있어. 그건 바로 창고에 있는 재고 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혀를 깨물고라도 손을 대서는 안돼"라고 하셨었죠.

저에 대한 회장님의 기대가 무엇이었는지 지금도 가늠할 길이 없지만 저는 회장님의 그 말씀을 새겨듣고 좌우명처럼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금요일 영정 사진으로 회장님을 뵈었을 때 회장님은 예전 그 따뜻했던 표정으로 제게 또 다짐을 두는 듯 하셨습니다. 
 

이성식 전 백제약품 영업총괄이사
이성식 전 백제약품 영업총괄이사

회장님, 대한민국 의약품 유통의 개척자로 살아오신 회장님의 삶을 저는 한없이 존경합니다. 사업을 무리하게 하지 않으시면서도 대의명분이 뚜렷할 때는 담대하게 정면 돌파하시던 회장님은 저 이성식의 영원한 멘토셨습니다.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오늘 아침 당장, 회장님의 그 말씀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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