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사들 의구심 표명하는데

질본 "작년부터 준비...갑작스런 것 아냐"

질병관리본부(KCDC)는 최근 다국적제약사인 MSD와 백신 안정수급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제약기업과 처음 맺은 협약으로 민관 공동협력의 출발에 의미가 있다는 자체 평가도 내놨다.

그런데 국내 백신제조업체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히드뉴스]는 이런 반응이 나온 배경과 질병관리본부의 입장을 정리해봤다. 전후 스토리는 이렇다.

◆KCDC와 MSD 간 양해각서=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5일 오송청사 대회의실에서 국내외 백신제조 수입업체들과 필수예방접종백신의 안정적 수급체계 개선, 백신 연구개발 협력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가졌다. 각 회사 임원진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앞서 지난 달 26일 열렸던 공청회와 이번 간담을 통해 수렴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부의 백신수급 안정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16일 질병관리본부는 같은 장소에서 한국MSD와 '필수예방접종백신의 원활한 공급과 과학기술 교류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는 3년짜리로 앞으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국가예방접종 백신 공급, 백신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기술 투자, 과학적인 기술교류와 확대, 기타 양 기관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협력체계 구축 등에 대해 협력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MSD는 현재 MMR, A형간염, 폐렴구균(23가다당질), HPV 등 4가지 백신을 국가사업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의구심의 단초들=이에 대한 국내 백신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하면 이렇다. 질병관리본부와 백신업체 간담회는 지난 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질병관리본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간에 이뤄져 사실상 질병관리본부와 국내제조사간 회의였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인줄 알았던 국내제조사들은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수입사들과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는 이야기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전해듣고 주저하는 분위기였다. 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이런 입장을 반영해 질병관리본부에 다국적사와 따로 만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 측은 처음에는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가 '시간이 안된다'며 공동행사를 강행했다. 국내 제조사 측은 날짜는 같아도 시간대라도 달리하자고 재차 요청했는데, 이 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필수예방접종 백신 수급문제 해결에 국내사와 수입사가 모두 참여하는 간담회가 일견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내제조사들은 지난 15일 오후 간담를 가진 뒤 곧바로 다음날인 16일 오전 MOU를 체결한 건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이라고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한국MSD가 체결한 MOU 상 4종백신에는 MSD가 한국에 허가받은 필수예방접종백신이 모두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특히 국내 NIP(국가필수예방접종)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MSD가 공급하지 않고 있는 Hib와 수두백신은 이번 MOU에 빠졌다.

국내 제조사들은 질병관리본부의 이번 기획회의와 수급계약이 모양새를 갖추려면 간담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과도 MOU를 체결해야 마땅하다는 분위기다. MSD 외에도 장기 구매계약을 맺어 안정적으로 공급을 희망하는 회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와 MSD간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MOU에 대해서는 백신수급안정화 종합대책 발표와 별개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게 국내 제조사 일각의 목소리다.

◆KCDC 입장은?=질병관리본부 측은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이런 의구심들에 대해 꼼꼼히 해명했다. 우선 이번 간담회는 국가사업용 필수백신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업계에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였다. 따라서 취지상 국내사와 수입사를 함께 보는 게 의미가 있었다. 대신 따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개별면담 등을 통해 앞으로 충분히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도 당일 전달했다.

MSD와 MOU는 갑작스런게 아니라 지난해부터 협의돼 왔던 사안이었다. 간담회 다음날 체결된 게 공교로울 뿐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MOU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이야기해왔는데 MSD만 신청했고, 이번에 체결했다. 국내외 업체 어디든 원하면 앞으로 MOU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했다. MSD만 '콕' 찝어 협력관계를 맺은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또 "MSD MOU 백신에는 국가예방접종사업에 있는 자궁경부암백신, A형간염, MMR, 노인 폐렴구균 등이 포함돼 안정적인 수급확보 방안에도 합치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MOU는 1차적으로 MSD 보유 백신의 안정적 수급에 도움을 주고, 중장기적으로는 백신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을 우선공급 순위에 포함시키도록 협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새로운 백신 개발을 도울 기술교류에도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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