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질환위 거쳐 '특정가격' 등재...환자 보호방안 병행

서동철 교수, 항암신약 접근성 향상 방안 제안

항암신약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선등재후평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급여등재가 지연돼 돈이 없어서 항암신약을 쓰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한 보완조치로 제안된 것인데, 환자단체연합회가 주장하고 있는 방식과 거의 흡사한 모델이다.

특히 '선등재후평가'는 최소한의 재정을 투입해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슈다. 그동안 우려로 지적됐던 협상결렬에 따른 공급문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공급을 담보하기 위한 환자 보호조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제안도 포함돼 있다.

서동철 중대약대 교수는 21일 오전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과 박인숙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신약 접근성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항암신약에 대한 접근성 향상 방안-선등재 후평가를 중심으로'를 발표할 예정이다.

발제문을 보면, 서 교수가 제안한 선등재후평가 모형은 암질환심의위원회 평가이후 '특정가격'으로 선등재한 뒤, 후평가 절차인 비용효과성평가와 약가협상을 통해 최종 가격이 정해지면 '특정가격'과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특정가격' 선등재가 개입되는 것 이외에 다른 절차는 현 제도와 다르지 않다. '특정가격'은 A7조정최저가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이런 특례는 어떤 배경에서 제안됐을까. 서 교수에 따르면 암은 지난 30여년 간 국내 사망원인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국내 암사망자수는 7만6611명(전년대비 1.1% 증가), 신규 확진자수는 21만7057명이나 된다.

항암제는 암환자 5년 생존율 증가에 20% 가량 기여한다. 하지만 고가 항암신약 급여률은 3분의 1 미만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위험분담제도, 경제성평가면제 특례제도 등 예외적인 통로가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항암제 지출과 환자 요구도 간 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2014년 기준 암환자 수는 매면 11% 증가하고 있지만, 항암제 지출은 매년 5%만 늘고 있다.

이런 결과는 항암신약 급여등재 기간, 급여등재율 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서 교수는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의 '한국 암치료 보장성의 현주소(2016)' 자료를 인용해 허가이후 등재까지 기간이 OECD 평균은 245일인데, 한국은 평균 601일로 두 배를 훌쩍 넘는다고 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등은 다양한 신속등재제도 도입을 통해 암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제도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런게 없어서 발생하게 된 격차라는 것. 또 2009~2014년 국내 허가된 항암신약 34개 중 한국에서는 10개(29%)만 등재된데 반해, OECD 평균은 21개(62%)로 큰 차이가 난다.

또 같은 기간 FDA, EMA에서 신속허가된 항암신약은 35개인데 이중 한국에는 20개만 허가돼 있고, 이중 14개(70%)가 출시됐는데 이 가운데 3개(15%)만이 급여를 적용받고 있다.

서 교수가 제안한 선등재후평가는 이런 상황을 극복해보자는 취지다. 그러면서 이 제안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외국약가(A7+호주·캐나다) 비교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분석대상 약제는 항악성종약제(421)와 기타의 종양치료제(429) 중 비급여, 제네릭, 위험분담제 대상, 경평면제 대상, 부작용관리 대상, 국외 미등재 등에 해당하는 약제를 제외한 18개 성분 34개 품목이다. 분석기간은 허가일 기준 2007년 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로 했고, 등재일 기준 약가가 활용됐다. 또 해외가격은 각 국가 약가 자료원의 2017년 12월 기준 약가에 조정가, 조정 전 가격, 국내 등재시기 환율, PPP, CPI 등이 적용됐다. 분석대상지표는  Unweighted Price ratio, Weighted Price Index(Laspeyres, Paasche, Fisher) 등이 활용됐다.

분석결과 국내 약가를 1로 했을 때 조정가(A7평균가-최저가, A9평균가-최저가)와 환율을 이용한 9개국 약가비율은 1.02~2.05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제외국가격과 국내 약가차이에 사용량을 대입한 재정영향 분석에서는 A7평균가를 적용하면 연간 약 1373억원의 재정이 더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A7최저가를 적용하면 87억원으로 차이가 대폭 줄었다. A9평균가의 경우 1223억원이 더 소요되는 데 반해, A9최저가를 적용하면 11억원이 오히려 감소했다.

서 교수는 "해외의 경우 선등재후평가, Cancer Drug Fund 등 다양한 신속 급여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제약사가 선등재 가격과 평가 차액을 환급하는 경우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선등재후평가는 건강보험 재정 중립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환자들의 항암신약 접근성을 향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후평가 결과에 대한 제약사 수용여부와 공급 지속성 등 환자 안전장치에 대해서는 "기존 위험분담제 계약과 해외 사례에서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 후평가 이후 공급을 지속한다는 조항을 계약에 추가하면 기존 환자들에게 공급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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