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배 대표, 임선민 허재회 김윤섭 상임고문....4명경력 150년 이상

임선민 허재회 상임고문(뒷 줄 왼쪽과 오른쪽)과 김윤섭 고문(앞줄 왼쪽)과 김지배 대표(앞줄 오른쪽).

자기 분야에서 커리어 하이(Career High)를 찍은 영웅들이라도 은퇴를 하고나면 꽤 빠르게 잊혀진다. 청년 못지 않은 열정과 청년이 갖지 못한 '천근만근'의 역량을 가졌지만, 이를 저울에 달아주고 귀하게 받아주는 곳은 드물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자리에 '손자 손녀'의 재롱사진이 걸리고 나면, 영웅들의 이름은 시간의 흐름 속에 흑백 사진처럼 흐릿해 진다. 영웅들을 높여 봤던 관객들은 그들을 잊고, 영웅들은 화려했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우울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곳은 특별하다. 직장인으로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머물렀던 '4명의 영웅들'이 사랑방처럼 꾸려가는 송암에치칼엔  우정과 여유가 흐른다.

14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뱃길에 자리잡은 송암에치칼을 방문했을 때 모두 합쳐 직장 경력이 150년은 족히 넘는 그들은 믹스 커피를 나눠 마시며 상담 받으러 온 외부 손님들에게 자신들의 역량을 열정적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김지배(69) 대표이사를 비롯해 허재회(70), 임선민(71), 김윤섭(71) 상임고문은 JW 중외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유한양행을 진두지휘 했던 입지전적 인물들. 모두 내로라 하는 제약사 CEO였다. 그 때 그들의 말과 행보는 그 자체로 뉴스였다.

2000년 초반 제약협회 거래질서대책위원으로 같이 활동하는 등 현업에 있을 때부터 남다른 친분을 다져온 이들은 함께 송암에치칼을 차렸다. 자신들의 역량을 사회에 기여하려는 목적 5할, 인생과 우정을 나누려는 목적 5할이었다.    

"재미로 (송암에치칼을 )하고 있어요, 사랑방 같은 곳이죠." 김윤섭 고문의 말에 나머지 3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 고문은 "최근에 정식으로 합류해 막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누가 대표시죠?"라고 물었을 때 "제일 어린 사람이 하라고 해서 내가 대표하고 있어요." 김지배 대표이사가 은근한 미소를 띠며 이야기에 동참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대표이사 말 잘 들어요. 꼼짝도 못하죠. 잘 못하면 야단 맞아요"라는 임선민 고문의 말에 김지배 대표는 "다들 바빠서 야단칠 시간이 없어요"라며 웃었다. 

실제 김지배 대표는 휴온스 감사로 주 3일 근무하며, 임선민 고문도 알보젠 감사로 월수금 출근한다. 오래전 의기투합했지만 유한양행 자문역으로 2년간 연을 맺다 최근에서 합류했다.

송암에치칼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일까. 임선민 고문은 유통업으로 브릿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와 저 회사간 아쉬운 부분을 연결하고, 산업발전에 일조하겠다는 생각으로 자신들의 역량을 자산삼아 외부 컨설팅도 한다.

이들은 "역지로 돈벌이를 만들지 않지만 기회가 되면 마다할 이유도 없다"면서 "직접 뛰어다니면서 매출 올리지는 않고, 브릿지 역할, 컨설팅, 어드바이서 이런 걸 한다고 보면된다"고 말한다.

허재회 고문은 "김지배 사장님이 (제약사에서) 개발을 했었으니까, 우리 회사 제품만들어서 영업 잘하는 곳에 줘 윈윈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접 영업을 하지는 않지만, 시장을 나름대로 알수 있어서 개발하고, 이를 영업 잘 하는 곳에 주는 것이니까 영업을 안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지배 대표는 "빨리 제품 개발하라는 압력이 크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전문언론 히트뉴스의 길을 대 선배들에게 물었다. 김지배 대표는 "전문지들이 헬스케어 분야에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 앞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일 중심으로 다루는데, 우리 제약업계가 왜 일본처럼 발전을 못했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과거에서 배우는 이야기도 다루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일본은 M&A를 통해 규모를 키워왔다"고 허재회 고문이 말을 받았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그런 기회는 많았었는데 그게 잘 안됐다. 바깥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런 게 다 무산됐으니까..."라고 아쉬워했다. 김 대표와 같은 말이었다. 운전을 잘하기 위해 백미러도 잘 보자는 이야기로 들렸다. 

이날 대화는 향방없이 흘렀다. 히트뉴스를 언제 만들었느냐, 왜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비롯해 기업가의 행운과 사주팔자, 주식 투자이야기, 정치이야기,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산의 차이점, 코타키나발루로 이민가 사는 친구이야기, 송암바이오로 회사명칭 개명은 어떠냐는 돌발 제안까지 사랑방의 소재는 끊이지 않았다. ROTC 선후배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아 함께 식사하며 나누는 이야기엔 독설이라곤 없었다. 견해가 다를 법한 이야기에 공감하면 덧붙이고, 견해가 다른면 경청만 했다. 사업파트너라기보다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격려가 되는 친구들의 모습으로 보였다.

"브라보 유어 라이프" 

정리=박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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