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제약?바이오 연구원이 말하는 신약개발 회사 투자법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제약?바이오 연구원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제약?바이오 연구원

"저는 D제약 투자자입니다. 얼마 전 D제약이 서울A병원으로부터 빛을 조사해 암을 치료하는 기술을 이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 궁금합니다."

'제약바이오 주식의 미래를 묻다'라는 주제의 투자세미나가 이투데이 미디어 주최로 7일 한국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개최됐다. 제약?바이오 주식 투자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내듯 이날 세미나에 100여명 이상이 참석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한 참석자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제약?바이오 연구원에게 질문했다.

선 연구원의 대답은 단호했다. 신기술만 보고 투자하는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선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질문자가 (위 신기술만으로 D제약에 투자했다면) 매우 위험하다. D제약이 이전 받은 기술은 현 상황에서 평가할 수 있을 만한 위치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엔 벤처캐피탈(VC)들이 신기술 평가의 주체였지만, 현재는 개인 투자자들이 신기술에 소식을 듣고 투자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신기술에 대한 미래 시장성 판단은 그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 연구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신약개발 회사들에 대한 올바른 투자방식'을 주제로 발표했다. 히트뉴스는 선 연구원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제약?바이오 주식을 투자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해 봤다.

▶ 글로벌 제약사가 관심 있는 기술은=아직 신약개발 과도기에 서있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이다. 즉,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가 필요로 하는 신약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선 연구원은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기술수출 한 에페글레아타이드의 사례를 언급했다.

선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에페글레아타이드를 기술수출하기 위해 철저한 전략 하에 움직였다. 2015년 사노피는 기저 인슐린 치료제 '란투스'가 특허가 만료된 상태였고, 이를 대체할 신약이 필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는 미국 당뇨병학회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학회에서 에페글레아타이드에 대한 포스터를 다수 발표하면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선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는 키트루다, 옵디보로 유명한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투여 할 수 있는 항암제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 내가 투자하는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쟁사는=선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IR(기업활동) 발표에서 해당 기업과 경쟁사를 비교하는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같은 질환에 대한 신약 개발에 뛰어난 경쟁사의 임상 데이터를 주시해야 한다는 것. 선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기술 반환 역시 글로벌 경쟁사와의 역학관계를 파악하지 못 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선 연구원은 "올무티닙 기술 반환이 이뤄질 당시, 이를 미리 예견하고 기술 반환이 이뤄지기 직전에 한미약품을 주식을 매도한 회사가 있었다. 합법적인 매도였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어떻게 한미의 기술 반환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간단했다. 같은 임상 2상 데이터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는 오시머티닙에 대해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가 있었고, 한미약품은 이에 상응하는 임상 데이터가 없었다. 이 회사는 이러한 임상결과를 토대로 주식 투자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임상 데이터' 제대로 보자=임상 1상, 2상, 3상, 시판 후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4상까지 거치기만 하면 될까? 4상을 무사히 통과한 신약은 모든 환자들에게 널리 처방될 수 있을까? 선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선 연구원은 "임상 3상 단계 물질부터 시판 후 시장에서 파급력과 기대매출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 CAR-T를 비롯해 제약?바이오에서 급부상하고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임상결과 역시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 연구원은 “CAR-T 치료제는 효과가 높음과 동시에 부작용으로 환자를 '사망'에 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바티스의 킴리아는 소아?청소년 백혈병 완치율이 83% 이르는 임상데이터를 가지고 있어 FDA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약을 처방하는 주체는 의사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혁신적인 치료제가 의사들이 판단하기엔, 기존 화학?바이오 의약품보다 눈에 띄게 우월한 효과가 없다면, 의사들은 새로운 치료제보다 기존 치료제 처방을 선호한다. 이미 수년간 축적된 임상데이터가 있는 화학?바이오의약품 대신 세포치료제나 유전자 치료제가 환자에게 처방되기 위해선 킴리아와 같이 드라마틱한 임상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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