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안팎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사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안팎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사들

[칼럼] '양질의 일자리' 자긍심 갖고, 청년들을 품자

2018년 9월7일 AM7 여의도 공원. 양복으로 말끔하게 차려입은 청년 수 십 명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들은 인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리는 '2018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 박람회'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짠하고, 뭉클하고, 먹먹했다. 불현듯 옛 기억이 되살아 났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89년에 펴낸 에세이가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시절, 오늘 날보다 일 자리 상황이 나았던 시절이었지만, 나는 매일 아침 암담한 기분으로 깨어났다. 온 종일 고립감에 빠져있다가 다시 책상에 앉아 정성들여 이력서를 쓰곤했다. 이력서에 붙은 증명 사진과 눈길이라도 마주칠 때면 내 자신이 측은했고 공연히 사회가, 사람들이 미웠다. '넌 실력 있으니까 곧 될거야, 자 마시자'라던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의 위로는 씁쓸했다. 여의도 공원의 청년들이나, 1990년 나에게 진정한 격려와 위로란 일자리였다.

이날 오전 9시 무렵 대한민국 제약산업계 최초 인재채용 박람회의 문이 열리자 일 자리에 목마른 청년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몸이 부딪히지 않고 지나다니는 것은 불가능 했다. 행여 그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다시는 부스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50곳 가까운 제약바이오사들은 부스에서 청년들을 맞았고, 상담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대기 번호표를 나눠 줬다. 대기표를 받은 청년들은 박람회장 주변을 서성이거나 다른 행사를 기웃거렸다. 이 광경을 본 제약바이오사 CEO 등 관계자들도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현장을 보며 깜짝 놀랐다. 제약회사 한 임원은 "언론에서만 듣던 청년일자리 문제를 현장에서 본다"며 "나라가, 산업이, 기업이 이 청년들을 어떻게 품어야할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공감했다. 9시30분 개회식 내빈으로 온 범정부 관계자들이나 제약바이오 CEO들도 아마 한마음이었을 것이다.

박람회가 열리기 전까지 제약바이오산업계도 미처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첫째, 우리에게 그저 일상일 수 있는 제약바이오산업계의 일터가, 그토록 일하고 싶어하는 이 땅의 젊은 그들에겐 '간절한 희망'이라는 사실이다.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희망으로 비쳐질 때, 나도 걸맞는 책임감으로 화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젊은이에 대한 기업의 책임감이란, 양질의 많은 일 자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 째는 긍정적인 우리들의 모습을 비로소 보았다는 점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어느 산업보다 고용이 있는 성장을 하고, 그로인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 평균 고용증가율은 전 산업평균(1.3%)을 두배 이상(2.7%) 앞서고, 청년고용률이 증가한 기업 역시 평균의 두배에 가깝다. 정규직은 전체 일자리의 95%에 달한다. 정규직의 전 산업 평균 67%가 말해주듯 이런 산업은 매우 드물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산업, 바로 제약바이오산업이다. 이제 가슴을 펴고 자긍심을 가져도 좋지 않겠나. 따라서 2018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채용 박람회의 마지막 메시지는 명확하다. "내년에 더 좋고 많은 일자리로 다시 만납시다."     

정부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 일 자리가 최고의 복지인 시대, 어느 산업군보다 좋은 일자리를 꾸준히 제공하고, 저수지처럼 고용을 유지해주는 곳이 제약바이오 산업이란 사실을 말이다. 최근 신약개발 기술수출을 통한 국부 창출이나,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신약개발이 한창이다. 이 같은 시도들이 성과를 내게되면 미래 일자리가 훨씬 더 늘어날 것은 뻔한 이치다. 정부는 매출액대비 R&D 투자가 제일 우수한 제약바이오산업, 다양한 분야와 전문성 높은 일자리가 많이 필요한 제약산업을 집중 지원해줘야 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은 2020년대 17만명의 직접 일자리에다, 연구 임상 유통 등 연관 일자리 30만개 창출이 가능하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젊은이들은 물론 대한민국에게도 '희망의 산업'이다. 산업계도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야 하지만, 자긍심을 손상하는 잘못을 시정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청년들의 요구와 국민들의 요청은 투명한 의약품 거래와 인간존중이 공기처럼 흐르는 기업문화 일 것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완결형은 있을 수 없다. 준비하고 시행하고, 준비하고 시행하며 나아지는 과정이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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