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교수, 사례 발표...공익적 임상연구 필요성 강조

서울성모병원 환자 674명 치료중단 가능
다기관 연구서 약제비 84억원 이상 절감

만성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이매티닙)으로 치료를 받다가 투약을 중단한 환자 156명 중 99명이 1년 이상 질병이 재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4년째 치료를 중단하고도 재발하지 않은 환자도 있었다. 이는 혁신적인 표적항암제를 통해 만성백혈병을 완치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능하게 한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김동욱 혈액내과교수(혈액병원장)는 16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주관으로 열린 '환자중심 공익적 임상연구 확대를 위한 토론회(임상연구, 의약품 시판 후에도 필요하다)' 토론회에서 '표적항암제 글리벡 복용중단 사례를 통한 공익적 임상연구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백혈병치료 분야에서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석학 중 한 사람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제 표적항암제 중단연구는 284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현재 25개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KIDS: 암 진단-치료 중개융합연구, 2010~2015)으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중심이 돼 15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연구가 진행됐었다. 이 연구에는 3년 이상 글리벡을 투여받은 치료군 중 2년 이상 완전유전자 반응이 나타난 환자 156명이 참여했는데, 이중 57명이 재발했고, 나머지 99명은 치료중단을 이어가고 있다.

1차 중단 후 재발이 없는 환자의 중단 이후 경과기간은 1~2년 2명, 2~3년 15명, 3~4년 22명, 4~5년 17명, 5~6년 17명, 6~7년 9명, 7년 이상 17명 등으로 분포했다. 2001년 11월20일 진단됐다가 글리벡 투여 후 2004년 8월부터 치료를 중단한 남성환자는 국내 최장기 중단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또 1차 중단으로 질병이 재발해 글리벡을 재투여했다가 2년 간 완전유전자 반응이 나타난 환자 중 21명이 2차 중단 연구에 참여했는데 이중 9명이 재발하지 않았다. 나머지 재발한 12명은 글리벡 재투약 이후 전원 완전유전자 반응이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만성백혈병이 혁신신약을 투여해 정복 가능한 질병영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더불어 약제비 절감도 기대할 수 있었다. 현재 만성백혈병에 쓰는 표적항암제의 환자 1인당 연간 약제비는 글리벡 1617만원, 슈펙트 1946만원, 스프라이셀 2429만원, 타시그나 2876만원 수준이다. 

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5년간 정부연구비 10억원) 연구에서 글리벡 투여를 중단한 환자들의 경우 약제비 84억원 이상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액 절감액이다.

이처럼 연구성과 뿐 아니라 약제비 절감에 기여했는데도 불구하고, 이후 2015년과 2016년 각각 제안된 '차세대 백혈병 표적항암제 반응성 연관 NK/T-세포 자가면역능 및 초미세잔류백혈병의 역할 규명을 위한 다기간 임상연구'(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 공익적 다기관 암 임상연구), '백혈병 코호트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면역세포치료법 개발'(암정복추진연구개발사업: 암 중개융합연구) 등은 모두 정부과제로 선정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충분한 연구자료가 없어서 아직도 환자는 불안해 한다면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했다. 가령 '어떤 환자를 안전하게 중단할 것인가', '얼마나 오래 사용하다가 중단할 것인가', '중단보다는 저용량?, 또는 반복중단은?', '면역능을 강화시킬 방법은 없는가', '미세한 잔류백혈병세포를 쉽게 찾는 진단법은?'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만성백혈병과 관련한 공익적 임상연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정상인과 수명이 비슷한 장기 생존자 급증 ▲고가 표적항암제 평생복용 시 건보재정에 치명적 ▲장기간 투약에 의한 부작용을 감소해 삶의 질 향상에 도움 ▲젊은 여성환자에게 희망을 줄 안전한 임신/출산법 제시 ▲효과 좋은 차세대 표적항암제 중단연구 필요 ▲다른 질환의 근거창출 건보재정 절감연구 모델 제시 등을 꼽았다.

한편 김 교수는 올해 4월30일 현재 서울성모병원에서 1458명의 환자들이 표적항암제로 치료받고 있다고 했다. 2017년 기준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5803명인 점을 감안하면 4명 중 1명(25.1%)이 서울성모병원을 통해 표적항암제를 쓰고 있는 셈이다. 

약제별로는 글리벡 580명(40%), 슈펙트 323명(22%), 스프라이셀 273명(19%), 타시그나 232명(16%), 애시미닙 22명(1%), 이클루시그 18명(1%), 보슬립 10명(1%) 등으로 분포했다. 김 교수는 이중 674명(46%)의 환자가 공익적 연구로 치료중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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