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음모론, 증거 불충분해
'오버슈팅'된 제약바이오 주가, 기업 가치로 재편돼야

JP모건은 국내 의약업계에서 익숙한 이름이다. 꼭 돈을 융통하고 투자와 관련된 일로 그런 것이 아니다. 2015년 한미약품의 신약 기술수출 대박 사건 이후 그렇게 됐다. 글로벌투자은행인 JP모건은 매년 1월 미국에서 전 세계 헬스케어 기업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지구촌 최대의 '헬스케어 콘퍼런스(conference)'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JP모건(한국)이 최근 느닷없이 리포트를 내어 셀트리온 주가에 경종을 울렸다. 이 리포트가 지금 증권시장을 '들었다 놨다' 하고 있다. 셀트리온 그룹도 이에 대해 이례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반증이다. 증권가에서는 리포트의 '겉과 속'에 대한 이유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JP모건은 지난 9일 셀트리온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축소'로 조정했다. 매도를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목표주가'도 종전의 23만7000원에서 19만원으로 낮췄다. 19만원은, 리포트 발간 전일(8일), 셀트리온 종가 31만8000 원 보다도 40.25%나 낮게 할인된 금액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서도 JP모건의 견해는 셀트리온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JP모건은 주된 이유로 ▲EU(유럽연합) 내 시장점유율 증가 둔화 ▲바이오시밀러 업체 간 경쟁 격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불확실성 등을, 표면적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가(家)의 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는 소상히 반론하고 있다. 지난 10일 두 개의 입장문을 연달아냈다. 요지는 다음 13개 항목으로 정리된다(괄호 안 내용은 기자의 주석).

▲JP모건의 보고서는, 경쟁사 대비 부정적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짜 맞추기식 내용으로 구성됐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신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자료임.

▲JP Morgan은 자체 실적 추정치를 바탕으로 2021년 예상실적 기준 주가를 평가하면서 동 보고서상 상장 경쟁사A는 PER 158배, 셀트리온은 76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7배로 계산하고서도, 투자의견은 PER이 낮은 셀트리온 및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비중축소', PER이 훨씬 높은 경쟁사A는 '중립'으로 제시하고 있음. 목표주가 또한 경쟁사A는 전일(8일) 주가보다 높게 제시하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일(8일) 주가 대비 각각 60%, 68% 수준으로 (할인하여) 제시함.(PER, price earning ratio 주가수익률, 주가÷주당순이익, 통상 PER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주가가 고평가된 것이고 낮으면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음) 

▲영구성장률(기대성장률)은 가정치에 따라 주당 가치 산정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음. (그런데 JP모건은) 영구성장률 가정치를 셀트리온은 4%, 경쟁사A는 6%로 가정하고 있음. 만일 셀트리온의 영구성장률을 6%로 볼 경우, 셀트리온의 주당 가치는 40만 원 이상으로 크게 오르게 됨.

JP모건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영구성장률 가정치를 6%로 적용했지만, (이 가정치를 산출하기 위해 사용한) 미래현금흐름 추정에 대한 전제는 (본) 회사가 동의할 수 없는 전제이며, (또한) 동일한 환경에 처한 보고서에 언급된 비상장 경쟁사B(상장 경쟁사A의 관계기업) 대비 극히 보수적인 전제를 사용하여 (본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을 추정함.

▲셀트리온과 관련하여, 경쟁심화로 인한 마진 압박 및 원가경쟁력 악화(가 있을 것이라는 JP모건의 견해에 대한 반론) 

유럽의 시장점유율 추이를 보면 경쟁 제품들이 등장함에도 셀트리온 제품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 또,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 중에서도 화이자, 암젠, 머크 등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도 속출하는 등 이미 시장이 소수의 선도기업 위주로 정립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힘듦.

셀트리온은 또한 1공장 증설을 통한 구조적 생산성 개선, 생산 간격 축소, 주요제품에 대한 수율 개선, 신규제품 개발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등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적으로 실현하고 있어 시장 경쟁력 확보에 어느 누구보다도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음.

▲'Late movers'(후발주자)에 대한 가격 인하 압박 우려(에 대한 반론) : 파이프라인 제품들이 시장진입이 늦어 가격인하 압박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타당치 않음.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고농도제형 퍼스트무버 제품이며, 졸레어,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도 모두 퍼스트무버 제품임.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도 경쟁사 개발속도가 약간 빠르지만 특허만료가 2025년이기 때문에 출시시점은 동일할 것으로 예상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상업적 성공 불투명 주장(에 대한 반론) : 셀트리온은 현재 항체치료제 개발 선두그룹에 속한 상태에서 원숭이 대상 동물실험에서 투약 24시간 만에 바이러스가 소멸되고 건강한 사람들 대상으로 한 1상 투약을 마치는 등 순조롭게 개발 작업을 이어가고 있음.

또한, 현재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 수요가 엄청날 것이며 하나의 회사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닌 개발 성공자들이 충분한 점유율을 나눠가지는 형태가 될 것이므로 경쟁 상황을 우려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음.

수익성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항체치료제를 국내시장에서는 원가에 제공할 계획이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충분한 마진을 두고 판매할 예정이라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고 있음. 또, 자체 대량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어 원가경쟁력에 있어서도 타사대비 우위에 있음.

▲코로나19 진단키트 제품 낮은 매출 잠재력(주장에 대한 반론) : 진단키트도 현재 전문업체와 협력해 항원진단키트 2종, 항체진단키트 1종을 순조롭게 개발하고 있음. 특히, POCT 방식의 항원진단키트 '샘피뉴트(Sampinute)'는 당사의 진단 항체 기술과 BBB의 전기신호를 이용한 독창적인 진단 기술을 통해 빠르고 민감도 높은 진단이 가능해 미국 등 주요시장에서 수요가 높아 긍정적 수익성이 예상되고 있음. 셀트리온은 이들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향후 바이오시밀러 제품과 연계한 제품 솔루션도 개발할 예정이어서 장기적 수익성도 기대 가능함.

▲셀트리온헬스케어 관련, (JP모건의) 미국 트룩시마 점유율 추정에 대한 오류 : (JP모건의 이번) 보고서는 2020년 미국 트룩시마의 시장 점유율을 16%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근거하여 트룩시마의 매출액도 3,200억원으로 추정함. 그러나, 트룩시마는 출시 9개월 만인 7월에 이미 시장점유율 19.4%를 기록했으며, 2020년 상반기에만 이미 매출액 2천억 원 이상 달성함. 또한, 미국 최대 사(私)보험사인 United Healthcare에 10월부터 선호의약품으로 등재될 예정으로 향후 추가적인 매출 성장이 기대 됨.

▲(JP모건 보고서에) 램시마SC 매출 추정 근거의 미제시 : 현재 유럽에서 판매되고 있는 램시마SC가 올해 7월 Infliximab의 수요가 제일 많은 AS, IBD 등의 적응증을 획득하여 9월부터 판매가 시작될 예정임. 그러나 동 보고서에는 적응증 확대에 따른 시장 확대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2021년 상반기 허가 및 출시가 예정된 캐나다 시장에 대한 추정이 반영되지 않았고, 가장 큰 시장인 2022년 하반기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 및 판매가 예상된다는 주요한 가정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결과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매출 추정임.

▲(JP모건 보고서에) 향후 포트폴리오에 대한 매출 미반영 : 2021년 및 2022년에 출시 예정인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와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가 First Mover가 아니라는 이유로 매출 추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나, 예를 들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세계 최초 고농도 제형으로 제품 경쟁력 및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시장 확대 가능성이 높음. 그 외 후속 제품에 대한 시장 확대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음.

▲(JP모건 보고서의) 재고자산 추정의 오류 : 재고 자산 추정에 있어 그 근거가 불명확한 것 같음. 이 추정에 의하면 2018~2022년 동안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 판매하는 램시마SC 매출액은 1.84조원이고,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원가 수준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보수적으로 가정하더라도 2022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램시마SC의 재고는 1조원이 되어야 함. 그러나 동 보고서에는 1.89조원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이 램시마SC로 추정되어 있음.

▲동종기업과의 미래현금흐름 추정 시 성장률, 이익률 등 주요 가정의 차이 : (JP모건) 보고서상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동일하게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쟁사A는, 당사와 동일한 시장 환경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성장과 이익률이 경쟁사A 대비 낮게 측정됨에 따라 기업가치가 현저히 낮게 산정됨. 또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경쟁 심화에 따라 직접 판매망을 구축하여 매출 및 이익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나, 경쟁사A는 자체적인 판매 인프라 없이 유통사를 통한 간접 판매만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 산정에는 이러한 요소가 고려되지 않았음.

▲합병에 대한 비합리적 추정 : (JP모건) 보고서는 서정진 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유리하게 합병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였음. 그러나 동 합병 절차는 (본) 회사나 최대주주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들이 동의하면 합병으로 인해 최대주주에게 막대한 세금 부담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진행할 것임. 또한, 합병 비율을 맞추기 위해 양사의 실적이나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2008년 양사가 판매권 기본계약을 체결한 이래로 공정거래법과 세법에 따른 이익분배비율 역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음. 또한, 양사 모두 체질 개선에 집중하여 온 결과 올해에는 매 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향후 양사의 사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음. 합병에 대한 비합리적 추정으로 인하여 서정진 회장 개인 및 기업의 명예 훼손이 우려됨.

이와 같이, 셀트리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주목하는 이유는, 수년째 국내 신규 상장 종목 중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바이오 코리아'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큰 물줄기의 시원(始原)이 '셀트리온'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요즘 별다른 악재가 발생되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임상과 세계 8~9위권인 일본 다케다약품공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 제품 사업권 인수 및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그룹 합병 계획 등, 호재성 정보가 있었다. 또한, 올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매출액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그런데 JP모건은 왜 그랬을까? 표면적 이유 이외 혹시 숨겨진 진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증권시장에서는 △'공매도 음모론'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참에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적정주가에 대한 옥석이 구분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공매도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쇼트커버링, short covering)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써, 차익을 얻는다. 주가가 떨어져야만 이득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방법에는, 공략하고 싶은 기업체의 경영상황을, 나쁜 상태로 판단되도록 의도적으로 그럴듯하게 조작함으로써 주가가 떨어지도록 시세 조종을 하는데 악용될 수 있는, 치명적인 단점이 내재돼 있다.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JP모건의 셀트리온 주가폭락예상 리포트에 대한 조사요구' 청원이 올라와 있다.청원기간은 9월 1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다.

하지만 JP모건 리포트의 '공매도 음모 획책'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가 6개월 더 연장돼 2021년3월15일가지 연장됐기 때문이다. JP모건이 지금 공매도에 배팅할 수 없게 돼 있다. 내년 3월까지 공매도를 하지 못하는데 그걸 위해 JP모건이 지금 공매도 조장 리포트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한국거래소 공매도 종합포털을 보면, JP모건은 최근 1년간 셀트리온의 공매도잔고 대량 보유자 명단에서 빠져있다. 자본시장법에 의하면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는 공매도 잔고가 상장 주식 수 대비 0.5% 이상이거나 10억 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하는데, JP모건은 어느 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를 보면, 설혹 JP모건이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 기준' 바로 아래에 해당되는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하더라도, 리포트로 주가를 떨어뜨려 '쇼트커버링(주식을 되사서 갚는 행위)'해서 얻는 이득은 얼마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JP모건이 이번 공매도 음모의 주체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적정주가에 대한 옥석이 구분돼야 한다'는 여론에는 공감한다.

코로나19로 제약바이오업계의 경기가 일반적으로 침체됐지만, 상장 제약바이오업체들 중 코로나19 치료와 관련된 임상 소식만으로, 관련된 수많은 업체들의 주가가 '묻지 마'식으로 상종가 치면서 2~3배씩 폭등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업 가치보다, 저금리시대에 부동산규제 등으로 풍부해진 시중 자금유동성과 공매도 금지 및 K-뉴딜정책 등과 같은 '증권시장 친화적 정책'에 편승해 코로나19 테마주들이 오버슈팅(overshooting, 시장가격의 일시적 폭등 또는 폭락)된 측면이 없지 않다. 차분히 기업 가치를 찾아가야 한다.

불공정거래행위의 가능성이 의심되지 않는다면, 증권사가 매도 견해를 밝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매도 견해를 수용할 것인지 결정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JP모건의 리포트와 관련된 국민청원의 참여인원이 기간 내 과연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 명을 넘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셀트리온 형제가의 리포트에 대한 반론으로 조목조목 나열된 내용들이 필히 진실이고 반드시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공매도를 잠재우고 승승장구할 수 있다. 

셀트리온 역사에서 신뢰를 받지 못한 사건은 대주주가 석연찮은 이유로 주식을 몽땅 팔겠다고 공언한 후, '투자자들이 그러면 안 된다' 하는 것을 명분삼아 번복한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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