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강화되자 "지금도 밀리는데..." 볼멘소리

제약회사 2곳의 식음료 판촉장면. 어느 쪽이 1만원 이하일까요? 현장에서 규약은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제약회사 2곳의 식음료 판촉장면. 어느 쪽이 1만원 이하일까요? 현장에서 규약은 여전히 애매모호하다.

KRPIA(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전문의약품 관련 판촉물 제공을 내년부터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다국적사 영업사원들은 국내업체와의 판촉경쟁에서 지금 보다 더 밀릴 처지에 놓였다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다국적사에 근무하는 K씨는 “현장을 뛰다보면 국내업체들에 비해 다국적사들이 비용지출을 더 타이트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판촉물이나 식사접대 등 측면에서 지금도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내년부터는 판촉물까지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국내사들이 똑같이 규정을 지키는게 아닌데 이거까지 막으면 어떻게 영업을 하라는건지 솔직히 막막하다”고 말했다.

KRPIA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세계제약협회(IFPMA)의 규약개정에 따른 것. 내년 1월 발효 예정인 IFPMA 규약은 전문의약품 관련 판촉물(Promotional aids)을 전면 금지하고 필기에 필요한 펜이나 메모지 정도만 회사 로고를 넣어서 제공하는 선에서 허용하고 있다. 또 경조사비 등 관례적 선물(social courtesy gifts) 까지 명문화해서 금지하고 있다.

KRPIA 지침을 적용한 일부 다국적사들이 내부 판촉 가이드라인을 벌써부터 강화하면서 이 같은 불만을 얘기하는 영업사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복수요양기관 대상 제품설명회일 경우 5만원까지 허용되던 판촉물 현재 기준도 아예 1만원 이하로 일찌감치 낮춰 잡은 회사도 있다. 또 개정 규약에서 허용하는 펜이나 메모지에 대해서도 아예 구입가격을 정해 통제하기도 한다.

또 다른 다국적사 법무담당 G씨는 “내부적으로 판촉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는데, 최근들어 1만원 이하 판촉이 뚜렷이 늘어나는 경향이 발견됐다”며 “상대적으로 터치가 덜한 금액기준인 1만원 이하 판촉으로 영수증 처리만 한 것인지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일명 ‘영수증 쪼개기’를 했는지 총액기준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인데, 1만원 이하의 경우 횟수나 지출보고서 제출 같은 제한사항이 없기 때문에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구매내역을 바꿔 개당 단가를 1만원 이하로 맞춘 영수증을 발급받는 것은 흔히 이용되던 방식이다.

낱개로 과일 등을 산 것처럼 영수증을 끊고 온전한 1박스를 만들어 명절선물로 쓴다던지, 드론 같은 고가의 완구류를 조립 단계별로 나눠 방문(제품설명) 때마다 가져다주는 기발한 아이디어(?)는 판촉기준이 명확해질수록 나타나는 우회로로 여겨진다.

제약회사 판촉물 및 전문 쇼핑몰.
제약회사 판촉물 및 전문 쇼핑몰.

직접적인 수치비교는 불가능하지만 내부통제 수준이 높은 국내 상위업체들도 중소형 제약회사의 판촉활동을 언급하며 비슷한 불만을 제기한다.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인 ISO37001을 도입한 국내 상위업체 영업사원 K씨는 “1만원 이하 영수증을 끊으려고 다니는 회사 영업사원들은 그나마 내부적으로 통제가 강한 회사”라며 “지점비 등 명목으로 현금이 지급되는 회사들이 아직도 있기 때문에 그런 회사들과 단순 판촉으로 경쟁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K씨는 전문의약품 판촉물을 금지하는 다국적사의 기준이 국내사에도 적용된다면 CP나 ISO37001 등을 도입해 통제장치가 강한 국내업체들의 손발이 묶일 수 밖에 없고 이런 환경에서 벗어나 있는 회사들만 활개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국적사와 코프로모션(Co-promotion) 품목을 다수 보유한 회사 마케팅 임원 P씨는 “통상 계약관계에 있는 오리지널 업체들이 자신들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룰을 따를 것을 요구하는 점에 비춰볼 때 무척 애매한 상황이 된다”며 “매출 가이드라인과 판촉물 전면금지 같은 통제장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라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양립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 KRPIA는 회원사들에 내려보낸 Q&A에서 코프로모션 관계에 있는 업체들에게도 IFPMA 개정규약을 준수할 것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다국적사 법무담당 G씨는 “그동안 국내업체들은 행사장소, 판촉물 종류 등 측면에서 다국적사와 실무적으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왔다”며 “다국적사들 영업마케팅 부서에서는 이번에 강화되는 기준을 국내사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불이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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