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클러스터 조성하는 천병년 우정바이오 대표

풍요로워진 대한민국 신약개발 생태계에는 그들만의 스토리를 가진 흥미로운 인물이 적잖다. 천병년 우정바이오 대표도 그런 인물인데, 그의 이야기는 신약개발에 꼭 필요한 마우스나 랫트 같은 실험동물로부터 시작된다.

신약개발 생태계에 30년 넘게 꾸준히 실험동물을 공급해 온 '천 대표 개인의 성장사'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사와 맞닿아 있다. 승용차에 실험동물을 싣고 이곳저곳 배달 다니던 천 대표가 '신약 클러스터'를 추진할 정도로 성장했듯이 맨땅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도 혁신 신약개발의 문턱에 다다르고 있다. 

2020년 8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대규모 기술 거래 성사는 일상화됐고, 민간자금력과 축적된 개발경험들이 모여 글로벌 혁신신약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어느 덧 커뮤니티의 축제를 넘어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제약바이오 생태계의 조용한 조력자였던 천 대표가 '기업 친화적인 신약개발 인프라 제공'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우신클)' 출범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1년 7월 입주 완료를 목표로 입주기업 모집에 들어가 오는 14일 1차 마감한다.

히트뉴스는 지난 4일 수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우정바이오 사무실에서 천 대표와 만나 '아아'를 마시며 실험동물과 함께 성장해 온 그의 삶과 신약클러스터에 대한 꿈에 대해 들었다. 작년 매출 332억원에 전체 인력 109명(연구인력 57명)인 이 코스닥 상장기업의 꿈은 동탄에 곧 모습을 드러낼 지하 6층, 지상 15층의 신약 클러스터 건물만큼 높았다. 

천병년 우정바이오 대표는 4일 인터뷰에서 수익성을 기반으로 삼는 민간주도의 신약 클러스터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경기도 동탄에 지하 6층, 지상 15층 규모의 클러스터 건물 기공식에 들어가 이젠 입주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7월 입주를 완료하게 된다.(사진 제공=우정바이오)

어쩌다 실험동물과 인연을 맺게 됐죠?

"1986년 다자간 무역협상이 시작되면서 제약산업이 완전히 개방되고, 거대 자본을 가진 글로벌 제약회사들의 국내 진입이 예상된다는 경고음이 나오면서 국내 산업계에서도 신약개발이 움직이기 시작했죠. 그 때 수입 오퍼상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다니던 회사가 특별한 업무를 지시했어요. 외국계 CRO가 국내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한국 실험동물 시장에 대한 리포트를 원하니 네가 한번 조사해 보라고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신약 개발 연구 초창기라 연구도 활성화 되지 않은 탓에 실험동물시장을 예측하기 어려웠던 시절이었죠. 일단 이야기를 해 줄만한 사람을 찾았어요. 서울대 약학대학 선배이기도 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 이종욱 약리안전성 연구실장(현 우정바이오 회장)을 찾아갔죠. 연구에 비례해서 실험동물시장도 예측할 수 있으니까요."

 

이종욱 실장님, 뭐라 하시던가요?

"제약회사들이 신약개발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고, 따라서 실험동물 시장도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하셨죠. 실험 데이터를 인정받으려면 기원을 증명할 수 있는 실험동물이 꼭 필요한데 구입하기도 어렵고 비싸서 문제라며 실험동물 시장은 유망할 것이라고 예상하셨어요. 그러면서 제게 권유를 하시는 거에요."

 

권유라고요?

"이 실장님은 제게 우리나라 신약개발이 필연적으로 활성화 될텐데 신약개발 관련 사업 중 하나인 실험동물 공급을 약사가 했으면 좋겠다면서 자네가 한번 해보는 게 어때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가슴이 후끈한 느낌을 받았어요. 얼마지나지 않아 1.5인 회사를 차렸죠." 

 

1인 기업은 들어봤지만 1.5인 기업은 처음 듣는데 그건 뭐죠?

"조그만 사무실에서 다른 사업을 하는 분과 여직원 1명 이렇게 셋이서 있었어요. 여직원이 양쪽 업무를 도와주는 것이니 1.5인 회사죠."

 

현 우정바이오의 출발도 미약했군요.

"별수 있었겠어요. 거래처를 발굴하고, 그 곳에서 주문이 나오면 승용차에 싣고 배달 가는 거죠. 실험동물을 싣고 있으니 에어컨도 못켜고 포카리스웨트를 마셔가며 동아제약으로, 유한양행으로 움직였죠. 거래처가 늘어나면서 승용차에서 2.5톤 트럭으로, 좀더지나 3.5톤 차량으로 그렇게 조금씩 성장했어요. 다시말하자면, 우리나라 신약연구가 확대될수록 제 사업도 커진 겁니다."

 

우정바이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병원 멸균 등 감염관리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이건 뭐지? 했습니다.

"실험동물 사업 초창기엔 비닐하우스에서 마우스를 키우는 게 용인되기도 했지만, 이젠 어림없는 이야기죠. 실험동물은 감염으로부터 엄격하게 관리돼야 하고, 우리는 과학적 멸균과 사멸검증, 안전성 검증을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추면서 발전했거든요. 음압격리 병상 구축이나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것도 실험동물을 관리하면서 축적한 기술 덕분입니다. 2015년 메르스 때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중대형 병원 30곳을 멸균했고, 코로나19 감염으로 주목받았던 청도대남병원 등도 멸균 등 감염관리를 했어요. 감히 감염관리 전문기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천병년 우정바이오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의 개념도. 실험동물과 함께 성장 발전한 그는 이제 신약개발의 이상적인 생태계를 추진하고 있다.(그림제공=우정바이오) 

실험동물을 비즈니스 수익모델로 1989년 설립한 우정바이오는 2017년 코스닥에 상장하는 등 사업도약기를 맞았다. 천 대표는 "신약 클러스터를 위해 상장했다"고 했다. 2018년 8월 27일 기공식을 가진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는 현재 내년 7월 입주 완료를 목표로 참여 입주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이와 함께 클러스터라는 취지에 걸맞게 국내외 신약개발 네트워크도 계속해 공고하게 넓히며 다져가고 있다. 

 

왜, 신약개발 클러스터죠? 

"민간이 주도하는 기업친화적 클러스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자생적인 제약바이오 산업의 환경이 구축된만큼 이젠 원스톱의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성도 더 커졌거든요. 300여개 바이오 연구시설이 빼곡한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처럼 이곳이 창업의 근거지가 되고, 클러스터 참여 기업들이 서로에게서 기회를 찾고, 또 서로에게 기회가 되어 주는 신약개발 놀이터가 필요합니다. 활발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신약개발 장터 말입니다."

 

신약 클러스터 입지로써 경기도 동탄은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한마디로 신약개발을 연결할 수 있는 요충지에요. 해서 동탄은 신약 클러스터의 최적지라고 생각합니다. 인근에 경기대 성균관대 경희대 아주대 단국대 등 대학이 있고, 세브란스동백병원 분당서울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아주대병원 등 대학병원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일양약품 동아제약 일동제약 경동제약 명인제약 에이프로젠제약 등 제약회사가 있고, 바이오벤처들이 여럿 있습니다. 조금 넓혀보면, 판교 바이오벤처기업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죠. 그런가 하면, SRT 동탄역 덕분에 오송, 대구 등 공공 첨복단지는 물론 전국 어느 대학이나 연구소와도 쉽게 연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금은 서울역 인근이 신약개발 관련자들의 만남의 광장이지만 앞으론 동탄이 신약개발 관계자들의 최애지역이 될 것입니다."

 

민간주도와 기업 친화적 클러스터를 강조하시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죠?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는 신약 후보물질의 초기 비임상 단계서 임상시험의 성공가능성을 조기 예측(Early Prediction)함으로써 효율적인 신약개발을 추구하려 합니다. 한마디로 빠른 출구(Early EXIT) 전략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특히 민간주도 클러스터는 대학, 병원, 정부 등 공공 클러스터에 비해 좀더 유연하고, 자율적이며, 창의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라면 우정바이오의 역량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강조하기는 Early Prediction을 우정바이오가 서비스할 수 있나요?  

"실험동물로 성장한 우리는 신약후보물질 및 화학물질의 효능평가와 안전성 평가가 가능한 원스톱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고, 글로벌 CRO 기관과 연계돼 있습니다. 비임상 연구개발 단계에서 임상시험 결과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신약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죠.

아시다시피, 신약개발에서 퀵윈, 퀵 페일(Quick Win, Quick Fail)은 매우 중요합니다. 항암/대사/면역질환치료제 신약개발 시장의 강세로 어느때보다 유효성 평가 수요가 늘고 있거든요. 이는 프로젝트를 더 높은 단계의 임상시험으로 계속 끌고갈 것인지, 스톱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우정바이오를 신약개발의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으로 말씀하시는데 소부장이 뭐죠?

"소재는 바이오 R&D에 필수적인 무균(SPF/Germfree) 마우스, 유전자조작 및 정밀의학모델(PDX/CDX/Syngeneic), 미니피그, 비글견, 영장류 등 실험동물자원을 말합니다. 부품은 비임상 시험에 필요한 유전자 변형기술, 항암/대사/면역질환 치료제 유효성 평가,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를 뜻합니다. 장비는 비임상시험용 소트트웨어, 로봇자동화/첨단실험장비를 뜻합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