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문 CJ헬스케어 부사장

신약 케이캡은 모멘텀...혁신신약•바이오 신기술 R&D 투자 확대

제약사업에 뛰어든 지 34년 만에 CJ헬스케어가 혁신신약 케이캡(K-CAB)을 개발해 국내신약 30호로 허가 받았다.

테고프라잔 성분의 위식도역류질환치료 신약 케이캡은 약효발현 속도가 느리고, 야간 산 분비 억제에 한계가 있는 등 기존 PPI계열 제제들이 충족시키지 못했던 니즈를 채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4700억원, 글로벌 약 38조원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 P-CAB계열 신약 개발에 착수했던 케이캡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ERD)과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 치료제로 최근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두 적응증 모두 허가 받은 P-CAB기전 신약은 케이캡정이 세계 최초. 중국 뤄신사에 이미 기술을 수출한 CJ헬스케어는 글로벌 진출은 물론 이를 모멘텀 삼아 혁신신약과 바이오 신기술 R&D 투자를 야심 차게 확대할 계획이다. 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한 오픈 이노베이션도 본격 가동했다.

케이캡 개발의 주도적 역할을 한 김병문 부사장을 6일 만나 케이캡의 의미, 가치, 이를 계기로 삼은 CJ헬스케어의 R&D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 신약 케이캡...CJ헬스케어에 어떤 의미죠?

"아,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요, 우리에게 아주 각별한 의미를 줍니다. 제약사업 34년 만에, 2010년 개발에 착수한 이래 10년 동안 연구원들이 개발에 매진한 끝에 나온 첫 번째 합성혁신신약으로 회사의 연구 역량을 쌓을 수 있었던 구심점이자 원동력이었으니까요."

▶ 혁신신약 연구는 매우 지난합니다. 긴 시간, 많은 비용 등 가시밭길인데 케이캡 개발 과정은 어땠나요.

"장석주 시인이 '한 알의 대추도 저절로 영글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케이캡 신약 프로젝트에 착수한 이후 허가 받기까지 숱한 문제에 봉착했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었어요. 한 때 내부적으로 R&D 정책의 부침도 겪었죠. 이 프로젝트는 CJ헬스케어의 연구 개발조직을 재정비하고 신약개발 연구역량을 집적하는 계기도 됐습니다."

▶ 케이캡, 글로벌 시장도 겨냥하는 건가요?

"2015년 중국 소화기치료제 전문 제약사 '뤄신'에 1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이뤄냈습니다. 글로벌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준 첫 번째 자체 개발 신약이라는 점에서 회사는 자긍심이 높습니다. 혁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거니까요. 회사는 글로벌 시장 문을 본격적으로 두드릴 겁니다."

▶ 글로벌 시장으로 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죠?
 
"신약개발은 허가승인이 끝이 아니죠. 또 다른 연구의 시작이에요. 기술수출 후 진행하고 있는 중국 등 글로벌임상개발을 포함해 적응증 추가, 차별화 연구 등 제 2의 연구 여정에 들어섰습니다. 성공적 글로벌신약으로 거듭나도록 전사적 노력을 기울일 방침입니다."

▶ 케이캡을 퍼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 신약이라고 명명하는 근거는 뭔가요.

"차별화된 신규 구조를 통해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위산분비억제제인 프로톤펌프저해제(PPI)의 단점들을 모두 극복했기 때문에 우리는 감히 혁신신약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케이캡(K-CAB)이라는 이름에 어떤 뜻이 숨겨져 있을까요?
 
"케이캡 기전인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을 우리 말로 풀면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에요. 기전 작용원리 중 주요 역할을 하는 '칼륨'을 원소기호로는 'K'로 표기한다는 점에 착안해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그 자체로서 의미를 담아 K-CAB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죠. 또 대한민국 대표 P-CAB이라는 중의적 의미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데 K-POP이 큰 역할을 해오고 있는 것처럼, '케이캡'은 Korea P-CAB으로 세계 무대서 대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 누구의 상상력입니까.
 
"CJ헬스케어가 처음 선보이는 신약이라 그 만큼 제품명을 지을 때 고민이 따랐죠. 제품의 의미를 잘 나타내면서 모두 기억하기 쉬운 제품명을 짓기란 쉽지 않았어요. 임직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빛나는 이름들이 쏟아졌고, 그 가운데 '케이캡(K-CAB)'을 최종 선정했습니다. 케이캡은 모든 임직원이 공유해야 할 자부심이자 가치라서 임직원 공모 과정을 거쳤습니다."

▶ 신약연구개발(R&D)은 엄밀하게 보면 마케팅 전략입니다. 연구자 개인적 호기심을 끝까지 확인해 보는 게 아니라 시장이 있는지, 다른 제품들과 견줘 경쟁력이 있는지 종합적인 판단이 중요하다 뜻인데요, 먼저 시장규모는 어떤가요.

"케이캡이 경쟁하게 될 기존 PPI 약물들의 시장규모는 `17년 국내 약 4700억원, `22년에는 약 7,000억원 시장 성장이 예상되며, 글로벌은 ‘15년 기준 약 38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주요 적응증인 위식도역류질환의 경우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국내서도 지속적으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요. 이번에 허가받은 미란성 및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외 위궤양, H.Pylori 제균, NSAIDs 궤양, 유지요법 등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

※ 아스트라제네카의 애뉴얼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PPI계열)은 IQVIA기준 미국 시장에서만 1992년부터 2017년까지 25년간 81조 272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7년 넥시움의 글로벌 매출은 특허만료로 인한 감소가 있었지만 19억5000만 달러, 약 2조1800억 원에 달했다.

▶ 구관이 명관이듯 PPI 위세는 좀처럼 꺾일 줄 모릅니다. 공고히 자리잡은 시장에 케이캡이 균열을 낼 수 있을까요?

"1989년 최초 PPI 제제인 오메프라졸이 출시된 후 30년간 위산분비억제제 시장은 PPI들이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PPI들도 느린 약효발현, 식이영향에 따른 복용 불편, 약물상호작용 문제와 새벽 위산과다분비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해 나타나는 흉통 및 수면장애, 환자 별 큰 약효차이 등 여러 단점들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환자가 증가하지만 기존 제품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 약물개발의 필요성이 절실해지는 시장을 보고 새 기전인 '칼륨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계열의 제품 개발에 착수했었죠. 케이캡은 기존 PPI 약물이 약효발현이 늦고 야간 산 분비 억제가 안되며 식전 복용 해야 하는 등 언멧니즈가 많은데,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신약이기 때문에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이거다 하고 내놓을 수 있는 케이캡의 특장점은 뭔가요.  

"케이캡은 세계 최초로 위산분비억제제들의 주 적응증인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및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해 모두 허가받은 신약입니다. 기존 PPI 대비 빠른 약효 발현, 높은 야간 위산 분비억제 효과, 식사와 무관하여 복용 편의성 증대, 낮은 개인간 약효 차이, H.pylori 제균에 유리, 안정성이 우수하여 복용 및 처방조제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약물상호작용에 따른 안전성 우려가 적어 적응증 확대를 통한 소화기과 외 다른 진료과 처방을 다양하게 넓혀 나갈 수 있는 중요한 지지기반 품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아직 이야기 하기 이르지만 매출 목표, 얼마로 잡고 있나요.
 
"글로벌 매출 1조원 이상 이뤄내는 게 단기 목표로, 중국 외에도 글로벌 활동 무대를 넓혀 케이캡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일 것입니다."

▶ 성공의 학습효과랄까? 신약연구개발의 맛을 알았다고 할까?
케이캡이 확실한 모멘텀을 만들었는데요.

"자체개발 신약 1호 케이캡 성공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글로벌 혁신신약과 바이오 신기술에 대한 R&D와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최근 R&D 중장기 전략과 조직체계도 재정비했습니다."

▶ 어떻게요?

"탐색연구과제 풀을 확대해 '퀵 윈, 패스트 페일(Quick Win, Fast Fail)' 전략으로 성공률을 높이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에 장점이 있는 벤처방식의 연구를 통해 R&D 스피드와 초기개발역량을 극대화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어요."

▶ 목표 분야도 있을 텐데요.

"글로벌 시장서 미 충족 수요가 높은 암, 면역계 질환, 간질환 분야를 선정해 혁신신약 연구에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현재 비임상 연구 중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등에 대해 임상개발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 합성의약품에 주력하나요?

"그럴 수는 없겠죠. 바이오 의약품분야는 오랜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백신과 바이오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항체기반 제품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현재 비임상 연구 중인 수족구 백신을 신속히 임상 개발할 예정이고요, 바이오 신기술분야인 세포유전자치료제 투자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 우유한잔 마시자고 가정마다 젖소를 키울 수 없고, 너도 나도 오픈 이노베이션을 입에 올립니다.

"우리는 R&D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 확보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 하우스(In-house) R&D와 병행해 외부 역량과 자원을 활용하고 미래유망기술과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국내외 외부기관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더욱 활성화 하고 있습니다. 특히 초기단계 혁신신약 후보와 유망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담조직(Innovation 센터)을 신설해 벤처•학계•연구기관 등과 협력하고 있어요. 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 확보한 혁신신약 후보와 신기술은 자체적으로 신속한 초기단계개발을 통해 검증한 후 글로벌 파트너와의 공동개발이나 라이센싱 아웃(licensing-out)을 추진할 예정이죠. 우수 후보물질과 기술을 발굴하기 위해 Innovation센터 외 글로벌과학기술자문단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 CJ헬스케어는 7월 중순 BMS 상임연구원으로 10년 일하고 대웅제약 연구본부장을 역임한 한용해 박사를 이노베이션센터장에 임명,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 R&D에 관한 비전, 콜마와 공유하는 건가요.

"CJ헬스케어는 한국콜마와 상호보완적으로 시너지를 창출해 제약사업을 강화하고 혁신신약 개발을 가속화해 2022년까지 혁신신약 개발 중심의 대한민국 대표 제약사로 도약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전 달성하려면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을 인정받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의 성공이 절실히 필요한 만큼, 향후 공격적인 R&D 투자를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속적 투자와 신약 개발의 경험 축적, 해외 기술 수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성공적으로 구현해 나간다면, CJ헬스케어가 글로벌시장에서 그 입지를 조기에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회사 내부에 혁신신약에 대한 공감대가 확실하게 공유된 듯 합니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은 단순 제네릭•개량신약으로는 높은 외형성장이 어려운 상황이며, 돌파구는 결국 혁신신약 R&D를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입니다. 신약 1호 케이캡의 성공 DNA를 발전시키고 글로벌 R&D역량을 강화해 제2, 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습니다." 

위식도역류질환이란

위식도역류질환은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흉부 작열감(heartburn), 산 역류(acid regurgitation)와 같은 불편한 증상을 일으키거나, 심해지면 합병증을 유발하며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

역류로 인해 식도에 궤양이나 미란 등의 형태학적 변화가 일어난 상태를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Erosive Reflux Disease, ERD)', 식도에 미란이나 궤양이 관찰되지 않으면서 위액 역류나 가슴 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on-Erosive Reflux Disease, NERD)'으로 분류하는데, 서구화된 식습관과 생활 양식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P-CAB (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로 PPI와 달리 활성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칼륨 이온과 경쟁적으로 프로톤펌프 작용을 억제한다. 즉 칼륨 이온과 프로톤펌프 결합을 방해해 위산이 분비되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

PPI

프로톤 펌프 저해제(Proton Pump Inhibitor)는 위산 분비의 최종 단계에 관여하는 위 내 Hydrogen/Potassium Adenosine Triphosphatase (H+/K+-ATPase; Proton pump)를 비가역적으로 저해함으로써 위산 분비를 차단. 활성화된 프로톤 펌프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최대 약효발현 시간이 P-CAB 계열보다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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