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PIA, PVA 약가인하율 상한 조정 움직임에 반발

아비 벤쇼산 KRPIA 회장(한국MSD 대표)
아비 벤쇼산 KRPIA 회장(한국MSD 대표)

"현행 사후약가관리는 신약의 사회적 순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벌 신약의 개발과 출시를 가로막고 있다.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신약개발뿐 아니라 혁신신약을 신속하게 도입하려는 의지를 꺾는 등 미래성장동력인 제약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된다."

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사용량-약가연동제 강화 추진방향에 대한 의견'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사용량-약가 연동제 인하율 상한선을 높이겠다는 추진계획을 중단하고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제약업계와 충분히 협의를 거쳐 추진 계획을 세워달라"고 제안했다.

사실 KRPIA의 사용량-약가연동제를 포함한 약가사후관리제도에 대한 반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 제약계도 부정적인 시각은 적지 않다. 히트뉴스는 이번 의견서 전문을 입수해 다국적제약기업들의 불만이 뭔지 정리해봤다.

6일 의견서를 보면, KRPIA는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문제점을 4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우수한 의약품이 불이익을 받도록 돼 있어서 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신약 등재 때 경제성평가(또는 가중평균가 이하 수용) 등을 통해 비용효과성을 충분히 입증해 이미 재정 절감에 기여한 우수한 의약품에 대해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런 가격조정은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편익을 증대시키는 의약품에 오히려 패널티를 주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이 단체는 "무엇보다 혁신적인 신약이 주로 대상이 되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차별적 요소로 인식된다"고 했다.

이번 인하율 상한 재설정 논리는 잘못된 근거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정부는 일본의 사용량-약가 연동제 인하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10%로 인하율 상한이 매우 낮게 설정돼 있다고 지적해왔는데 이는 제도적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것으로 합당하지 않다고 했다. 일본은 경제성평가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로 신약의 약가수준이 높고 보험등재가 자유롭기 때문에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현행 사후약가관리제도가 신약에 의한 사회적·치료적 순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글로벌 신약의 개발과 출시를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등재 이후 약가인하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는 기존 제품의 약가를 기준으로 신약의 보험약가를 결정하는 현행 약가결정구조에 영향을 미쳐, 혁신신약의 국내 출시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피해는 다국적제약사 품목 뿐 아니라 국내 개발신약도 자유롭지 않다고 했다. 가령 국산 신약 놀텍은 5년에 걸쳐 4차례, 총 15.1% 약가가 인하됐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2008~2009년 사이 등재된 32개 신약을 추적 관찰한 결과, 보험등재 후 4년 시점에 평균 17% 약가가 인하된 반면, 같은 기간 다른 OECD 국가들의 인하율은 9%(IMS MIDAS, 2016)로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결과적으로 "규제강화는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신약개발 뿐만 아니라 혁신신약을 신속하게 도입하려는 의지를 꺾고, 미래성장동력인 제약
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또 "정부 주요과제인 고용창출과 외국인 투자유치 활동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원하는 건 뭘까.

이 단체는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현행 약가사후관리 제도의 과도하고 중복적인 규제를 통합하고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시적인 관점에서 인하율만 높이는 건 오히려 중복 규제를 늘리는 것이므로 거시적 안목에서 등재제도와 연계해 보다 포괄적인 방향으로 사후관리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 증진을 최우선에 두고, 연구개발투자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도록 약가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단체는 "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대신 지속적인 약가인하를 강요해 수익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건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궁극적으로 문케어의 보장성 강화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약사가 보험등재 이후 약가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과 확신을 갖고 매출성장으로 얻은 수익을 미래신약개발에 재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결론은 "사용량-약가 연동제의 인하율 상한선을 높이겠다는 추진계획을 중단하고, 사후관리제도의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제약업계와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는 게 이번 건의서를 정부 측에 전달한 목적이었다.

이 단체는 "사용량-약가 연동제는 보험등재 이후 예상치 못한 초과 지출에 대한 재정부담을 제약사가 공동 분담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는 이런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며, 새로운 약가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도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제약업계와 충분한 사전협의과정을 거쳐서 추진 계획을 세워줄 것을 제안한다. 상호 협의 절차가 마련된다면 우리는 열린 자세로 국민보건 향상이라는 국정목표에 맞춰 적극적으로 소통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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