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문가가 본 '엑소좀·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엑소좀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은) 현 시점에서 제대로 개발만 진행한다면, (글로벌 회사와 견줘) 진행 속도를 가속화 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국내 바이오벤처들을 보면) 회사 내부적으로 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크지 않아, 임상 개발로 크게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식약처 신약 심사 경험자)

“면역항암제와 마이크로바이옴 병용 전임상 데이터는 유의미한 데이터다. 다만 임상 단계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엑소좀의 경우 향후 제조품질관리(CMC)를 세우는 것이 관건이다.”(임상시험 컨설턴트)

“아직 투자로 이어질 만한 엑소좀 회사는 보지 못했다. 엑소좀의 경우 전달(delivery) 도구로서 잠재력은 크지만, 플랫폼 기술로 가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엑소좀 자체보다 엑소좀을 활용한 줄기세포치료제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여러 회사가 있으나, 아직 약물로써 가치를 입증한 단계는 아니다. 향후 학문적·산업적으로 성장 잠재력은 크다고 생각한다. 가치는 신약을 통해 입증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측면에서는 건강기능식품 등의 영역에서 크게 열릴 것으로 보인다.”(바이오벤처 투자 관계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글로벌 유수의 제약사들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혁신신약'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마이크로바이옴과 엑소좀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 회사들이 등장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받거나 상장 문턱을 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바이오인포메틱스를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역량을 가진 천랩은 지난해 상장했고, 지난 5월에는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출신 김현 전무를 영입해 신약개발 조직 강화에 나섰습니다. 고바이오랩을 세운 고광표 서울대학교 교수는 Broad Institute of MIT and Harvard 방문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회사 연구진들의 대부분 이 기관 출신들입니다. 고바이오랩에는 CJ제일제당에서 제약사업부 역량을 쌓은 박철원 공동대표와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에서 임상 경험을 쌓은 송연수 임상개발본부장이 신약개발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는 면역항암제 병용으로 마이크로바이옴(유산균)을 사용해 임상 1상을 준비 중이고, 종근당 출신 박경미 상무가 신약개발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엑소좀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나선 기업은 아직 전임상 단계의 연구를 진행하며 상장 전이지만, 국내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엑소좀에 고분자 약물을 탑재시키는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패혈증, 염증성·대사성 질환, 암과 관련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엠디뮨은 줄기세포 유래 인공엑소좀을 활용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파킨슨병, 뇌종양 약물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엑소좀플러스는 엑소좀 대량 생산기술을 통해 향후 신장 손상을 재생시키는 약물을 연구 중이며, 지난해 Pre-A로 약 27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엑소코바이오는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엑소좀의 재생력을 활용해 기능성 화장품과 신약개발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세포를 넘어 미생물 자체를 약으로 개발하려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개발 부터, 세포 유래물질인 '엑소좀'을 활용한 신약개발까지 다양한 신약개발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세포를 넘어 미생물 자체를 약으로 개발하려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신약개발 부터, 세포 유래물질인 '엑소좀'을 활용한 신약개발까지 다양한 신약개발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해당 기술은 아직 제품으로 나온 사례는 없지만,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바이오벤처와 협업을 통해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신약개발 연구를 살펴보면,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존스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2013년 바이오벤처 세컨드 지놈(Second Genome)에 투자했습니다. 다케다는 위장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바이오 벤처 엔테롬(enterome)과 손 잡았고, 얀센은 베단타(VENATA)에 투자했습니다. 또 엑소좀과 관련해 다케다와 릴리가 에복스 테라퓨틱스에 투자하며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에복스가 보유한 기술은 엑소좀 플랫폼을 활용해 단백질이나 유전물질(올리고뉴클레오티드) 약물을 혈관뇌장벽(BBB)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을 의미합니다. 이 미생물을 활용해 특정 질병에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균을 선별해 약물로 개발하는 게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약물 개발 전략입니다. 엑소좀은 세포가 생성하는 소포체를 의미하는데요, 이들 물질은 세포 간에 정보교환에 이용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주로 새로운 의약품 전달(delivery)을 하는 전략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직 어느 곳도 제품화에 성공하지 못한 마이크로바이옴과 엑소좀을 활용해 신약개발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미생물학을 연구한 신약개발 연구자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그 동안 발효음식 등 유산균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에 알려진 유산균 등을 약물로 개발한다고 했을 때 효능(efficacy)과 안전성(safety) 측면에서 상반되는 점이 있을 겁니다. 수 천년 동안 우리가 섭취해 온 것들이기 때문에 안전성 문제는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약물 수준의 효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 아직도 동정되지 못한 미생물이 많고, 하나의 세균 종(species)보다 더 큰 규모의 미생물이 있어야 약물 효과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약물로 개발한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종의 미생물을 통제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는 지난해 1월 국회에서 열린 과총바이오경제포럼에서 히트뉴스에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개발에 대해서 유의미한 발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현재 면역항암제와 연관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정 사이토카인(면역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이나 다양한 면역물질의 기전에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규명한 기전 연구들이 논문으로 많이 출판됐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이크로바이옴 작용기전이 명확하게 규명되고 있습니다.

엑소좀을 활용한 신약개발의 경우 마이크로바이옴보다 풀어야 할 과제가 더 많아 보입니다. 관련해 국내에서 세포치료제 개발 경험이 있는 임상컨설턴트는 엑소좀 신약개발에 대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국내에서 엑소좀을 활용해 신약개발을 하는 기업은 실험실(lab) 수준의 공정과 개념입증(POC) 단계에서 효력시험을 한 정도입니다. 국내에서 엑소좀을 활용해 신약개발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가이드라인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엑소좀의 경우 줄기세포 배양 과정에서 나오는 물질인데, 줄기세포 관리와 엑소좀에 대한 관리를 이중으로 해야 합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 줄기세포를 형질전환된 세포를 사용한다면, 유전자치료제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관련 임상을 승인해 주고 있지만, 미국은 우리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이미 줄기세포치료제 연구 경험이 풍부한 인력이 심사관으로 유입돼, 엑소좀 관련한 지식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다수의 바이오벤처 임상 승인 경험을 가진 심사관은 엑소좀과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에 대해서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그는 기본적으로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GMP), CMC, 비임상, 임상 등은 모두 동일하다고 말합니다.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의 경우 지난 2017년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기존 세포치료제 가이드라인과 달라지는 것이 없어 진행하다가 중단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세포 자체가 치료가 되는 세포치료제나, 세포 유래에서 나온 엑소좀 등을 신약을 개발하는 엑소좀 유래 신약물질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동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엑소좀 치료제라고 해서 추가적인 자료를 요구하지 않는 게 FDA의 입장입니다. 결국 개발자(제약바이오 기업)가 제품을 구성하는 특성분석(물리화학적/생물학적 특성에 관한 자료), 기준 및 시험방법 중 확인, 순도, 역가 등에 대한 기준을 스스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직 3상 문턱을 넘어 제품화에 성공하지 못한 마이크로바이옴과 엑소좀을 활용한 신약개발. 어쩌면 우리에겐 기회일 수도 있는 영역입니다. 이 문턱을 넘기 위해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신 ‘약’ 개발을 위한 기본을 강조합니다. 국내에서 바이오벤처 투자 경험을 가진 업계 관계자에게 마이크로바이옴과 엑소좀 기업에 투자여부를 판단할 때, 어떤 사항을 고려하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첫째, CMC 관련된 내용을 봅니다. 즉 물질의 정의를 어떻게 할 지, 이와 관련된 규격 설정, 제조 등에 대해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 봅니다.

 

둘째, 이 분야의 특허가 분쟁의 소지가 많기 때문에 개별 기업단위의 특허 전략을 살핍니다.

 

마지막으로 임상시험 설계 역량을 보는데요, 이는 기술 특성 상 병용 투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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