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복약지도 솔루션 개발 기업 '터울' 신승호 대표

"원격진료에 대해 약국가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원격진료가 당장 도입되면 어떨 것 같으세요?"

신승호 터울 대표
신승호 터울 대표

넉 달만에 다시 만나 "코로나19에 무탈하셨나?" 서로 근황을 묻다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인터뷰이가 된 듯한 찰라 약국 복약지도 솔루션 개발 벤처 '터울' 신승호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시대는 20년 간 바뀌지 않던 약국 환경을 흔들 수 있다"며 "헬스케어, 약업계 시장에 의미있는 변화도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대표는 기존 약국과 병원의 서비스가 환자에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터울을 창업했다. 환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약국이 복약상담과 함께 복약안내문 '필독'을 곁들인다면 '윈윈'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지난해 3월 '터울'을 창업 하셨던데요.

"기존 의료시장의 '플레이어'가 놓쳤거나 간과했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해보고 싶었어요. 병원과 약국을 찾은 환자가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받는 데 솔루션을 제시하려 했죠. 그래서 주목해본 게 '약 봉투' 였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 IT에서 광고회사로, 또 제약회사도 다녀본 경험을 병원과 약국의 서비스 개선을 돕는 데 활용하고 싶었습니다."

 - 약 봉투는 왜요?

"약국의 니즈와 환자의 니즈를 생각해봤어요. 약사의 복약상담이 중요해지고 있어요.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같은 이슈 때문에요. 환자들은 자신이 알아야 할 정보를 찾으려 하고요. 그래서 환자에 필요한 복약 기본정보와 맞춤형 콘텐츠를 넣어 복약 순응도도 높이고, 환자의 관심도 끌어보고 싶었어요. 약국의 서면 복약상담 사례를 보며 지난해 11월 '복약안내문'을 개발, 발매하고 이름을 '필독'으로 지었습니다.

필독은 약 복용 전 반드시 읽어야 한다는(必讀) 의미와 복약안내문(Pill Document)이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필독의 복약 안내문 샘플 (가로형, 전산약봉투형)
필독의 복약 안내문 샘플 (콘텐트형, 정보형)

 - 약국의 관심을 받아야 겠네요. '필독'을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A4용지와 A4 약봉투 등 디자인이 다양합니다. 다섯 가지 타입이 있어요. 약학정보원의 PharmIT3000 데이터를 연동하고 자체 데이터베이스도 활용하면서 약의 정보와 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다른 서비스와 달리 무료인 데다 입소문으로 1500여 약국이 필독을 쓰고 있습니다. 활용하시고는 다양한 피드백을 전해주세요. 필독을 받아보는 약국 방문객은 매달 40만 명으로 집계됩니다."

 - 앗, 무료에요? 비즈니스 모델이 되나요?

"대신 복약안내문에 광고를 싣습니다. 광고를 유치하기 위한 영업도 하고 있죠. 일부 제약사나 헬스케어 업체에서 관심을 보여주십니다. 그동안 질병을 타깃팅할 광고매체는 없었거든요. 단순히 "비타민 B 좋아요" 했었다면 "이 질환에는 비타민B를 드셔보세요" 라는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죠. 해당 질환자에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좋죠.

전문의약품(ETC)을 처방, 조제받은 약 봉투에 일반의약품(OTC)과 컨슈머 제품 정보를 함께 소개할 수 있죠. 이를 본 환자가 약사에게 물어볼 수 있도록 프로모션 툴이 되어주는 겁니다.

동국제약에서 약국에게 일반약 '보완제품 연계판매' 방식을 제안했더라고요. 제약회사와 약국의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는 취지로요. 필독도 제약회사와 약국 그리고 환자 간의 정보 매개체가 되고 싶습니다."

터울이 제안하는 복약안내 솔루션 '필독'의 특징(사진출처=터울 웹 사이트)
터울이 제안하는 복약안내 솔루션 '필독'의 특징(사진출처=터울 웹 사이트)

- 그런데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온다고 하는데요, 복약안내문 서비스도 영향을 받을까요?

"저도 궁금해요, 약국은 '비대면'에 대해 어떤 반응을 갖고 있나요? 비대면 진료, 원격 진료에 대한 취지는 모두 공감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기존 '틀'을 넘어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도 생길 때라고 봐요. 저희 또한 할 수 있는게 무엇일지, 약국과 병원이 '비대면'에 대한 대응 전략은 세웠는지, 고민하고 있죠. 

'복약상담 앱'을 만든다 해도 단순히 약 목록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약국의 편익과 소비자의 니즈, 혜택까지 고민해야죠. 예기치 않은 사회적 변화도 있을테니까요."

- 약국과 소비자가 쓸 만한 서비스, 솔루션 개발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대표님의 다음 고민은 뭔가요?

"지금은 네이버, 카카오에 다니는 친구들과 2000년대 초반 IT 업계에 있다 약업계 솔루션을 고민하게 된 건 오래되지 않았어요. 해보면서 든 생각은 "약업계가 특수한 환경이구나"라는 점이에요. 무엇보다 국내 환경에 특화돼 서비스하면, 해외론 못 나갈 것 같아요.

IT는 국경없는 서비스라고 해요. 현재 약업계는 국내 상황에만 맞춰져 있지 않나, 생각듭니다. 비즈니스와 시스템이 유연해야죠. 코로나19를 극복한 K-방역으로 주목받는 상황에 외국이 약국의 IT 솔루션 인프라도 벤치마킹할 수 있죠. 공적마스크의 사례가 대표적이죠.

그런데 국내 약국 IT 솔루션이 당장 해외에 나갈 수 있을까, 개방적인 고민이 필요해요.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국내 시장에서만 쓰일 솔루션이 아니라 범용적, 실용적인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보면서 고민하고 있어요."
 
- 미국의 온라인 약국 '필팩' 사례가 떠오르네요. 국내 약업 환경과 비교하면 간극의 차이가 있죠. 

"그렇습니다, 해외에도 접목하면서 국내에서 도전할 수 있는 게 '필팩'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봐요. 하지만 제도가 바뀌어야죠. 약이 온라인으로 배송되는 것과 처방전을 리필해 쓸 수 있는 것, 두 가지요.

요즘 화두가 된 '비대면 진료'는 병원 안가도 된다는 의미죠, 그렇다고 약국은 가게 될까요?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약국이 병원에게 처방전 발행을 요구할 수 있는 '역발행' 시대를 고민해볼 수도 있죠."

- "소비자가 쓸 만한 서비스"라면 메신저 역할의 복약알림은 어떤가요?

"'복약알람' 서비스를 하는 업체도 많으시죠. 고민을 해봤어요. 다만, 단순히 알리는 의미보다 사용자와 소비자에게 얼마나 유용하고, 의미있는 안내로 가는가라는 민이 필요해요. 카카오톡처럼 상호 소통하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봐요.

기억에 남는 것은 복약알람을 하면서 실제 환자가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체크할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아직 답은 못 찾았지만요. 외국에선 환자가 약 먹는 사진을 촬영한 후엔 그 물체를 '약'으로 인식해 측정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있어요. 하지만 여러 약을 한꺼번에 먹으면 인식 못하더라고요."

- 앞으로 환자를 위한 비즈니스·솔루션은 복약순응도를 높이고 고객 관리를 주목해야겠군요.

"처방의라면 환자가 약을 언제 먹었는지, 규칙적인지 아닌지 패턴을 파악하고 싶어할 것 같아요. 꼬박꼬박 먹는 환자라면 실손보험료라도 돌려받는 베네핏을 받고 싶어 하지 않을까요. 이 패턴은 임상적 예후에도 유용할 데이터가 될 수 있고요. 단순 복약안내 측면을 넘어 '솔루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복약순응도도 측정할 수 있으면 좋죠.

필독도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리) 관련 의견을 가장 많이 받고 있어요. 단골고객 만들기, 우리 약국을 자주 오게 만들 방법으로 '필독'을 쓰겠다고들 하시죠.

다만 약국과 환자의 니즈가 접점을 찾아야 해요. 여러 환자에게 같은 정보를 모두 전하는 것보다도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생활습관을 고려해 유용한 정보를 전해야 친밀감이 생기는 것처럼요."

- '비대면'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지만 '포스트 코로나'에 약국 환경은 어떻게 될까요?

"근래 20년 간 약업계에 가장 큰 이슈는 '의약분업'이었다고들 하시더라고요. 비대면 진료가 강조되고 있어 의료 시장은 바뀔 거란 전망이 높잖아요. 약국 또한 영향권 안에 접어들 것 같아요. 어떤 변화가 일어날 지는 앞으로 들여다봐야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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