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비대면 의료서비스 산업 적극 육성"
원격진료 운명에 따라 기업전략 확연히 달라져

가보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가보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1월 20일 코로나19의 국내 첫 확진환자 발생 사실을 알렸고, 그로부터 세상은 온통 몰라보게 바뀌어가고 있다.

불과 4개월여 전만 해도, 어느 누구도 오늘의 모습을 예상치 못했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며 해오던 '통상'의 일들이, 이젠 '특별'한 일이 돼 버렸다. 언택트(Untact, 비대면) 개념과 행동방식이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 전반에 빠르고 깊숙하게 자리 잡으며 확산되고 있다. 얼굴을 서로 마주 보지 않아도 되는 세상으로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더욱 고착될 것 같다. 굳이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생활 패턴(pattern)에 갈수록 익숙해 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인지 이번의 코로나 팬데믹(pandemic)은 시대를 바꾸는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로 작용할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요양기관업계(의료기관 및 약국)가 줄곧 금기로 여기며 배척해 오고 있는, 언택트 문화의 한 형태라 볼 수 있는 '원격진료'와 '전자처방'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될까?

2월 24일부터 보건복지부는 한시적으로 '전화 (진료)상담'과 '(전자)처방'을 긴급 허용했다(근거: 보건의료기본법 제39조, 제40조 및 제44조, 의료법 제59조제1항, 감염병예방법 제4조). 코로나19가 사고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4월14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비대면(언택트, untact) 의료 서비스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격의료, 원격교육 등 비대면 사업규제 혁파 및 산업육성에 역점을 둬나가겠다"며 원격진료 도입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원격진료 시대의 도래를 막을 수 없다. 앞으로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를 얼마나 풀고 의료기기산업과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또 하나의 문제"라고 언급했으며, 보건복지부 차관인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전제로,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을 기대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5월 8일부터, 보건복지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전화 상담과 처방에 대해 기존 진찰료 외 한시적인 전화상담 관리비용을 별도 건보수가로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면진료보다 더 높은 수가(약 30% 플러스)를 책정해 준 것은 원격진료 토대 구축의 일환으로 보인다.

5월 28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5차 목요대화에서 "우리 사회는 이미 '언택트'(비대면)를 넘어 온라인 연결을 뜻하는 '온택트(Ontact)' 사회로 재편 중"이라며 "이러한 변화된 흐름에서 최선의 전략은 신속한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추진 상황과 비전(vision) 등을 보면 예사롭지 않다. 이러한 정부의 강한 정책변화 근저에는 원격진료가 요양기관 내 감염과 전염병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좋은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이 깔려 있는 것이 분명하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지난 2월24일부터 4월19일까지 13만 건 이상의 전화 상담과 처방이 이루어졌지만 별다른 오진 사례가 발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격진료는 미국과 중국 및 일본 등에서 이미 자연스런 의료서비스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에 시작돼 지금은 국민 25% 정도가 원격진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5년 서부 5개 성(省)을 시범지로 선정해 원격진료를 시행한 후 2016년부터 전국적으로 확대했다. 일본은 1997년부터 도서·벽지 주민들에게 시범사업을 실시한 후 2015년부터 '재진환자'를 대상으로 전국으로 확대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진료 규제완화' 과제가 김대중 정부에서 2000년부터 의약분업과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지만, 유관 단체들의 줄기찬 반발로 아직까지 20여 년 동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오랜 전통과 관행을 깬다는 것은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지구촌 전체가 언택트 문화의 높은 가능성을 아주 단기간에 경험하고 있다. 위기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것을 이번에 실감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원격진료'와 '전자처방' 규제의 운명은 어떻게 바뀔까? 귀추가 주목된다. 제약바이오업계와 의약품유통업계 및 의료기기업계 그리고 그 외 유관업계 등은 그에 따라 '운영 전략'이 확연히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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