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출렁거림은 있어도 롱텀으로 보면 단단"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조광연이 만난 사람 | 바이오 트렌드 리더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그는 바이오 트렌드 리더이자, 꽃가루를 운반해 수분(受粉)이 이뤄지도록 열심히 날아다니는 생태계의 꿀벌이다. 제약바이오업계 종사자들의 성과를 SNS로 널리 칭찬하며 알리고, 의미있는 외국 보도를 자신의 관점에서 요약해 제시한다. 종종 괜찮은 자료는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보내준다.

그는 판교혁신신약살롱을 이끌며 자기 분야에서 전문영역을 구축한 명사들의 지식을 바이오산업 종사자들에게 확산시키고 있다. 그런가하면 바이오족 개더링 행사로 이들을 한자리 모아 자연스럽게 교류하도록 하는 인물이다. 혁신살롱은 양재혁 베스티안재단 실장, 김문정 싸토리우스 상무가, 바이오족 개더링은 김재은 1ST바이오 대표와 협력한다. 협력의 DNA를 갖추고 있다.

LG 연구원으로 입사해 연구기획을 담당하고, 기술수출 등에 관여하다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와 함께 벤처를 세우고, 다시 독립해 벤처를 세웠다. 커리어 덕분에 밝아진 눈으로 NRDO(No Research Developement Only) 회사를 차렸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를 지난 달 25일 판교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반바지 차림이었다. 자몽주스를 마시며 이야기 했다.

"인재들, 전통 제약회사에서 바이오텍으로 움직여"

▶ 요즘 바이오텍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들쑥날쑥합니다. 뜨겁다가 차갑고, 희망적이다가 비관적입니다. 이 현상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중간중간 짧은 기복이 교차하는데, 롱텀 트렌드가 바뀐 적이 있었나요? 2000년대부터 꾸준히 발전해왔고, 발전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습니다. 과거 일년 정도 오버슈팅 한 게 있고, 그 후유증을 겪겠지만 대세는 견고하다고 봅니다."

▶ 주가의 출렁거림이 후유증의 일단이겠죠.

"과거 유산입니다. 삼성바이오는 옛날 일이 터진거고, 잘나가던 특정업체 주가 하락은 너무 올랐기 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닌가해요. 그걸 기준으로 직선을 그으면 미래는 안 보이죠. 긴 안목으로 봐야하는데, 롱텀은 단단합니다. 6개월 쯤 지나면 흐름은  제자리를 찾을 겁니다. "

▶ 제약바이오 생태계 일원으로 언론, 괜찮나요.

"투자가들은 주가가 출렁거려야 돈을 버는 상황이니 그렇다해도 언론은 달라야 합니다. 특히 전문언론들은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 대중지와 달리 진득하고 깊이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생태계의 밸런스가 맞거든요."  

▶ 전통 제약회사와 바이오텍은 신약개발을 놓고 협력과 경쟁을 하는데, 앞으로 둘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까요.

"제약회사보다 바이오 쪽으로 인재들이 몰려드는 현상이 보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파악하는 여러 채널들이 있는데, 헤드헌터나 살롱 같은 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재들의 동선이 보여요. 제약회사에서 바이오 쪽으로 더 많이 움직이고 있죠. 연구는 물론 사업개발, 다른 기능들 다 포함해 벤처 쪽으로 향하죠. 트렌드의 변화입니다."

▶ 제약회사 인재들 왜, 벤처로 갈까요?

"갈곳이 없으면 안나오겠죠. 대안이 보이면 현실이 갑갑하게 느껴지잖아요. 최근 한 바이오텍이 7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았어요. 전 같으면 상상 못할 일이죠. 이런 게 눈에 보이니까 움직일 밖에요. 제약도 사람이 들어오지만, 바이오 쪽으로 유입이 더 뚜렷하죠. 크게 보면 제약바이오 전체에 인재 진입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 바이오 USA 즈음 현장을 다룬 기사가 SNS에서 화제였어요.  행사에 국내 참가자가 많았지만, 단순 참가 수준이고 정부 역할도 일본 등과 비교해 미흡했다는 지적이었죠. 

"그렇게 보이니 그렇게 본것이겠지만, 정말 그럴까요? 분명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어요. 그리고 전, 비교를 해야 장단점이 보인다고 생각해요. 미국과 비교해 봅시다. 그러면 우리는 정부 중독증이 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에요."

"여기저기서 정부 정부...정부중독증 벗어나야"

▶ 대충 감은오는데...

"우리와 미국은 정부 역할에 관한 관점이 다른 것같아요. 문제가 생기면 우린 정부, 정부합니다. 모두가 정부를 찾을 때 상대적으로 제약업체끼리 협력이라든지, 학교와 제약업체의 역할이라든지, 정부 외 다른 관련자들의 역할은 축소됩니다. 미국에서 바이오 관련 협회 조직은 주관부처가 없어요. 임의조합단체죠. 행사 때도 불러봤자 FDA 인사 정도에요. 우리 단체들은 복지부, 식약처, 산자부를 주관부처로 두고 있어요. 뭘해도 정부관계자를 끼고 하려해요. 이 보다 업체들과 할일을 찾아야죠. 정부 중독증, 벗어나야 합니다."

▶ 곳곳이 정부 R&D 자금에 목말라합니다.

"정부 R&D 자금을 산업체에게 주는 것을 줄여서 학교에 줘야 기초연구가 활성화되고, 기업들의 상업화 연구의 젖줄이 됩니다. 바이오텍들은 다 투자받아 지분 희석되는 것 감안하고 하는데 제약사는 영업하면서 돈 없으니 정부 연구비 달라하면 안되잖아요. 한미약품이 막대한 회사채 발행하면서 R&D 계속 밀고 나가잖아요. 이런 게 필요해요. 영업이익 맞추는 게 빠듯하다고 5억, 10억짜리 정부예산 신청하는 게 말이 안돼요. 제약바이오업계나  대표하는 단체들이 정부와 무관하게 생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 문제적 사안입니다. 연구개발(R&D)비를 비용 처리하라는 회계기준은 신약개발에 올인하며 매출이 없는 바이오텍에게 치명적입니다. 벤처하시는 입장에서 납득하실 수 있나요.
 
"납득 못합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바이오텍 가치와 주가를 멀리 봅니다.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드는 신약개발 특성에 입각해 10년에서 15년까지 기업의 가능성을 추적하는 것이죠. 우리는 3~5년 정도로 짧게 보는데다, 흑자 상태인지 중요시 여깁니다. 이건 바로 코스닥 상장폐지 규정 때문이죠. 일반회사는 4년 연속적자면 관리종목 넘어가고 개선되지 않으면 1년 뒤 퇴출돼요. 최근년 매출액 30억을 못 맞춰도 똑같죠. 상장폐지 규정은 연구개발이 필요없고, 영업으로 돈벌던 아주 옛날 만들어진 것인데, 이 잣대를 오늘 날 바이오텍에 갖다 대면 여러 곳에서 어긋납니다. 연구개발이 전부라할 바이오텍이 무형자산을 쌓아 흑자를 만들기도 힘들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거죠? 미국에선 바이오텍이 무형자산을 쌓아 흑자를 내더라도 가격 안쳐줍니다."

▶ 억지 흑자를 내고, 매출을 만드는 부작용이 따르겠군요.

"매출 30억원 때문에 건강식품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이없죠.
매출이 안되면 관리종목이 되니까요. 관리종목으로 분류돼 주가가 떨어진 바이오텍 기업이 하는 수 없이 제약회사에게 후보물질을 팔아 매출을 채웠잖아요. 관리종목서 빠져 나가려고 말이죠. 이 회사의 미래 가능성이 매출 30억원에 있는 건가요? 임상  단계별로 잘 진행되는 것, 그래서 신약으로 한발짝 다가서는 것, 바로 이 가치를 주목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게 바로 제약바이오산업이잖아요."

자유로운 반바지
자유로운 반바지

▶ R&D 투자금 무형자산화를 낮은 단계 임상으로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대안으로 나오고는 하는데 실효성, 있을까요.

"NRDO 모델이라면 임상 2상에서 라이센스아웃해요. 임상 1상에서도 무형자산 쌓을 수 있어야죠. 그런데 3상에서만 쌓으라한다면 이미 라이세스 아웃한 다음이잖아요. 정작 중요한 것은 상장폐지 규정만 없으면 이런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무형자산을 언제 잡을거냐가 아니라 상장폐지 규정이 전체 주식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에 과연 적절한가하는 방향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 혁신신약살롱 판교, 판교바이오족 개더링 행사, SNS를 통한 의미있는 자료의 공유 등 바이오생태계의 꿀벌 역할을 하십니다. 이타적이지만 시간도, 돈도 드는 일이죠. 왜 이렇게 하시나요.

"판교만 해도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수천명이 되죠. 자유롭게 교류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는 스스로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함께 하고 나눌 때 전혀 생각못했던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페이스북에 올리면 그 분야를 저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거든요. 미국 등 글에서 언급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연락을 해옵니다. 혼자 생각하면 맞을수도 틀릴수도 있는데, 페이스 북은 정보유통의 코스트가 거의 없으면서 이런저런 댓글, 다른 관점들이 제시돼 많이 배우게 됩니다. 네트워크도 많이 생기고요."

▶ 원래 협력의 DNA가 탑재된 분이세요?

"첫 창업이었던 크리스탈지노믹스를 하면서 제도는 쉽게 바뀌지 않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함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바이오텍에 적절한 상장 제도가 만들어지는데 6년이 걸렸거든요. 두번째 바이오텍을 하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선 생태계가 함께 고루 발전해야 함을 실패를 통해 배웠죠. 2008년 시도한 virtual operation/NRDO는 투자를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웃집들과 상관없이 혼자 잘 사는 사회는 결국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없어요.
생태계를 함께 세워 나가고 풍요롭게 하는 것은 조금 긴 호흡으로 보면 결국은 '자신'을 위한 길이죠. 혼자 살아남을 수 있지만, 혼자만 잘 살 수는 없으니까요."

"정직한 IR은 매달 우리들에게 '소확행'의 기쁨을 준다"

▶ 매달 웹 IR을 하세요. 왜죠.  

"스스로에게 정직해 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바이오텍이 하는 일들은, 특히 first-in-class는 그렇습니다. 꾸준히 투명하게 밝힐 때 저도 더 정직하고 열심히 할 수 있거든요. 다른 측면에선 투자가들의 이해도와 성숙도가 커져갈 때 바이오텍들도 편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깐깐한 고객들이 좋은 회사를 이루고, 동시에 일이 생각보다 잘 안되었을 때도,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투자가들이 훨씬 회사를 이해하고 격려해 줄 수 있습니다. 매달하면서 조금씩 진전되는 모습에 저희도 '소확행'을 느끼고 있습니다(소확행이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 브릿지바이오가 진행하는 과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죠.
 
"BBT-401은 임상 1상 단일용량 시험이 곧 끝납니다. 반복 용량 시험도 10월말이면 마무리되고요. 올해 12월 정도 미국하고 한국에서 임상 2상 시작하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BBT-401 중국판권은 올해내 팔 계획이고 글로벌 판권은 원래는 상장을 위해 계약을 거의 다 했는데, 사정이 있어 지연됐어요. 기술특례상장평가에서 떨어지고 나서 좀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 물론 내년에 기술특례 상장 다시 시도하고요. BBT-401은 좋은 물질을 찾으려 다니다 빅파마에서 일하셨던 화학연구원 이광호 박사님이 보여주신 물질의 데이터가 좋았어요."

▶ 기술평가 특례상장 평가에 올해 상반기 15곳이 신청해 2곳만 통과했어요. 브릿지바이오는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시나요.

"제약바이오에 특화된 평가시스템이 있지 않으니 평균화된 평가시스템이 적용되는 건 안타깝습니다. 예컨대, 업력이 짧다, 특허를 사와 개발에 주력하는 NRDO 모델인데 자체 특허가 없다, 투자를 많이 받은 덕분인데 정부 연구비를 안받았다와 같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감점을 받았어요. 이게 합리적인가요?"

▶ 유한양행과 진행하는 공동연구는 어떻게 연이 닿았나요.

"사업개발 담당 임원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데, 해외출장 가면서 간간히 뵈었죠. 동네 스타벅스에서 우연히 이야기하다가 알게됐죠. 네트워킹이 중요하죠."

▶ 브릿지바이오는 NRDO 회사에요. 연구개발 않고, 개발만 하시는 거죠. 제 생각엔 밝은 눈을 필요로 하는 모델이라고 봅니다. 데이터를 보는 눈, 개발트렌드를 읽는 눈 등 한마디로 종합적 판단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는데요.

"커리어가 NRDO와 맞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제가 교수였다면 연구하던 것 가지고 회사를 차렸겠죠. 연구 현장에서 오래전 떠난데다 빅파마들이 뭘 원하는지는 아니까 이 모델로 한 거죠. 1993년 엘지 입사할 때 연구원이었죠. AIDS치료제, 항우울제 연구에 연구팀원으로 참여했어요. 그러다 95년 5월 연구기획팀으로 옮겼죠. 연구기획을 하자니 자연스레 시장에서 경쟁사를 많이 보게 됐어요. 세계 제약시장 구조같은 걸 잘 알게됐어요. 96년엔 라이센스아웃팀에서 일했죠. 김규돈 박사가 팀장, 저는 과장이었죠. 스미스클라인과 일도 하고 미국 바이오벤처도 보게되고 눈이 많이 뜨였어요."

▶ 그러다 엘지 나오셨죠.

"2000년도 벤처를 하고 싶다는 조중명 박사님을 따라나와 크리스탈지노믹스를 공동창업하면서 함께 기술을 팔러 여기저기 다녔어요. 이런 기술이면 팔리겠다, 안 팔리겠다 많은 시험을 쳐 봤어요. 이 때 화이자 같은 곳은 성장성이나 연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부문을 떼어팔기도 한다는 점을 매우 흥미롭게 봤어요. 우리 기업들에겐 어림없는 일이지만요."

▶ 단독으로 렉스바이오를 창업하시기도 했는데요.

"하다가 망했죠. 조중명 박사님하고 관점이 달라지니까 한번 해보고 싶어서 나왔던 거에요. 아이템 잡고 한건 잘 했는데, 빅파마와 엠엔에이 하고 그랬는데 투자가와 관계가 복잡해져 회사를 정리했어요. 2012년 사실상 정리됐죠. 그 이후엔 여러 회사에게 사업개발을 했고요 BMS와 거래성사도 시켰고 그 밑천으로 브리지바이오도 시작했고요."

▶ 브릿지바이오 투자 받으려할 때 손에 쥔 물건은 있었나요.

"그 때 이미 BBT-401이 있었죠. 401 가지고 직접 실험을 여러번 했는데 렙이 없으니까 여기저기 다녀야 했죠. 데이터를 확보해 놓고 2016년 초부터 투자가들 만나 사업설명을 하고 2017년  시리즈 1 투자 유치를 마쳤어요."

▶ 벤처, 브릿지바이오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뭘까요.
 
"(하하하) 딱히 없어요. 돈은 벌어야 되겠지만 먹고 사는 정도면 하는거고요, 뭘 이루겠다 보다 좋아하는 일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그렇게 가겠죠. 대기업 떠나는 걸 무서워 말리고하는 사람도 있는데, 다행히 아내는 음악하는 사람이니까 제가 좋아하는 거 한번도 말리지 않았아요. 감사할뿐 입니다.

(※ 이 대표는 신약하는 사람들의 꿈이지만, 우리 노력이 들어간 신약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보는 게 가장 큰 행복일 것 같다, 부가적으로 한국의 과학적 수준과 신약개발 능력을 전 세계에 큰 소리로 알리고 싶다던 평소 이야기 했던 꿈을 이 날은 웃을 뿐 말하지 않았다). "

▶ 아 참, 궁금한 게 있습니다. 바이오 세미나, 포럼 등에 토론에 자주 나가시는데, PPT가 대략 10정 안팎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죠?

"발표는 메시지를 전하는건데, 대부분 청중은 키 메시지만 갖고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와 일본 연자들이 장표를 많이 쓰거든요. 아마 청중의 구성에 따라 다르겠죠."                            

*정리=박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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