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파이프라인 5개...M&A로 미국내 cGMP 생산시설 확보
줄기세포치료제 중심→세포치료제 전문기업으로 영역 넓혀
6월 중순 코스닥시장 상장...투자자들은 어떤 평가를 할까

글로벌 세포치료제 전문 바이오기업을 꿈꾸는 SCM생명과학이 자본시장에 기업의 현재 가치와 미래가치를 공개하고 평가를 받는다. 코스닥 상장은 6월 중순 무렵인데, 기관 투자가와 일반 투자가들은 이 기업의 미래 가능성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할까.

세포치료제를 포함하는 재생의료분야는 1)글로벌 빅파마와 거의 동일 출발 선상에 있고 2)고품질 임상수행을 수행할 수 있는 병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며 3)근래 20년간 국내 최우수 인재들이 의대와 약대에 몰렸고 4) 코로나 사태서 입증됐듯 훌륭한 건강보험 시스템과 축적된 데이터 활용 가능성 때문에 대한민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영역으로 손 꼽혀 왔다.

최근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CEO)와 만나 투자자 관점에서 그간 이룬 성과와 파이프라인 및 cGMP 생산 시설, 사업화 전략과 회사 비전 등에 대해 들었다. 재생의료의 미래에 관한 그의 믿음은 확고했고, 스스로 구축한 폭 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에 자신감을 보였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이스라엘 기업 테바처럼 SCM생명과학도 자체 파이프라인에다, 외국기업 인수를 통해 생산시설과 함께 파이프라인 등 지식재산권, 경험 풍부한 인력을 일시에 품에 안았다.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키워 글로벌시장을 겨냥하는 국내 바이오벤처들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SCM생명과학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진

이병건 대표이사
이병건 대표이사

회사 이름에 붙은 SCM(Specialized Cell Medicine)이 보여주듯 이 회사의 지향점은 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이다. 집중하는 분야는 '면역계 및 뇌신경계'를 목표로 한 줄기세포치료제와 '혈액암 및 고형암'을 목표로 한 면역세포치료제다. 국내외에서 임상진행 중인 5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기업공개를 모멘텀으로 면역세포를 이용한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더욱 확대하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신경계 질환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회사는 두 분야에서 구축한 파이프라인 상용화를 위해 20년 이상 품질 관리 역량을 축적한  미국 내 cGMP 생산 시설을 인수함으로써 생산부문에서는 글로벌 플레이어와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됐다.

이병건 대표이사는 글로벌 사업개발 역량을 갖춘 제약바이오 전문가라는 평가에 걸 맞는 커리어를 쌓았다. LG화학 초대 안전성센터장(4년), 삼양사 초대 의약사업총괄 본부장(8년), 미국 Expression Genetics 대표이사(3년), GC녹십자•녹십자홀딩스대표이사 사장(8년), 종근당 부회장(1년), 한국바이오협회 이사장(6년) 등을 역임했다. LG, 삼양, GC녹십자에서 6개의 제품화 실적을 냈다. 첨단재생의료산업협의회 창립의 주역으로 회장을 맡고 있다.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70여개 회사들이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줄기세포연구를 바탕으로 2008년 창업해 오늘 날 SCM생명과학의 토대를 만든 송순욱 인하대 의과대학교수(CSO)와 대웅제약과 한미약품 상근고문으로 국제 업무를 담당했던 오석우 변호사(COO)가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또 세포치료제 생산에서 이름이 알려진 로버트 프레티 박사와 미국 바이오 및 재생의료협의회(ARM) 설립멤버인 모리에 루핀 씨가 해외 자문위원이다.  

 

원천기술 층분리 배양법을 확보한 줄기세포치료제

대부분 줄기세포치료제 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농도구배원심분리법과 다르게 SCM생명과학은 '층분리배양법이라는 차별화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이병건 대표는 "우리는 이 원천 기술로 균질한 단일 클론성 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줄기세포 라이브러리에서 질환 특이적인 줄기세포주를 선정해 대상 질환에 적용함으로써 치료 효능도 극대화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총 75건(국내 16, 해외 40, PCT 11 상표 8)의 특허도 보유했다.

현재 자체 개발중인 줄기세포관련 파이프라인은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급성 췌장염 ▶아토피피부염 ▶급성호흡곤란 증후군 ▶간경변 등 5건이다.

조혈모 세포 이식환자 중 약 50%는 면역거부 반응으로 난치성 희귀질환인 이식편대숙주질환(GVHD)이 생기는데, 현재 스테로이드 이외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연간 전 세계 시장규모는 5400억원 규모며, 최근 얀센의 임부르비카와 일본 JCR 파마의 줄기세포치료제인 Temcell이 출시된 상황이다. 그런데 두 제품의 연간 치료비는 1억5000만원이 넘는다.

이 대표는 "우리 GVHD 줄기세포치료제는 고순도 분리와 배양이 가능해 원가경쟁력이 있고, 따라서 연간 예상 치료비는 4,000~5,000만원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2019년 개발단계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현재 국내서 임상 2상 진행 중인데, 2023년 조건부품목허가를 예상하고 있다.

급성췌장염 1/2a상 임상은 내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올해 개발단계희귀의약품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아토피피부염 1/2상 임상도 내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며 임상3상은 국내 파트너인 한독에서 수행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중증환자나 패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급성호흡곤란 증후군(ARDS)도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 기업 인수로 면역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 품어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에서 출발한 SCM생명과학이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코이뮨(CoImmune)과 이탈리아 포뮬라(Formula Pharmaceuticals)를 인수하면서 품은 파이프라인 등 지식재산권, 생산시설 과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보유한 우수 인력 덕분이었다.

 
이렇게 확보한 핵심 파이프라인은 ▶수지상세포를 활용한 전이성 신장암치료제(CMN-001)와 ▶급성 림프구성백혈병치료제(CAR-CIK-CD19) 등이다.

SCM생명과학은 올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말기 전이성 신장암 환자(mRCC)를 대상으로 한 수지상세포 기반의 항암 백신 CMN-001의 병용임상 2b 계획'을 승인받았다. CMN-001은 자가 유래 수지상세포(樹枝狀 細胞, dendritic cell)에 환자의 암 항원 유전자를 탑재한 세포치료제로 당초 아르고스(현 코이뮨)가 대대적인 글로벌 임상 3상을 실시했으나 실패한 물질이다.

이병건 대표는 "3상 임상의 실패는 대조군이 임상도중 출시된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 받아 대조군과 CMN-001 투여군 사이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면서 "이번 2b상 임상에서는 표준치료제(옵디보/여보이)와 시너지 가능성이 높아 충분히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임상은 MD앤더슨병원, 메이요클리닉 등 5곳의 의료기관에서 진행되는데, 임상 프로토콜이 지난 4월말 MD앤더슨병원 IRB를 통과해 조만간 임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임상도 계획하고 있다.  

급성 림프구성백혈병치료제(CAR-CIK-CD19)는 포뮬라가 개발하고 있다. 기존 CAR-T 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혈액을 이용하고 바이러스를 사용하는 등 높은 생산원가에 따라 높은 치료비용(4~5억원)이 발생하고 또한 바이러스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등이 있다. 이에 비해 포뮬라의 치료제는 돈이 많이 드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환자 혈액대신 건강한 사람의 제대혈(동종 혈액)을 사용해 생산비용이 현저히 절감되고 부작용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실제 이탈리아에서 실시한 임상 결과는 고무적이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13명 대상 임상 1상 시험을 한 결과 완전 반응 7명(54%), 부분반응 3명(23%)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한국에서도 임상을 실시할 계획이다.   
    

'신의 여러 수'가 된 외국 기업 인수 합병

SCM생명과학은 작년 2월 제넥신(대표 성영철)과 함께 매물로 나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아르고스 테라퓨틱스(Argos Therapeutics) 입찰에 참여해 경쟁들을 따돌리고 인수에 성공했다. 세포치료제 생산시설(cGMP)과 운영 인력, 연구원, 지식재산권 등 세포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자산을 일거에 확보했다.

1999년 설립된 아르고스는 수지상세포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랄프 스타인맨이 창업한 회사로 글로벌 수준의 cGMP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전이성 신장암 환자 대상으로 CMN-001에 대해 임상 3상까지 진행했던 회사였던 터라 입찰에는 미국과 중국기업들이 참여했었다. 녹십자 사장 시절 인연을 맺어 이 회사의 역량과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이병건 대표는 매물 소식을 접하자 제넥신을 설득해 참여시키고, 오석우 부사장을 내세워 현지법무법인과 입찰에 참여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결국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차세대 세포치료제 개발기업으로 영역 확대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은 물론 바이오벤처 답지 않은 사업적 역량도 글로벌 시장에 과시했다.  

SCM생명과학과 제넥신은 아르고스 사명을 코이뮨(CoImmune)으로 바꾼 후, 인수 반년 만에 cGMP 시설을 재가동시켰고 1년 만에 미국 FDA 로부터 CMN-001 에 대한 임상 2b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현재 코이뮨 이사회는 이병건 SCM생명과학 대표를 의장으로 ▶ 제넥신 성영철 회장 ▶코이뮨 Charles Nicolette CEO ▶이탈리아 투자자 Rottapharm Biotech Lucio Rovati CEO 등 4인으로 구성돼 있다. 

코이뮨 인수 1년여 만에 SCM생명과학은 올해 1월 코이뮨을 앞세워 이탈리아 신약개발 회사 포뮬라를 인수합병(M&A)하는 계약을 맺었다. 코이뮨은 4월말 M&A를 마무리 지었는데, 이 과정에서 포뮬라 투자자들에게서 6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국내외서 3000만 달러를 더 투자 받을 계획이다.

이병건 대표는 "미국과 유럽에서 1500만 달러, 국내서 나머지 1500만 달러를 투자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유치를 국내로 한정하지 않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2018년 10월 10일 SCM생명과학과 미국 유타대, '세포시트 이식 줄기세포 치료 공동 연구' 체결 당시.왼쪽부터 유타대 산학지원실장 Brent Brown, 유타대 CSTEC 센터장 Teruo Okano, 유타의대 부총장 Willard Dere, SCM생명과학 대표 이병건, 유타약대 학장 Randall Peterson, SCM생명과학 부사장 송순욱, 유타의대 산부인과장 Robert Silver
2018년 10월 10일 SCM생명과학과 미국 유타대, '세포시트 이식 줄기세포 치료 공동 연구' 체결 당시.왼쪽부터 유타대 산학지원실장 Brent Brown, 유타대 CSTEC 센터장 Teruo Okano, 유타의대 부총장 Willard Dere, SCM생명과학 대표 이병건, 유타약대 학장 Randall Peterson, SCM생명과학 부사장 송순욱, 유타의대 산부인과장 Robert Silver

 

SCM생명과학의 화룡점정이 되어줄 cGMP 생산 시설 

임상개발이 순조로워도 세포치료제가 상업화되려면 '생산 능력'은 필수적이다. 고품질을 확보하면서도 생산원가를 줄여 치료비용을 낮춰야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독일 머크가 최근 미국에 유전자 제조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13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밝히고, 작년 화이자가 유전자 제조시설을 위해 6000억원을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병건 대표는 "고가의 세포치료제를 생산단계서 우수한 품질관리와 가격을 낮출 수 있는 기업이 향후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SCM생명과학이 cGMP 시설과 경험 풍부한 인력을 보유한 코이뮨을 품은 것은 글로벌 사업화 전략을 짜는 데 있어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코이뮨 cGMP 생산시설은 2만 제곱피트 규모며 ▶ISO-7룸 10개 ▶QC 실험실 4개를 갖추고 있다.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 120개 임상기관과 일하고, CMN-001 임상 3상용 시약을 400배치 이상 생산한 경험은 큰 자산이다.

코이뮨은 이 같은 역량 덕분에 최근 미국회사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 이병건 대표는 "코이뮨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에게도 CMO 서비스를 제공해 글로벌 임상도 돕고, 수익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CM생명과학 공모 주식은 액면가 500원에 180만주며, 공모희망가는 1만4000원~1만7000원선이다. 공모시가 총액은 1644억원~199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수요예측일은 6월2일~3일, 청약일은 6월8일~9일이며 이 과정을 마치면 17일 상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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