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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사이넥스 대표

약속 시간보다 20여분 일찍 도착한 사이넥스 사무실. 벽면에 붙어 있는 '바르게'라는 세 글자에 시선이 갔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서 '바르게'라는 단어가 왜 벽면을 장식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쓰여진 글귀를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환자를 돕기 위해 우리의 고객을 돕습니다. 그 환자는 내 자신과 가족, 동료임을 늘 기억합니다. 오늘 내가 한일 덕분에 내일 한 사람의 환자가 생명을 건질 것 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바르게' 일합니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가끔 제약회사들은 과연 환자를 생각하며 의약품 개발에 임할까?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몇몇 기업은 최근 헬스케어 분야로 몰리고 있는 자금에 편승하는 건 아닐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래저래 '기술수출' '임상돌입'이라는 어구를 '투자' 목적으로 쓰는 건 아닐까? 이들의 뒤에서 일하고 있는 CRO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약개발 경험 자체가 없는 국내에서 그들은 식약처 서류나 만들어 주는 부서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사이넥스가 '바르게'라는 세 글자를 통해 보여준 포부(?)는 새롭게 다가왔다. 정말 그 포부에 맞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까?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 회사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김영 사이넥스 대표
김영 사이넥스 대표

#1. 시장 관점에서 임상부터 시장조사까지

 

-홈페이지를 보니, CRO가 아니라 '전문 컨설팅' 회사로 돼 있더군요.

"최근 CRO 범위가 매우 넓어졌어요. 임상시험뿐만 아니라 비임상부터 허가, 제품 출시까지 전 주기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CRO'가 아닌 '전문컨설팅'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전통적인 의미의 '임상시험수탁' 업무는 저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일부이기 때문이죠. 저희는 ▲임상부터 품목허가 ▲보험등재 ▲시장조사 ▲품질 시스템 구축 등을 모두 포함해 '시장진입 통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어요.

이런 과정은 최종적으로 '환자'와 맞닿아 있습니다. 실험실이나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들이 환자에게 사용되기 위해 필요한 전 과정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이넥스 서비스

-다른 회사와 달리 의료기기 전담 부서가 있잖아요? 신약개발 임상과 의료기기 임상이 많이 다른가요?

"실제로 많이 다릅니다. 의료기기는 ▲의료기기를 적용할 환자군 모집 ▲의사의 시술 혹은 수술 경험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요인이 의료기기와 환자 사이에 간섭 요인인데요,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원하는 임상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때문에 의료기기 임상에서는 의사가 해당 의료기기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법을 설명하고, 통제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또 의료기기의 경우 신약개발 임상처럼 이중맹검(double-blind)이 불가능한 구조에요. 해당 의료기기 결과를 평가할 수 있는 '독립적 평가자(해당 의료기기를 본 적이 없는 의사)'와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임상에 참여한 연구자와 별도로 독립적 평가자도 관리를 해야 합니다. 이들에게 어떤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의료기기 임상 결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해야 하는지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가령 엑스레이(X-ray), 엠알아이(MRI) 사진 등을 눈으로 판독해 이를 어떻게 정량적 수치로 산출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이죠."

-국내 의료기기 업체는 벤처기업이 많잖아요. 그들은 왜 사이넥스와 일해야 할까요? 자랑 좀 해보세요.

"어떤 측면에서 의료기기 임상은 신약개발 임상보다 기간은 짧지만, 임상시험모니터요원(CRA)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요. 결국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 비용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저희가 다른 CRO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저가 경쟁을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가성비'는 높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경험과 인력인 부족한 CRO와 낮은 가격으로 일하다, 임상에 실패한다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임상, 품목허가, 급여등재, 시장조사 등 전 주기에 걸친 경험을 저희는 가지고 있어요. 특히 의료기기만 전문으로 하는 인력으로 구성된 별도의 팀도 마련돼 있고요. 보통 고객사가 저희를 찾아오면, 환자군, 가격, 보험등재 여부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개발에 임했는지를 역으로 물어봐요. 기술뿐만 아니라 결국 성패는 시장에서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시장의 관점에서 어떻게 임상 개발에 임하고, 약가, 보험등재 여부 등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드리죠."

-벤처기업이나 제약회사 다 마찬가지지만, 결국 국내 CRO도 의약품 개발 경험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래서 최근 국내 기업은 외국계 CRO를 선호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맞아요. 저희가 유명 외국계 CRO와 직접 경쟁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외국계 CRO는 '머리는 본사에 있지만, 손과 발은 한국에 있다'고 생각해요. 임상시험개발계획서, 통계분석, 데이터 관리는 모두 본사에서 합니다. 한국 지사는 임상데이터 수집(collection) 정도의 업무를 본다고 생각해요. 결국 한국 지사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정도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은 모두 본사에서 이뤄지죠.

반면 저희와 같은 로컬 CRO는 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임상시험 전략수립부터, 데이터 수집, 통계 모델 개발까지 일련의 작업이 모두 한곳에서 이뤄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효율적으로 외국계 CRO를 활용하긴 어려운 요소들도 많다고 봅니다. 실시간 소통이 어렵고, 외국 본사 직원과 일을 해야 하니 인건비는 자연스레 상승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요. 비용 측면에서도 외국계 CRO가 50억원 정도의 개발비가 필요하다면, 우리나라 CRO는 10억원 정도면 될 겁니다."

 

-그런데도 글로벌 기업에 기술이전 등을 고려하면, 유명 외국계 CRO가 유리할 것같아요.

"이름값을 지불할 여력이 있다면, 정확한 목표를 갖고 외국계 CRO와 협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도 국내 CRO보다 그들이 더 익숙할 테니깐요.

다만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원한다면, 국내 CRO를 적극 추천합니다. 저희는 정말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하거든요.(웃음) 반면 외국계 CRO는 우리와 태도 자체가 많이 다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정해져 있어요.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한국 임상시험관리기준(GCP) 시스템을 인정해 주기 때문에, 최근에는 국내에서 진행한 임상시험도 글로벌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데 큰 어려움을 없는 편이고요."

 

#2. 김영 대표가 말하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 현황

 

-국내 바이오벤처는 투자 규모로만 보면, 의료기기보다 신약개발에 더 많이 투자되고 있잖아요.

"당연한 결과입니다. 신약개발 비용이 의료기기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의료기기는 통상적으로 5~10년이면 개발할 수 있고, 임상규모도 300명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또 신약은 개발 당시 일정기간의 시장을 독점할 수 있지만, 의료기기의 경우 그렇지 않거든요.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무궁무진해서 품목 당 시장 규모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에요. 대표적인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이나 존슨앤존슨을 봐도, 수 만가지의 품목이 비슷한 매출을 올리고 있어요. 반면 치료제는 한 품목 당 시장 규모가 매우 큰 편이고요."

-신약개발 바이오벤처와 마찬가지로 의료기기 기업들도 글로벌 진출이 어려워 보여요. 왜 그럴까요?

"국내의 경우 제약과 의료기기 상황이 비슷해요. 제약 분야도 아직까지는 '제네릭'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듯, 의료기기 역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출은 미비한 편이고요. 제약 분야가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움직임이 불과 20년도 채 안 됐듯, 의료기기도 마찬가지에요.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현재 '국산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근 국내 의료기기 시장이 2~3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점점 질 높은 의료기기를 이제 국내 기업에서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국산화 단계를 넘어 수출 단계로 도약해야 할 때입니다. 실제로 치과용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과 같은 곳이 그 가능성을 보여줬고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해 보여요. 한국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까요?

"한국만의 강점이라고 할 순 없지만, 디지털 헬스 분야는 한국 기업도 경쟁력이 있다고 봐요. 일단 우리나라는 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전국민 보험을 토대로 통합된 의료정보 데이터를 갖고 있어요. 물론 규제 등의 문제로 상용화 되기 어려운 측면은 있지만, 규제만 제대로 풀린다면 기술력 자체는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국내 신약개발 벤처는 기술이전을 목표로 합니다. 의료기기 벤처들은 어떤가요?

"의료기기와 신약 시장 구조는 조금 다릅니다. 의료기기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인데요, 미국 조차도 의료기기 수입 의존도가 50%입니다. 워낙 종류가 다양해서 한 국가에서 공급하기 어렵죠. 심지어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 자체가 커지더라도, 무역 의존도 자체는 여전히 높일 것 입니다. 그 만큼 의약품 대비 수출하기 어려운 구조는 아니라는 겁니다.

의료기기 역시 우리나라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수출 전략을 펼칠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기업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현지 기업과 제휴하는 걸 목표로 할 순 있습니다."

-실제로 현지 의료기기 기업 중 외국계 기업과 제휴한 사례가 있나요?

"대표적으로 A 의료기기 회사의 경우 의료기기에 대해 이런 제휴 형태를 취했습니다. A 회사는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지 않고, 인지도가 높은 현지 기업과 제휴를 해 생산만 관여합니다. 일종의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을 택한 거죠. A 회사의 경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준에 맞는 의료기기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대량 생산 경험을 하나씩 쌓아 나가는 것이죠."

 

#3. 국내 의료기기가 더 발전하려면 제대로 된 ‘규제’ 필요

 

-사이넥스는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저가 경쟁을 않는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국내 CRO 산업은 가격 경쟁으로 성장하고 있지 못 하다는 지적도 있어요.

"그나마 의약품의 경우 식약처에서 GCP 실사를 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는 편입니다. 반면 의료기기는 아직 제대로 된 GCP를 기준으로 관리되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GCP 기준이 있지만, 꼭 지켜야 하는 건 아니죠. 그러니 일부 기업은 터무니없이 가격을 내려 GCP 기준을 충족하지 못 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죠.

결국 저희와 같은 기업이 일을 잘 한다는 건 규제기관이 마련한 GCP에 적합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이런 규제를 맞추려면, 해당 절차를 더 많이 거쳐야 하고, 인건비는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식약처도 규제를 마련해야 할 텐데요.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본격적인 개발은 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늦게 시작되었기 때문에, 식약처도 의료기기 임상에 적절한 규제를 적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분석중인 것 같습니다.  국내 의료기기 제조 기업들이 어느정도 성장 토대를 만들면, 분명히 규제가 시행되겠죠. 

향후 3~5년 내에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의료기기 임상에대한 적절한 제가 필요하다고 보며, 이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규제 외에도 국내 의료기기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의료기기 기업 역시 정부 연구개발(R&D)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굵직한 글로벌 기업이 없어, 아직까지 민간 투자가 활성화 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 정부 지원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발된 기술은 논문 출판, 특허 출원에 머물러 있고, 상업화 단계에는 닿지 못 했습니다. 최근 이에 대한 반성이 있었고, 정부 지원금은 효율적으로 배분해 산업화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점점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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