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37001 한다던 열달 전 약속, 이사장단사 절반만 지켜

2017년 10월 17일, 제약바이오협회는 이사회를 열고 2018년 10월까지 ISO37001 인증을 이사장단사 전체가 받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흐른 7월 31일 동아에스티(대표이사 회장 엄대식)가 8번째 ISO37001 인증기업이 됐다.

ISO37001을 약속한 이사장단은 이사장사인 유한양행과 부이사장사인 GC녹십자,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삼진제약, JW홀딩스, 종근당, 한미약품, 휴온스글로벌, 대원제약, 안국약품, 일동제약, 동구바이오, 명인제약 등 15개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약속대로 ISO37001 인증을 받은 기업은 첫 테이프를 끊은 한미약품(2017.11.28.)을 비롯해 유한양행(2018.3.30.), GC녹십자, 대원제약(5.23), 일동제약(5.28), JW중외제약(6.4), 동아에스티(7.31) 등 7개사이다. 이사장단사가 아니면서 인증받은 코오롱제약을 포함해야 8개사로 늘어난다. 코오롱은 지난 4월 6일 자발적으로 인증을 획득했다.

약속시한을 기계적으로 따진다면 3개월 안에 대웅제약, 보령제약, 삼진제약, 종근당, 휴온스글로벌, 안국약품, 동구바이오, 명인제약 등 8개사가 ISO37001 인증을 마쳐야 한다. ISO37001 인증을 포함한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은 제약바이오협회의 2018년 중점 추진사업의 첫 번째 목록에 올라 있다. 절반 넘는 이사장단사들이 마땅히 발휘해야 하는 리더쉽의 경계선 밖에서 머뭇거리는 상태이다.

제약바이오협회가 2017년 11월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
제약바이오협회가 2017년 11월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

ISO37001(Anti-Bribery Management System, 반부패경영시스템)은 공정거래 관련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운영했던 CP(Compliance Program,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2016년 10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했고 국내에는 2017년 4월 도입됐다.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규제기관, 국제기구 등 다양한 조직이 반부패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집행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고안된 부패방지 국제표준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37개국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기업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반부패 관련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로 인식된다.

ISO37001 인증 효과는 ▲기업 내부의 부패를 예방하는 동시에 ▲기업신뢰도를 보증하는 국제표준의 역할을 한다.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이 실시하는 컴플라이언스 관련 오딧(실사)이나 입찰 프로그램 참여시 가점, 불공정거래 조사시 직원의 일탈을 방지하는 합리적 조치를 입증하는 면책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ISO37001에 깊이 관여한 바바라 박사는 최근 오스트리아 국제반부패아카데미(IACA, International Anti-Corruption Academy)를 찾은 제약바이오협회 소속 연수단원들을 만나 “한국 제약기업들이 ISO37001 인증을 받는다면 코프로모션, 코마케팅, 기술수출, 공동연구 등 글로벌 제약기업과의 협력사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국제 반부패 아카데미 연수단(단장, 소순종 자율준수관리분과 위원장)은 지난달 오스트리아 락센부르크에서 국제 반부패 아카데미 연수교육을 실시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국제 반부패 아카데미 연수단(단장, 소순종 자율준수관리분과 위원장)은 지난달 오스트리아 락센부르크에서 국제 반부패 아카데미 연수교육을 실시했다.

제약바이오협회는 2007년부터 CP 도입을 중점 추진해 왔는데, CP는 위에서 아래를 통제하는 하향처리방식이라면 ISO37001은 전 직원에게 역할과 권한, 책임이 부여되는 전사적 개념이다. 또 CP가 조직내부에 한정된 반면 ISO37001은 사업관계자 등 이해당사자까지 포함하는 포괄적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반부패아카데미 연수단원으로 참가한 업계 관계자는 “윤리경영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제약기업들도 강도 높게 요구받는 당면과제 중 하나였다”며 “전 세계 제약기업들은 지금 평판과의 전쟁에 들어간 상태로 봐도 무방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와함께 “리베이트 등 유통과정에서 벌어진 반부패 문제는 기업 뿐만 아니라 불법에 가담한 직원까지 법적책임을 묻는 형태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며 “반부패 활동은 이제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이번 연수를 통해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ISO37001 확산을 정책목표로 설정한 제약바이오협회는 2019년 12월까지 51개 이사사 전체가 단계적으로 인증 받는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8개사에 그친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CP 때와 마찬가지로 ISO37001이 형식적 절차에 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이와관련 한국컴플라이언스인증원 이원기 원장 “내부조직에 한해 적용되는 CP와 달리 ISO37001은 이해 관계자와 관련된 직간접적 뇌물 위험까지 다루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프로그램이지만 이를 내재화하려는 강한 의지와 전문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인증 자체에 그칠 우려도 있다”고 제약업계 대상 강연에서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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