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연구원, 이노비오와 임상 1상 진입 예정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생명공학연구원 동물실험 완료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있습니다. "올해 안으로 임상시험 진입 하겠다." "영장류 실험에서 중화 항체 반응을 확인하겠다" 등 미디어에서는 코로나19 심각성과 비례해 백신 개발 현황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데요, 과연 이러한 연구 결과는 백신 개발 전 주기에서 어느 단계까지 진척된 것을 의미할까요?

히트뉴스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백신 관련 파견 업무를 본 업계 관계자의 자문을 토대로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이 어디까지 왔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람'을 대상으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이 가장 빨리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질병관리본부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입니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국제백신연구소와 함께 미국 백신개발기업 이노비오의 백신 후보물질 'INO-4800'에 대한 국내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한다고 지난달 16일 밝혔습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달 16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국내 임상 1상은 총 40명 정도, 향후 임상 2상은 160명 정도의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6월 중에는 국내에서 임상시험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통 백신이나 의약품의 경우 1상, 2상, 3상이 각각 진행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 한해 규제당국(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에서 빠른 속도로 임상시험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차장(박사)은 지난 2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FDA는 DNA 백신 등 안전성이 검증된 기술에 한해 독성 테스트를 면제해 주기 때문에 6개월 안에 1상 진입이 가능하다"며 "1상은 보통 20명 정도라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2상과 3상을 효능을 봐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상까지 개발함에 있어 규제당국의 적극 협조가 있다면, 백신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몇몇 플랫폼을 이용한 백신은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1~2년 안에 비상시 사용 가능한 백신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때문에 이노비오도 개발 주기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도록 규제당국과 협의를 통해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입니다.

식품의약안전처도 이에 발 맞춰 임상시험 승인 신청을 빠르게 처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식약처는 임상시험 승인기간을 기존 30일에서 사용 이력이 있는 후보물질의 경우 7일 이내, 새로운 후보물질의 경우 15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습니다. 

DNA백신 기전을 가진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INO-4800'은 현재 미국에서 지난달 6일부터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DNA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어내는 유전자(DNA)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기전을 가집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넥신, 생명공학연구원은 아직까지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어느 단계까지 온 것 일까요? 이들의 개발 현황을 살펴보기에 앞서, 백신 개발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중화항체'라는 개념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와 같은 바이러스가 감염되면, 항체가 생기게 되는데요, 항체는 일종의 바이러스 등 외부물질과 싸우는 작은 단백질 덩어리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항체가 생기면, 이중 일부 항체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중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중화'는 쉽게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이런 중화항체가 생겼다고, 100%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중화항체에 따라 50~70% 정도만 중화능(바이러스 방어)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중화항체가 과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을 어떻게 방어하는지 보는 시험이 동물을 대상을 하는 '실험동물을 이용한 바이러스감염 방어효과 시험(animal challenge study)'을 거치게 됩니다. 이 시험은 원숭이 등 영장류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맞추고 ▲중화항체가 생겨난 것을 확인하며 ▲어느 정도 중화능을 보이는 중화항체가 생겼을 때, 바이러스 방어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중화항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100% 방어(중화) 효과를 내면 가장 이상적이겠죠.

이러한 배경지식을 토대로 제넥신의 코로나19 DNA 백신 후보물질 'GX-19'를 살펴볼까요? 제넥신은 코로나19 예방용 DNA 백신 GX-19를 투여한 영장류(원숭이)에서 야생형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항하는 중화항체 생성을 확인했다고 지난 5일 밝혔습니다. 이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이번달 안으로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포함한 신청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백신 관련 파견 업무를 본 업계 관계자는 이상적인 백신 개발 단계를 보이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제시했습니다.

 

“(제넥신이 영장류 동물실험을 통해)중화항체를 확인했음으로, 임상 1상과 임상 2상 진입을 위한 과학적 근거(scientific rationale)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숭이에서 animal challenge study 자료가 있어야 방어효과를 보일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이 자료를 통해 임상 3상 승인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셈이죠.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임상 1상과 2상에서 안전성 및 중화항체 자료, 원숭이를 이용한 animal challenge study 자료를 전세계 규제기관 심사자들이 긴급사용승인(EUA)을 해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내에서 백신 개발 경험이 풍부한 SK바이오사이언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 역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동물 효력시험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9월 중으로 임상시험을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백신은 단백질 서브유닛 기전으로 개발 중입니다. 이 기전을 가진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활용해 코로나19 세포 진입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가령 스파이크 단백질의 수용체 결합 영역(RBD)만을 표적으로 삼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생산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에 보유한 합성항원 제작 기술과 메르스 백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동일한 플랫폼으로 자궁경부암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해 현재 임상2상을 진행 중이고 2017년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메르스) S 단백질 면역원 조성물 및 이의 제작 방법'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이어 "경북 안동에 생산 설비를 갖춘 백신생산공장(L HOUSE)을 가동하고 있어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바로 생산 체제에 돌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발부터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자신감은 비단 회사 측의 일방적인 주장은 아니라는 게 업계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국책과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최종 선정했습니다. 관련해 전문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외부 전문가들이 평가에 참여해 최종적으로 (국책과제 기업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선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국내 최고 백신 전문가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백신개발 하는 것이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고,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고려대 약학대학팀과 함께 지난 6일 SK바이오사이언스와 같은 기전을 가진 백신을 개발하는데요, 이 연구 역시 쥐와 기니피그, 돼지 등의 동물실험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가 형성된 것을 확인한 단계를 마쳤습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바이오벤처 휴벳으로 기술이전 해 올해 안으로 코로나19에 감염된 햄스터와 영장류에 접종 실험을 진행해 백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메르스(MERS) 연구 단장인 정대균 박사와 고려대 약대 송대섭 박사가 주도한 연구입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김현일 옵디팜 대표는 SNS에 개발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다른 연구그룹들은 모두 연구단을 만들었다고, COVID19 백신 개발을 하겠다고 언론에 발표를 하는데 우리는 언론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2월에 우리나라 상황도 극도로 나빠져 있는데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을 주가를 올리기 위한 재료로 써서는 안된다는데 연구자들이 동의했고 적어도 유의적인 결과가 나올 때 까지는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하고 극비리에 실험을 진행합니다.

피를 말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협의체 구성원들과 매일 아침마다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면서 의견과 정보를 나눴습니다. 각 기관이 가진 자원을 대가없이 공유하면서 실험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서로 양보하면서 치열하게 지난 90일을 보냈습니다. 서로간의 믿음과 신뢰가 없었다면 이렇게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우리가 이 결과를 발표드린 이유는 영장류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글로벌 수준의 의약품위탁생산(CMO) 업체와 협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였습니다. 다행히 이름만 들어도 아실 수 있는 업체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연락해 오셔서 조만간 협의체와 미팅을 할 예정인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도움을 주실 수 있는 기관들은 추가로 언제든 환영입니다.”

 

한편,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단은 7일까지 기업들이 코로나19 의약품 개발 애로 사항을 청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에서 7일 오후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기업 심층 상담을 진행했는데요. 이 자리에는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금융위원회 과장급 인사가 참여했습니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백신 개발 기업은 ▲진원생명과학(이노비오 백신 생산 담당) ▲바이오포아(전 세계 최초로 뉴캣슬병 백신 상용화) ▲LG화학(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연구, 단백질 서브유닛 백신) ▲제넥신(DNA 백신) ▲스마젠(바이러스 벡터 백신) ▲지플러스생명과학(단백질 서브유닛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단백질 서브유닛 백신) 7곳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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