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연구와 개발 사이에서

'위기는 기회'라는 다소 상투적 어구가 와닿는 요즘이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전 세계 학계와 산업계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라는 기회를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임상시험 레지스트리 미국국립보건원(NIH)의 클리니컬트라이얼닷고브(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임상시험은 지난 3월 11일 기준 56건에서 지난 달 27일 기준 466건으로 약 8.3배 증가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코로나19 의약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재단에 지난 달 28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애브비의 칼레트라, 부광약품의 레보비르 등 총 9건의 치료제 임상시험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 받았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와 국립보건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를 살펴보니, 국내에서 이뤄지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임상시험이 이것 밖에 안 됐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달보다 조금 줄긴 했으나, 국내 바이오벤처와 제약사가 '코로나19' 연구에 나선다고 한 수십건의 보도자료를 받았는데, 이 보도자료는 모두 전임상 연구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런 생각이 들던 차에 국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서 임상시험 컨설팅을 해 주는 이의 푸념이 생각난다. 그의 말의 정리해 옮겨보면 이렇다.

 

“최근 바이오벤처와 대학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요. 실험실(lab)에서 연구한 물질 하나 가지고, 심지어 코로나19와 같은 계열인 코로나바이러스(메르스) 세포주 동물실험도 없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겠다고 우기시는 연구자도 있죠. 이 자료로 식약처에 가봤자 임상승인을 받을 수 없다고 하는데도, 소통이 잘 안 되네요.”

 

연구자가 자신이 개발한 물질에 대한 '애정(?)'을 깎아 내리고 싶지 않다. 다만 자신이 애정을 가진 '물질'이 '의약품'으로 탄생하기 위해선 과학적 자료가 필요하다. 대학에서 연구만 하고, 바이오벤처를 창업한 이들은 종종 과학적 자료의 중요성을 너무 쉽게 간과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규제당국(식약처 등)이 '과학적 지식'이 없다고 한다.

연구(Research)와 개발(Development)은 무엇이 그리 다를까? 식약처에서 수많은 국내 신약 및 백신 개발자를 만나 본 심사자는 연구와 개발은 반드시 분리돼야 한다며 다음과 같은 말은 한다.

 

“많은 개발자가 '연구를 하는 것'과 많은 연구자들이 '개발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임상승인과 품목허가를 받기 위한 규제 관련 서류를 준비할 때, 그 차이를 현저히 느끼게 됩니다.

개발자들은 필요한 연구를 선택적으로 골라내고, (임상승인과 품목허가를 위해 필요한) 연구를 최대한 빠른 시간에 수행해 임상승인에 진입할 수가 있습니다. 반면 (개발역량이 없는) 연구자 대부분은 (임상승인과 품목허가에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내기 보다는) 논문에 실릴 수 있거나 특허(원천기술 등)를 낼 수 있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대로 된 약물작용기전(MOA) 규명도 없이, 단지 시험관 내에서 바이러스 사멸 효과만 가지고 규제당국을 찾아가서 식약처 탓만 하고 있지는 않은지, 연구와 개발 사이에서 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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