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개위 회의록에서 제약업계가 읽어야 하는 시대정신

한 회사가 진행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자료를 활용해 여러 회사가 동일한 제네릭의약품을 허가받을 수 있도록 한 위탁(공동)생동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려는 식약처의 규정개정에 대한 규제개혁위원회의 철회권고 결정은 예견된 일이었다.

고혈압치료제 발사르탄에 발암유발 유해물질인 NDMA가 검출된 것을 호기로 식약처가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지만 ▷공동(위탁)생동의 품목수를 제한하는 조치와 의약품 품질관리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고 ▷시장경쟁이나 시장진입 자체를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규제의 합리성을 우선시하는 규개위가 넋놓고 수긍하기는 어려운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식약처는 발사르탄 사건 때문에 바뀐 시대적 상황을 근거로 내심 자신감을 보였지만 2010년에 폐지된 위탁(공동)생동 품목수 제한을 2020년에 다시 도입해야할 마땅한 사유를 규개위는 정작 찾지 못했다.

위탁(공동)생동 문제는 기업별 매출구조와 여건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 사안이었다. 24일 공개된 규개위 회의록 상에는 정부의 규정개정안이 산업계와 조율을 통해 도출됐다고 설명되어 있지만, 위탁(공동)생동 제한은 단순도식으로 대형업체와 중소형업체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제네릭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중소제약사들을 중심으로 제약바이오협회를 탈퇴하자는 초기 반발까지 진행됐을 정도였다. 이같은 갈등속에 발표된 식약처의 위탁(공동)생동 규제조치는 발표 1년 남짓 만에 규개위 단계에서 일단 멈춰섰다. 제네릭 난립으로 인한 기형적이면서도 불법성을 넘나드는 시장구조는 복지부가 준비한 약가차등보상제와 같은 더 강력한 규제조치의 영향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제네릭 비즈니스는 새 방향성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절벽에 선 상태이다.
제네릭 비즈니스는 새 방향성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절벽에 선 상태이다.

이같은 규제강화를 초래한 제네릭의약품 시장의 문제는 난립이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대형이든 중소형이든 모두 당사자이다. 공동생동은 단독생동에 비해 무임승차 성격이 짙고, 이렇게 시장에 진입해 손쉽게 열매를 땄다면 R&D나 생산기술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하는데 충분하지 못한 점 때문에 비판 받는 그룹이 생길 뿐이다. 철회권고를 받았지만 위탁(공동)생동 제한 문제는 더 애쓰는 기업에게 시장 기회를 더 많이 열어주겠다는 성격이 솔직히 더 짙은 제도라고 봐야 한다.

대형이라고 모두 그런 자격을 갖춘 것은 아니며, 중소형이라고 열매만 따간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규개위 철회권고를 제네릭 시장에 대한 프리패스 티켓처럼 인식하는 것 만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규개위가 비록 철회권고를 결정했지만 논의과정에서 나온 제네릭 시장에 대한 위원들의 관점은 너나없이 우호적이지 않았다.

회의록을 보면 제네릭의약품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과 리베이트 유발, 수익증대를 위한 저가 원료의약품 사용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또 제약기업 본연의 역할이 아닌 도매상 역할만 수행하는 난립현상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규개위가 정작 거부한 것은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허가단계에서 사전적 품질관리 관점으로 풀어나간 식약처의 논리일 뿐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장구조는 약가차등보상제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규개위 발표가 산업계에 가져올 영향관계를 떠나 우선 속시원하다고 생각할 기업들도 있겠지만 철회권고에만 방점을 찍는 일 만큼은 경계한다. 철회권고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나온 토론의 소재들은 제네릭 시장을 바라보는 정책 결정권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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