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CSO는 프로 중 프로다…단, 불법 수단을 쓰지 않을 때"

지난 3월25일 모 전문 언론이, 대형 제약회사들의 실적이 동반 침체하고 있지만, CSO에 판매를 위탁한 몇몇 제약회사들은 요 몇 년 동안 계속 좋은 영업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기사를 올린바 있다. 지금까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CSO의 실증적 효과에 대한 종합적 분석 기사였다.

그런데 이 기사의 댓글 란에 예상처럼, CSO에 대한 부정적 꼬리표인 '리베이트의 온상'이라는 취지의 견해가 여러 건 달렸다. CSO는 언제쯤 이러한 주위의 곱지 않은 시각의 굴레에서 벗어나 명예 회복이 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올까?

CSO는 1983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탄생됐다. 그 CSO가 2001년 우리 한국에 첫 상륙했으니까 햇수로 20년이 된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초기에는 생소했지만 기대도 컸다. 미지의 판촉전문 업종이, 의약분업과 함께 국내 제약업계의 마케팅 구조와 형태 및 방법 등을 어떻게 변모시킬까 하는 점에서 말이다.   

그러나 2010년11월29일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CSO가 국내에서 크게 변질·위장되는 현상이 발생됐다. 마치 코로나19가, 처한 환경에 따라 변이되는 것처럼 말이다.

항간에서는 제약회사들이 변질된 CSO를 불법 리베이트의 은신처로 악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2015년 전후해서는 CSO가 3000곳 설, 5000곳 설까지 나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CSO에 관한 것은, 외부로 부각된 6~7곳(유디스인터내셔날, 퀸타일즈이노벡스, MS&C, 평창P&C, 서경실업, 한국메딕스 등) 이외 대부분 오리무중이다.

알려진 것은 고작, 지난해 정부 당국이 지출보고서를 의무화하기 위해 행한 설문조사 결과밖에 없다. 제약회사 총 629곳에서 설문에 응답한 464곳 중, 129곳(27.8%)이 CSO에 영업을 위탁 하고 있다는 점, 그 중 20곳(15.5%)의 제약회사가 CSO에 전부 위탁을 하고 있고 109곳(84.5%)이 일부 위탁이라는 점, 또한 CSO는 총 2629곳으로 나타났는데 2~5인의 CSO가 1122곳, 1인 CSO가 699곳, 6~10인이 505곳 그리고 11인 이상의 CSO가 303곳이라는 현황뿐이다.          

그 현황도 전업(專業) CSO 것만이 아니고, ▷제약회사가 다른 제약회사와 라이선스·코마케팅·코프로모션 등의 계약을 체결한 곳과, ▷제약회사가 자체 영업부를 별도법인 자회사로 만들어 운영하는 곳, 그리고 ▷제약회사의 '총판' 도매유통업체 등까지 모두 CSO로 둔갑, 뒤섞여 포함돼 있다.

이러한 상황이니, 업계나 정부나 국회도 '전업 CSO'에 대해 제대로 알 턱이 없다. 그러면서도 걸핏하면 CSO가 불법 리베이트의 온상이라고 도매금으로 매도들하고 있다.

그 원인이 혹시, ▷ '업계를 조사해보니 CSO가 불법 리베이트를 퍼주고 장사를 한다더라', ▷ 'CSO의 수수료율을 보니 생각보다 높고 이를 보면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 장사하는 것이 틀림없는 것 아니냐', ▷ '공개된 불법 리베이트 관련 수사나 재판 결과를 봐라 더러 CSO가 연루되고 있지 않느냐', ▷ '제약회사들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요즈음 뜸한데 CSO를 통해 숨어서 준다더라, ▷ 'CSO는 불법 리베이트를 귀신도 모르게 준다하더라', 등등이 한데 어우러져 생겨난 고정관념이 고착된 때문은 아닐까. 중세 서구에서 행하던 '마녀 사냥'식과 무엇이 다를까. CSO업계 전체가 그렇게 한 묶음으로 매도당할 만한 물증이 딱히 집히지도 않는다. 

'C(Contract)'자로 시작되는 '업무대행' 형제 업종들은, 오늘날 우리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대세로 떠오르며 총아가 됐다. 토종 제약바이오업계에 신약개발의 자신감과 중요성이 생기고 나서부터다. 이 산업계의 누구나 다, 이 업종들을 우러러보며 떠 받들고 있다. 수많은 전문 언론들에 의해, 이들과 관련된 소식들이 중점적으로 연일, 일 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생산대행업체),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개발대행업체),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개발·생산대행업체),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연구·임상시험대행업체) 등이 그들이다. 이들과 8촌쯤(신약개발 堂內)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도 대단한 인기다. C씨 가문 형제들 중 CSO만 유독 찬밥 신세다.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는,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의약품 전업 판매대행 회사'다. 영국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미국 및 일본 등에서 CSO의 활동은 매우 긍정적이다. 그들 국가의 의약품 MR(판촉 및 영업 인력) 중, CSO의 MR이 5~20%나 차지하고 있다(일본 CSO협회 자료). CSO가 MR을 자체 육성해 제약회사에 그 인력을 대여·공급하기도 한다. 저들 국가에서 CSO가 우리나라처럼 불법 리베이트와 엮여 곤욕을 치루고 있다는 예기를 지금까지 들어 본적이 없다.

그런데 이러한 CSO가, 어쩌다 우리 한국에 들어와 대접도 제대로 못 받고 불법리베이트 혐의에 연루돼 탕아 취급을 받게 됐을까. 제약회사와 CSO 중, 누가 먼저 '에덴동산의 금단의 과일'과도 같은 '불법 리베이트'에 손을 먼저 댔을까. 제약회사가 먼저 주면서 CSO는 약사법망에 걸리지 않는 신분이니 내 대신 써달라고 했을까? 아니면 CSO가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먼저 달라고 손을 내밀었을까? 재판을 벌인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CSO업계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이제까지처럼 찜찜한 상태로 CSO가 유지·발전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CSO의 개념도 탄생지와는 매우 달라져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과연 CSO가 우리 한국에서 꼭 필요한 존재일까 하는 문제도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만약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면 CSO를 놓고 고민할 게 뭐 있겠는가.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럴만한 가치는 넘쳐난다고 판단된다. 

일찍이 경제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 영국의 '아담 스미스(Adam Smith)'와 독일의 '카를 마르크스(Karl Marx)'는 각각 그들의 저서 '국부론'과 '자본론'에서 '개별 분업(작업장 내 분업)'과 '사회적 분업'의 높은 유용성과 효율성을 갈파했다. 이들의 주장은 이론화되어 아직까지 여러 분야에서 금과옥조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분업은 개인과 직종 간의 특성을 살릴 수 있게 하고, 근로와 직종의 숙련도가 높아지게 하며, 그 생산성이 향상되도록 해준다.

그런데 CSO는 제약바이오업계의 마케팅 부문의 한 분야가 '사회적 분업'으로 역할 분담되어 발생된 직종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CSO가 존재함으로써, 제약바이오회사들은 모든 영업조직을 CSO로 대체하는 것이 유리할까, 일부 품목을 CSO에 맡기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과거나 현재처럼 앞으로도 계속 자체의 조직만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것이 그래도 나을까 하는 점 등을 놓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 되는 이점을 가지게 됐다.

또한 CSO는 ▷ 영업조직을 갖추기 위한 초기 투자를 감소시키고, ▷ 조직 운영비용과 시간을 감소·단축시켜 주며, ▷ 신약 연구개발 등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업무를 분담해 주고, ▷ 요양기관의 치료 영역에 전문적인 의약품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CSO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귀화된 상태대로 CSO가 생존·발전할 수 있을까?

두 가지 미션(mission)이 관건이라고 본다. CSO가 이를 해결한다면, 앞으로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지 못하다면 고난의 가시밭길을 계속 걸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첫째 미션은 CP(Compliance Program)의 생활화다. 윤리 경영의 실천인 것이다. 둘째 미션은 판매력을 실증하는 것이다. 즉 고객(제약회사)의 매출액을 확실하게 증가시켜 줘야 한다. 이게 지속되지 않는다면 만사휴의다. 긴 말이 더 필요 없는 미션들이다.

CSO의 제약 마케팅(영업) 인력들은 진짜 프로(professional)들이라 할 수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최고 수준의 영업 인력들이 CSO를 경영하거나 그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MR 인력은 프로 중의 프로이므로 충분히 두 가지 미션을 감내하면서 해결해 낼 것으로 믿는다. 불법 리베이트를 주고 영업한다면 '프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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