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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

"임상시험은 통계와 윤리의 교차점이죠."

통계학자인 그가 어떻게 신약개발 임상시험 분야에 뛰어들어, 국내에서 풀 서비스 임상시험수탁(CRO) 기업을 운영하게 됐는지 궁금했다. 국내에서 신약개발 '임상시험'이라는 개념조차 도입되지 않았던 2000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2007년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로 사명을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국내 CRO 산업을 주도하기까지.

통계와 윤리의 교차점 사이에서 국내 임상시험 생태계를 주도한 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국내 임상시험의 과거, 현재, 미래를 들었다. 그 속에서 LSK가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 어떤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들어봤다.

이영작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 

#1. 임상시험 운영부터 약물감시까지 제공하는 LSK

-통계학을 공부하시고, 신약개발 임상시험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흥미롭습니다.

"임상시험의 핵심은 통계학입니다. 통계학은 불확실성을 다루는 학문인데요, 임상시험의 모든 과정에서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게 됩니다. 가령 약물의 효과, 임상 환자의 상태가 모두 불확실한데, 이를 어떻게 통제(control)할 지 다루는 게 임상시험고 임상시험에는 통계학이 처음부터 관련됩니다.

미국 대학원 시절에 전임상 단계인 동물시험에 대한 데이터를 다루면서, 임상시험을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인슐린 레벨을 측정해 통계학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 미국국립보건원(NIH)에 가서 본격적으로 임상시험 관련된 일을 하게 됐죠.

사실 미국에서 규모가 큰 CRO인 퀸타일즈(현, 아이큐비아)의 설립자 데니스 길링스도 통계학자였어요. 미국에는 통계학자가 이미 CRO 업계에 다수 포진돼 있어요."

-LSK는 신약개발에 대해 '원스톱 풀서비스'를 표방하는데, 구체적으로 국내 신약개발 기업이 LSK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뭔가요?

"후보물질 발굴(discovery)이 끝나 확보한 물질의 임상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업무, 의약품 개발(Product Development)까지.  약물 개발 계획 단계 부터 시작해, 임상시험 운영(Clinical Operation) 뿐만 아니라 데이터관리와 통계분석 약물감시까지 임상시험의 전 분야에 걸쳐 원스톱 풀서비스가 가능합니다. LSK Global PS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 관리자와 통계분석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임상시험 분야에도 데이터 관리가 중요한 것 같아요. 특히 LSK는 통계 기법을 활용해 데이터 관리(Data Management)와 관련된 서비스도 많이 제공하는 것으로 압니다.

"데이터 관리는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략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올해 2월엔 그 일환으로 대만에 데이터 관리만 전담하는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임상의 질이 매우 우수한 대만 인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저희가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 '약물감시'에요. 특히 글로벌 제약사는 시판 이후에도 환자들이 안전하게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모니터링을 중요시 여기거든요. 그 일환으로 지난해 5월 폴란드 바르샤바 지역에 약물감시 유럽 지사를 설립했어요.

약물감시에 대해 가장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는 유럽에 약물감시 지사를 설립한 이유가 있는데요, 유럽 국가가 포함된 다국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안전성 정보를 관리하고 보고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죠. 아직 국내 CRO가 수행하고 있지 않은 업무들로 사업 영역을 넓혀 글로벌 약물감시 센터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2. 이영작 대표가 본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는 글로벌 제약사 등에 기술이전을 하는 게 목표로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임상 등을 수행하며 국내 CRO보다 외국계 CRO를 선호합니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이 외국계 CRO가 아닌 LSK와 같은 국내 CRO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가 수행한 임상시험만 1153건이고, 이중 134건이 글로벌 임상입니다. 글로벌 제약사, 미국 바이오벤처, 국내 중견 제약사, 국내 바이오벤처 등 많은 스폰서와 일을 했습니다. 이런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일단 바이오벤처는 신약개발 임상 전 주기를 다룰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이건 미국이나 국내나 마찬가지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이나 국내 바이오벤처는 CRO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외국계 CRO만 고집하는 건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스폰서가 모든 임상을 관리하고, 스폰서의 지시 하에서만 움직이는 외국계 CRO가 꼭 국내 제약사에 적합한 파트너일지 의문입니다.

퀸타일즈(현, 아이큐비아) 등 외국계 CRO는 글로벌 제약사가 모든 임상시험을 내부에서 시작할 수 없으니, 생겨나기 시작했어요. 이들도 처음에는 주도적으로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임상시험 서비스를 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런 서비스를 수행하면서, 점점 글로벌 제약사가 가진 임상시험 경험과 노하우를 CRO도 배우게 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에 대한 모든 원천기술은 제약회사(스폰서)에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미국 제약회사의 경우 절반은 자체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나머지는 CRO에 아웃소싱을 하는 형태죠. CRO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오히려 내부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하고요. 원천기술을 가진 제약회사가 임상시험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CRO는 이런 스폰서의 지시에 따를 뿐이죠.

미국에서 임상시험과 관련된 어떠한 질문도, 결국 답은 스폰서가 합니다. CRO는 스폰서의 지시에 따를 뿐이죠.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상황은 이렇습니다. 미국 바이오벤처는 소수 인력이 있기 때문에, 이들도 임상시험 전반에 대한 지시는 글로벌 제약사만큼 관리가 안 되기도 합니다. 확실히 저희도 미국 바이오벤처와 일을 하다보면, 그들도 우왕좌왕 하는 걸 봅니다.

반면 제네릭 중심의 비즈니스를 펼쳐 온 국내 제약회사와 이제 막 신약개발에 뛰어든 국내 바이오벤처는 아직 신약개발에 대한 원천기술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약개발 임상 경험도 아직 많이 축적돼 있지 않고요. 이들이 과연 외국계 CRO를 온전히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한국의 스폰서는 외국계 CRO인 아이큐비아, 코반스보다 우리가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실시간 소통, 효율적인 소통 체계와 비용 면에서 우리가 더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국내 바이오벤처는 외국계 CRO를 감시(oversight)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

"특히 외국계 CRO는 스폰서만 쳐다 봅니다. 그들은 임상시험과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스폰서에게 질문을 합니다. 실제로 이런 일도 겪었는데요, 국내 제약회사가 유럽에서 임상을 진행하는데, 우리와 외국계 CRO와 동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외국계 CRO가 국내 제약회사에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국내 제약회사는 적합한 답을 주지 못 했습니다. 그 결과 임상시험은 중단되고, 지연된 시간과 가중된 업무만큼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 컨설턴트를 고용하지 않나요.

"컨설턴트 역시 스폰서가 고용하는 목적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신약개발 기업은 종종 이런 목적도 명확히 세워 두지 않고 컨설턴트와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기도 합니다.

한 번은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A 바이오벤처(스폰서)가 미국에 최고 권위를 가진 컨설턴트만 20명을 고용한 경우가 있었어요. 스폰서가 컨설턴트를 조율한 능력이 없으니, 결국 컨설턴트 간 견해차만 생기고,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면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제대로 수행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LSK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래서 저희 회사는 데디케이트 유닛(dedicate unit)을 따로 운영합니다. 국내 회사들과 외국계 CRO 중간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요, 저희 인력이 직접 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한 국내 회사를 대신해 외국계 CRO가 하는 질문에 대응하는 것이죠.

LSK Global PS는 글로벌 CRO에 버금가는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 창사 이래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LSK Global PS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글로벌 CRO로 거듭나고자 하는 비전을 반영한 것입니다. LSK Global PS는 국내 제약산업을 세계화 시키겠다는 비전이 있기 때문에 쉬지 않고 노력해왔고 지금은 외국의 어느 CRO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제약사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너무 비용만 보지 말고 품질도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가격경쟁을 시키거나 외자 CRO는 무조건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는 제약사가 있다는게 안타깝습니다.

LSK Global PS가 100건 이상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최근 완료한 글로벌 임상시험은 12개국 95개 병원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LSK Global PS에서만 각 부서에서 75명이 이상이 동원됐습니다. 이 같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국내에도 이런 역량을 가진 CRO가 있다는 것을 제약사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CRO는 제약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 중 하나기 때문에, CRO 산업이 빈약하면 제약산업도 붕괴될 수 있습니다. 실력 있는 국내 CRO를 믿고 세계시장 진출도 함께 가는 것이 국내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첩경입니다."

-국내 신약개발 회사와 미국이나 유럽의 회사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요?

"제안요청서(RFP)를 보면, 여실히 드러나는 데요, 일단 미국 회사들은 저희가 거의 손을 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RFP를 보내줍니다. 저희는 이 RFP에 맞게 업무를 수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심지어 저희가 업무 진행 시간을 보내면, (그들의 연구 경험에 비춰) 효율적 방안을 제시해 시간을 절약하는 법도 알려 주고요.

반면, 일부 국내 기업은 저희가 임상 시놉시스부터 써 줘야 하는 경우도 있고 CRO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견적서를 내주면, 다음부터 가격 낮추기에 급급한 경우도 많죠."

#3. 국내 CRO 산업의 고충과 그 속에서 그리는 미래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CRO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기업만큼 CRO 업계가 크게 주목 받지는 못 한 것 같습니다. 국내 CRO 산업의 가장 큰 고충은 뭔가요?

"스폰서들이 업무 성격보다 가격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신약개발 경험이 부족한 국내 업계가 다양한 임상시험 요소를 고려하지 못 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긴 해요. 그래도 저희가 디자인한 임상 프로토콜을 가지고 다른 회사에 가서 더 낮은 가격으로 견적을 받아 임상을 수행하는 경우는 정말 아니라고 봐요."

-CRO 산업이 가격 경쟁으로 가면,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겠군요.

"우리나라는 아직 임상시험 신흥국이에요. 인력으로 운영되는 CRO 특성 상, 인력이 없으면 이들이 교육해 키워야 하죠. 또 저희가 자부심을 가지는 데이터관리, 약물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인력을 키우려면 선행적인 투자가 필요하고요. 그런데 단순히 가격 경쟁으로 CRO 산업이 돌아간다면 저희가 어떻게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을까요?

향후 병원과 의사 중심 임상에서 디지털 기기(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가상임상'으로 임상 트렌드도 변할 거에요. 이를 위해서 관련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죠. 가상임상 시험 환경에선 지금과 같이 코로나19와 같은 사태에서도 임상시험을 중단할 필요가 없어요. 이런 변화가 닥쳐와도 국내 임상시험 산업계는 아무런 대비도 못 하고 있어요. 미래에 대한 장기적 투자가 없다면, 한국 임상시험은 결국 위기에 처할 거에요."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국내 CRO 산업이 성장하려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국내 기업이 정부 펀드를 받아서, 해외로 진출해 임상시험을 하는 경우 국내 CRO를 참여시켜 국내 CRO가 기회를 갖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외국계 CRO도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며 성장한 곳입니다. 국내 CRO도 마찬가지죠. 결국 국내 CRO도 신약개발 임상 경험이 축적돼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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