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Check]
업계 전문가가 본 '엔젠시스 DPN 후속 임상 3상 프로토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보완(hold)을 내는 가장 큰 요소가 체리피킹(cherry picking) 이슈다. 자사가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에 유리한 데이터만 선별적으로 도출하는 것은 FDA가 가장 문제를 삼는 요소다. 이번 엔젠시스 후속 임상의 경우 체리피킹 이슈가 있어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 임상을 다수 총괄한 연구자)

 

"임상 대상 환자가 애매하다. 보통 당뇨병성 신경통증 환자는 프리가발린, 가바펜티노이드 약물로 1차 치료를 받는다. 이런 약제가 안 듣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인지, (특정한 이유로) 현재 개발된 약물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제인지, 그것도 아니면 엔젠시스 자체를 1차 치료제로 개발하겠다는 전략인지 불분명해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 출신 임상개발 컨설턴트)

 

"FDA는 개발자(제약회사)가 논리에 맞게 프로토콜을 준비해 오면, 임상 승인은 해 준다. 임상 승인 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통증억제제에 실패한 당뇨병성 신경통증 환자에서 평균 통증 감소효과를 이번 임상을 통해 입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식약처 심사 담당 경험자)

헬릭스미스는 지난 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엔젠시스(VM202-DPN)의 DPN 후속 임상 3상(3-2) 프로토콜을 FDA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역시 주평가지표(primary endpoint)를 첫 주사 후 '6개월'로 잡은 부분입니다.

회사 측은 후속 3상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주평가지표(primary endpoint)를 기존 3-1상에선 VM202 투여 후 '3개월'로 잡았던 것을 3-1B상은 투여 '6개월'로 잡았습니다. 회사 측은 3-1상에선 엔젠시스 투여군에서 주평가평수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으나, 3-1B상에선 부평가지표(secondary endpoint)로 6개월 투여 후 약물 유효성을 입증했습니다.

다만 3-1B상은 3-1상에 참여했던 환자 500명 중 1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개월 장기추적관찰 임상으로, 임상 유용성의 주요 자료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임상은 FDA 가이드라인에 따라 장기 안전성 자료 수집 차원에서 실시한 확대임상으로, 주평가지표는 ‘안전성(safety)'입니다. 여기에 부평가지표로 '유효성(efficacy)'을 측정했는데, 여기서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회사는 3-1B상 확대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3-2상 주평가지표를 '첫 주사 후 6개월째 통증일기(pain diary)로 측정한 지난 1주일 간의 (매일) 평균 통증(Average Daily Pain score) 감소 효과'로 잡았습니다.

헬릭스미스 보도자료
헬릭스미스 보도자료

FDA에서 임상시험 승인 경험이 있는 업계 전문가는 회사 측의 의도는 알겠지만, 자칫 FDA가 체리피킹 이슈를 제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체리피킹은 자기에게 불리한 사례나 자료를 숨기고 유리한 자료를 보여주며, 자신의 견해 또는 입장을 지켜내려는 편향적 태도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를 임상 데이터 측면으로 대입해 보자면, 자신들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의 유효성을 강조하기 위해 유리한 임상 데이터만 보여주겠다는 것으로 행위를 지칭합니다. 업계 전문가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엔젠시스 후속 임상 프로토콜을 살펴보면) 임상을 무작위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임상 유효성 지표 기준에 들어오지 않으면 제외(drop)하고, 환자 수 자체를 통계적 유의성이 나올 때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부분은 FDA가 체리피킹으로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회사 측이 발표한 엔젠시스 후속 임상 규모를 보면, 152명의 50% 피험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한 이후, 중간 분석을 통해 최대 250명까지 최종 숫자를 조정하겠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152명 중 50%에 대한 피험자 데이터 중간 분석 이후, 최종 숫자를 250명 규모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FDA에 생물허가시판신청(BLA)을 제출할 때는 회사가 진행한 모든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즉, 현재까지 헬릭스미스가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한 3-1상을 모든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보게 됩니다.

유승신 헬릭스미스 사장도 지난해 10월 열린 혁신신약살롱 송도에서 "3-1상 데이터로만 허가를 받기는 힘들 것"이라며 "BLA를 신청할 때는 성공한 임상 데이터와 실패한 임상 데이터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물론 아직 임상 3상을 온전히 끝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허가'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원하는 데이터에 맞게 임상 규모를 152명에서 250명으로 조정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회사 측이 이번 임상을 위해 개선한 사항도 있습니다. 엔젠시스가 임상 주평가지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환자의 통증일기(pain diary)가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명확한 기록을 위해 '중앙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전자다이어리(E-diary)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원활한 임상 진행을 위해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두 곳도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해 김선영 대표는 "이번에 관여하는 CRO는 임상 전반을 관리하는 세계 유수의 CRO인 PRA 이외에도, 통증 임상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업을 제2의 CRO로 뒀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김 대표가 말한 이번 엔젠시스 임상을 맡은 CRO는 PRA Health science와 디티앤사노메딕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회사 측이 공지한 자료에 따르면 PRA 측과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 LOI(letter of intent, 의향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끝으로 FDA에서 임상시험 승인 경험이 있는 업계 전문가의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임상 프로토콜 강화(enrichment)와 체리피킹을 혼동하면 안 된다. 임상시험을 통해 통계학적 유의성을 부여하려면 '객관성'은 필수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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