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사회
가짜뉴스가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사회
  • 류충열 유통전문기자
  • 승인 2020.04.0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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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치료약 개발이 불가능한 고질적 전염병 가짜뉴스

요즈음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코로나19까지도 수단으로 써먹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의 부정적 신드롬(syndrome)이 활개를 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대규모 인포데믹(infodemic)이 동반되고 있는데, 이러한 거짓정보는 전염병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유행성전염병(epidemic)의 합성어로 2003년 미국의 어느 컨설팅업체의 창립자가 처음으로 만들어 사용했다고 한다. 악성 루머나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정보 전염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뉴스와 거짓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불꽃놀이 폭죽에서 나오는 연기가 효과가 있다 ▷참기름이 감염을 막는다 ▷콧물이나 객담이 있는 감기나 폐렴은 코로나19가 아니다 ▷소금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다 ▷외출 후 옷이나 가방 등을 헤어드라이어로 말리면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마늘이 효과가 있다 ▷따뜻한 물을 마시면 바이러스가 위로 들어가 위산에 녹아 없어진다 ▷햇볕을 쬐면 코로나19가 예방된다 ▷마스크를 전자레인지나 헤어드라이어로 말리면 된다 ▷마스크에 직접 소독제를 분사하면 재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생화학 무기다 등등과 같은 것들이다.

가짜 정보를 악용한 한탕주의 상술까지 등장했다. 고체 이산화염소를 이용한 코로나19 예방용 목걸이가 나와 온라인쇼핑몰에서 인기를 끌자, 환경부가 안전성 차원에서 이 제품의 유통을 차단시키기도 했다.

3월9일에는 뜬금없이 지*영에 대한 공적 마스크 특혜 의혹 관련 가짜뉴스가 SNS 등을 타고 급속히 퍼져나가기도 했다. 당해 정부 당국과 청와대까지 곧바로 직접 나서서 해명했다는 점에서, 이 가짜뉴스는 아마도 의료·의약업계 미증유의 인포테믹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최근 코로나19가 지구촌에서 팬데믹(pandemic)이 되면서 화장지와 마스크의 원료가 같기 때문에 화장지 생산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뜬소문에, 미국과 유럽대륙 등에서 갑자기 화장지 사재기가 발생됐다. 심지어 이란에서는 알코올이 코로나19를 예방한다는 거짓정보가 퍼지면서 메탄올을 마신 40여명의 사람들이 사망하는 일까지도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가짜뉴스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불문하고, 인간 세상에서 항상 있어왔다는 것이다.

고대 로마시대 옥타비아누스는 비록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의 양자이며 상속자였지만 나이가 18세에 불과해 권력 대열에서 밀리자, 경쟁자인 안토니우스를 모함했다. 그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빠져 로마를 배신할 것이라는 악의적인 가짜 소문을 퍼뜨린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는 로마의 정통성과 오랜 미덕을 수호하는 인물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옥타비아누스는 아우구스트라는 칭호를 받은 로마 최초의 황제가 됐다.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이교도가 흑사병의 원인이다는 의도된 잘못된 정보가 마녀사냥을 불러들였다.

미국에서 지난 대선 선거운동 때 나온 수많은 가짜뉴스 중 대표적인 것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이 꼽히고 있다. 2016년 '독일의 베를린에서 13세 러시아계 독일 소녀가 난민들에게 '욕보임'을 당했다'는 가짜뉴스가 독일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퍼진 일이 있는데, 이는 당시 독일의 집권 정당의 정책을 흔들기 위해 러시아가 공작을 벌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1923년1월 일본의 관동 대지진 때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탔다'는 의도적인 유언비어가 퍼져 수많은 조선인들이 학살당했던 슬픈 역사가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 오키나와의 슈리성(首里城, 건물 터: 세계문화유산)에서 불이 났는데 '한국인이 방화했다'는 가짜뉴스가 급속하게 퍼져 일본의 언론이 이를 정정해 준 일이 있었다.

최근 홍콩의 민주화 시위 때 '주윤발도 복면을 쓰고 시위에 참여했다'는 기사와 함께 사진이 보도 됐는데, 그 사진은 시위가 있기 전의 사진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그 사진과 기사는 그 후에도 계속 떠 다녔다. 뉴스 어뷰징(News Abusing)의 한 사례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 인류(Homo sapiens)의 일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허구로 가짜뉴스를 만들어 왔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이러한 가짜뉴스를 만들고 전파시켜 왔을까(물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인간 인성론(성선설·성악설·성무선악설)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본래 자신의 어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나쁜 본성(성악설)을 지닌 채 태어났거나, 아니면 태어날 때는 본성이 착하거나(성선설) 백지상태(성무선악설)이었지만 자라나면서 주위 환경 등의 영향을 받아 본성이 나쁘고 비틀어지게 고착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가짜뉴스를 만들어내는 자들은 어느 종교에서 말하는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 원죄(성악설로 분류됨)의 희생물일까.

코로나19와 가짜뉴스는 동질적인 공통성이 있다. 둘 다 인간과 사회를 파괴시키는 전염병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인간의 육체를 파괴한다. 가짜뉴스는 인간의 정신과 사회를 파괴시킨다. 

그런데 이 둘 중, 가짜뉴스가 더 무섭다. 그 이유는 첫째, 코로나19는 치료약이 개발될 수 있지만, 가짜뉴스는 인간 본성과 자유의 가치 등에 대한 문제라서 앞으로도 영원히 그것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해결 방법(치료약)을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짜뉴스는, 미끼인 일부 팩트(fact)에 목적인 픽션(fiction)을 잘 버무려 꾸며 넣음으로써 노련한 사람도 속아 넘어가기 쉽다. 법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가짜뉴스에 걸리면 하루아침에 파렴치범이 되고, 선량한 기업가도 악덕 기업주가 되기 십상이다. 반대로 가짜뉴스가 파렴치범을 좋은 사람으로 둔갑시키고 악덕 기업주를 선량한 기업가로 변신시킬 수 있다. 사람과 사회를 그야말로 무자비하게 황폐화시키고 혼란시킨다. 특정 목적을 겨냥하는 가짜뉴스가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이유다.

그동안 제도적 규제 등과 같은 대증요법 수단을 만들기 위해 입법권자들이 숱한 시도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때마다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사회의 헌법적 가치에 배치된다는 비판으로 그 시도들이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해 왔고, 앞으로도 그 일이 녹녹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회 전체에서, 독일(네트워크 집행법)과 프랑스(정보조작대처법) 그리고 싱가포르 등 몇몇 나라가 가짜뉴스에 직접 대응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것도 적용 대상과 내용 등이 상당히 제한된 것이며, 전가의 보도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둘째, 코로나19는 한번 유행하고 지나가면 상당기간 사그라지는 전염병이지만, 가짜뉴스는 시도 때도 없이 계속 발생되는 전염병이기 때문이다.

셋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예방이 가능하지만, 가짜뉴스는 인간의 마음을 읽으면서 진짜처럼 교활하게 소설을 쓰면서 의도적으로 파고드는 전염병이기 때문에 예방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가짜뉴스(가짜정보)의 전파 속도는 매우 빨라 코로나19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며 한 번 잘못 알려진 정보를 제대로 바로잡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잘못된 정보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공포감을 조성해 우울과 불안 등의 심리적 문제를 야기하고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경제적인 피해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가짜뉴스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향과 믿음에 가까운 정보만 찾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악용해 이를 역으로 공략한다. 또한 가짜뉴스는 특히 우리 한국처럼 진영논리가 판치면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끊임없이 선동질하며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이 같은 몹쓸 가짜뉴스는 반드시 잡혀야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처럼 어렵다고 해서 그대로 노상에 방치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가짜뉴스를 잡는 방법이 영 없지는 않다고 본다. 가짜뉴스 제조 및 공급자들의 공략 대상인 '정보 수요자들'이 똘똘 뭉쳐 안 속아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가짜뉴스에 호락호락 안 속아주면 그 제조 및 유통자들이 결국 빈손을 털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특성으로 △고의성 △목적성(정치 또는 경제적 이익 등) △조작성 △개인 또는 집단에 미치는 실질적 해악 등 4가지를 꼽고 있다. 이러한 요건들을 모두 갖춘 뉴스라면 거의 모두 가짜라 할 수 있다. 또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유포 경로로 (1) SNS(50% 이상 비중) (2) 인터넷 커뮤니티 (3) 뉴스 댓글 (4) 포털 속 카페 (5) 블로그 순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뉴스정보에 대한 수요자들'은 가짜뉴스 유포 경로 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들이 가짜뉴스의 특성들이 들어 있나 없나를 매의 눈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외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흐르는 물에 손을 자주 꼼꼼하게 씻고 마스크를 필히 착용하는 것처럼, 온라인상의 가짜뉴스나 정보에 속거나 이를 퍼뜨리는 것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판별기준을 적용해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극도의 분노를 부추기는 미디어 콘텐츠는 대중을 선동하는 기만술이라 생각하고 그 뒤의 진실을 알려고 노력할 것 ▷뉴스의 행간에 숨은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냉철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생각의 힘을 기를 것 ▷ 중간의 입장에서 양극단을 경계할 것 ▷ 자극적인 뉴스를 거르고 필요한 정보는 검색해 찾아볼 것 등이다. 몹쓸 상품처럼, 가짜뉴스도 '수요자 운동'을 거세게 벌여야 할 대상이다.

 

참고자료

△가짜뉴스시대에서 살아남기(류희림 저, 클로세움 발행),
△가짜뉴스의 고고학(최은창 저, 동아시아 발행),
△가짜뉴스 규제법의 헌법적 분석 및 해외 동향(언론중재 2018년 겨울호 Vol.149)
△온라인 허위정보 대응 방법(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U팩트체크센터)
△기타 다수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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