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급여 기준 행정예고에서 규제분석 제외한건 자의적 판단

|특별기고| 김진욱 헬스케어정책 칼럼니스트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약제 재평가 위임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다. 작년 11월 개최했던 약제 사후평가 소위원회에서 ‘사후평가 절차 관련 법적 규정정비 필요성’이 논의된 후 예고된 사후평가 중 처음 있는 행정예고다. 처음부터 복지부는 약제 사후평가 위임 근거 규정 신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정부 스스로 위임 규정 신설의 정당성을 부여하더라도 제도 시행에 대한 연구가 전무하며 제도 시행으로 인한 영향 분석도 없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제도가 시행됐을 뿐 풍선효과 없이 건강보험 재정에 기여가 확실하다거나, 치료 옵션이 좁아지지 않고 대국민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들여다보면, 이번 행정예고에서 정부가 수행한 규제영향분석은 '리베이트 적발과 관련하여 자회사를 포함한 계열회사의 꼼수 등재신청 반려 건'에 대한 규제영향분석만 있을 뿐 약제 재평가에 대한 규제영향 분석은 찾을 수 없다.  

정부 규제정보포털 사이트에서 소관부처 복지부를 대상으로 건강보험법 규제현황을 조사해 보면, 결과적으로 요양급여기준에 관한 규칙 13조 직권조정은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른 규제 대상 행정행위가 아닌 것으로 돼 있다. 규제 등록은 소관부처에서 등록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복지부는 약제 재평가를 포함한 직권조정을 행정규제가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실 규제영향분석 보고서 여부에 따라 제도를 포함한 행정행위의 신설, 폐지, 강화, 완화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관부처의 인식이 그렇다면 하위 법령에 따른 재량 권한이 아무 견제 없이 커진다는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르면 규제 등록 대상은 신청을 받아 처리하는 행정행위, 행정이행의무의 행정행위(행정 조사), 작위 의무(해야 할 의무), 부작위의무(하지 말아야 할 의무)와 그 밖에 권리를 침해하는 행정행위가 그 대상이다. 행정법원에서도 직권조정의 결과, 약가 조정, 요양급여 대상여부가 당사자 적격으로 인정되는 것을 참고해야 한다. 

규제 대상인 경우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고, 중요 규제인 경우 강도높은 심의가 설계되어 있다. 만약 약제 재평가가 중요 규제로 등록된다면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 제8조의2에 따라 연간 100억 이상인 규제, 다른 행정기관에 의하여 시행되거나 심각한 불일치가 있는 규제, 이해관계인 간 첨예한 대립이 있는 규제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약제 재평가는 규제 등록도 중요 규제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반면, 복지부의 약제 재평가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 갱신제도(안전성, 유효성, 품질 재평가)의 경우, 도입 당시 규제 대상으로 등록돼 규제영향분석을 시행했고 규제개혁위원회에서도 검토됐던 이력이 있다. 

약제 재평가 도입과 관련해 소관부처인 복지부는 행정규제기본법에서 규정되어 있는 규제의 원칙 중, 규제대상과 수단이 목적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범위인지, 대안들을 비교하였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 그리고 객관성 및 투명성, 공정성이 확보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거 2011년 복지부는 국회예산정책처로부터 약제비 지출관리 규제가 미흡하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당시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를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내실있게 규제정책을 펴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 영향분석서를 들여다봤다.  

분석서는 규제의 필요성, 규제대안의 검토, 비용항목의 확인 등 9개의 평가항목과 평가기준에 따라 이뤄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복지부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의 요양급여대상 여부 직권결정 및 조정' 규제에 대해 규제 필요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문제의 배경과 원인, 규제의 신설·강화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약제비 지출을 적정관리해 불필요한 보험약제비 낭비를 억제하고 이를 통한 보장성 강화, 보험료 인상 억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기술했던 것이다. 과거에는 규제로 등록돼 부실하나마 규제분석서가 있었지만 현재는 규제분석도 시행하지 않는다.  

제약업계는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행정행위는 존재하고 권리 침해는 있는데 규제는 아닌 불공정한 상황만 반복될 것이다. 약제에 대한 직권조정은 권리를 침해하는 행정규제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