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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담당자 3인이 툭 터놓고 말하는 국내 '약가' 정책 ②(끝)

#4. 재평가 첫 주자,콜린알포세레이트

박찬하 히트뉴스 편집인(사회자)=보건당국이 콜린알포세레이트 대상으로 기등재약 사후평가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부처 간 충돌 사항은 없나?

박학다식한 A씨

박학다식한 A씨=심평원이 ‘임상적 유용성’을 검토하겠다는 자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어느 정도 충돌할 소지는 있다. 이미 식약처가 허가해 줄 당시 임상적 유용성은 다 본 것 아닌가? 식약처 허가를 받을 때 제출한 자료외, 다시 출판된 논문을 요구하는 것은 자칫 식약처 허가 프로세스에 대한 불신으로 비춰질 수 있다.

정리왕 C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늘 하는 말이 ‘식약처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고, 심원은 임상적 유용성을 본다’는 것이다.

샤프한 B씨=리얼월드데이터(RWD)와 무작위임상시험(RCT)를 다르게 보듯이, 근거 수준에 따라 자료를 스크리닝 하려는 심평원 접근법은 틀리지 않다고 본다. 전문가 리뷰 논문, RWD, 사후적으로 풀링(pooling)한 근거 등으로 나눠 평가하겠다는 심평원 전략을 올바른 접근이라 본다.

A씨=물론 나도 이런 접근법 자체를 틀리다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국내 신약의 경우는 논문을 출판하려면 일정 시일이 걸린다. 결국 국내 기업은 논문이 출판되기 전까지 급여 시기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업계 소문으로는) 심평원이 인보사를 계기로 임상적 유용성을 더 까다롭게 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인보사는 임상적 유용성과 관련된 것이 아니었다. 문헌 재평가 역시 업계 입장에선 심평원과 식약처가 연속성 있는 절차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B씨=(심평원 입장은) 인보사 사건을 계기로 식약처와 업체가 유착돼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 이로 인해 식약처 허가 데이터도 못 믿겠다는 게 문헌 재평가 기저에 깔려 있는 듯 보인다.

사회자=정부 부처 간 불신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A씨=같은 국가 기관인데, 민원인(업계) 입장에선 이런 상황이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

B씨=(인보사 사태로 인해)식약처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업계 소문도 돈다. 새로운 약물에 대해서 애써 알려고 하기 보다는, 안전회피전략으로 완전히 서류가 갖춰져야만 ‘허가’를 내 준다는 것이다. 보완을 내는 사례도 늘었다는 소문도 있다. 

사회자='약제비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에 따른 기등재약 재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약효가 불확실한 약제에 대해서 재평가를 한다’는 어구가 있다. 이미 식약처 허가를 받은 약을 대상으로 ‘약효가 불확실’하다는 표현이 가능한가?

샤프한 B씨

B씨=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의 표현을 그대로 따온 것 같다. 특히 콜린알포세레이트 이슈 때문에 등장한 어구다.

A씨=보건복지부와 심평원도 공식적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등에 대해서) 약효가 없다는 표현 대신 ‘불확실’이라는 표현으로 순화해서 표현할 것이다. 약효 자체가 없다고 하면, 식약처 허가 절차 자체를 흔드는 발언이 될 수 있다.

다만 재평가를 통해 외국의 사례 등을 따져 일반의약품, 비급여 의약품으로 가는 방향성으로 갈 것이다. 임상적 유용성 자체를 건드리는 건 정부 기관 역시 부담스러울 것이다.

C씨=(콜린알포세레이트 등이 재평가를 거치면) 파스와 같이 제한사항이 붙을 것 같다.

사회자=콜린알포세레이트 개별 사안만 놓고 보면, 정부의 재평가 방향성은 옳다고 보나?

C씨=지금이야 국정감사, 건약이 발표한 내용이 워낙 화두가 돼 콜린이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졌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의약품으로 인정해 주는 곳도 있다. 적어도 기등재 당시만 해도 그랬다. 기등재 당시 의약품으로 인정해 주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면, 당연히 목록에서 빠졌을 것이다.

기등재 이슈가 처음으로 나왔을 때, 의약학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유지됐다고 들었다. 건약의 논리도 있지만, 대웅제약이나 종근당도 아예 논리가 없는 건 아니다. 물론 한국에서 가장 처방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B씨=그래서 의심을 사기 좋은 케이스였다(웃음). 정황 증거상 우리나라만 많이 팔린다고 하면 얼핏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나? 내가 대웅이나 종근당이라면 한국인 대상 임상시험을 할 것도 같은데…

C씨=현실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들었다.

A씨=사실 콜린알포세레이트 자체보다는 이번 사례를 통해 정부에서 어떤 기준을 갖고 재평가를 할 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회자=시범평가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외에 다른 품목 일정도 나왔나?

C씨=후속으로 점안제가 진행될 것이라고 들었는데, (코로나19 등 때문에)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올해 6월까지 완료된다고 들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정부에서 오랫동안 준비 작업을 해 왔기 때문에, 매칭 작업만 거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B씨=심평원이 지난 2년여 동안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해서는 시뮬레이션을 다 돌려 봤을 것이다. 여러 상황에 대한 모델을 돌려 보고, 업계 반발을 어떻게 최소화 할지 자신들만의 답안지를 이미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알려진 대로 6월을 완료 시점으로 잡았다면, 자신들의 원하는 방향성대로 시행하고, 업계 의견만 청취하면 될 것이다.

C씨=심평원에서 이미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평가는 여러 번 했다. 급여 삭감도 많이 당했고. 여러 고비를 넘은 품목이지만, 이번엔 그 고비를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5. 심평원 인력 이탈… “재평가 제대로 하기 힘들수도”

사회자=’종합적’이라는 말이 오묘하게 들린다. 정부가 여러 기준을 가지고 평가를 가져 가겠다는 것인가?

정리왕 C씨

B씨=콜린은 임상적 유용성을 보고, 또 다른 약제는 해외 약가와 비교도 해 보고 다면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C씨=(업계 일각에선)심평원이 원주로 내려간 뒤로, 인력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인력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제도가 종합적으로 시행될 지 미지수다. 현 상황도 심평원에 중간 관리자는 적고, 신입이 많아 일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다. 단순히 약사 자격증만 갖고 이런 큰 틀의 제도로 곧바로 이해한 뒤, 실무를 진행하긴 어려울 것이다.

업계에서 심평원 인력 이탈을 두고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도 있다. 심평원 직원들이 (업계로 취업할 생각을 하며) 친절하게 민원 상담에 응한다는 말도 있다.

B씨=나도 들었다. 이사 가기 직전에 심평원 직원이 불친절한 경우가 대부분 이었는데, 원주 출퇴근을 겪으며 언제까지 심평원을 다닐지 고민한다고 하더라. 제약회사로 갈 생각을 하면, 언제까지 갑의 역할만 할지 고민할 수도 있고.

C씨=실제로 심평원에서 나온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심평원 수요조사보다 원주로 막상 내려가니, 인력 이탈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약사 출신 신입 심평원 공무원이 재평가 작업을 온전히 해 나갈 수 있을까? 예전에 어떻게 진행돼 왔는지 상세히 모르는 사람들이 섣불리 진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6. 정부 직권조정의 위험 부담, 그리고 제네릭 약가제도

사회자=재평가와 관련해서 ‘규정을 정비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절차적 문제인가? 규정 내용이 미비해서 그런 것인가?

A씨=원칙대로라면, 정부의 직권조정 권한이 없는 약제에 대해서는 재평가를 할 수 없다. 규정으로 언급돼 있어야 하는데, 현재 복지부에서 직권조정 부칙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B씨=정부도 근거가 있는 직권조정 논리를 펴 왔지만,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C씨=정부와 업계가 이 사안으로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B씨=행정법원이 사건 별로 살펴봐서 업계 손을 들어줄 여지도 충분히 있다. 예전에는 법원에서 회사의 비즈니스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경우만 송사를 받아줬다. 현재는 대부분 모든 송사를 다 받아준다. 제약업계가 로펌의 주 고객이 된 것이다(웃음).

사회자=규정이 미비하면 시범사업도 못 하는 것 아닌가?

B씨=지금까지 직권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잘 해 왔다. 언론을 이용하기도 하고 업계를 압박하면서. 다만 정부도 정책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A씨=2012년 약가 일괄 인하 당시 때부터 정부와 업계 간 소송이 시작됐다. 물론 당시엔 막판에 회사들이 정부가 두려워 소송에서 빠졌지만...돌이켜 보면, 그 당시 소송을 이어갔다면, 규정이 미비했기 때문에 업계가 승소할 여지가 충분했다고 한다.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업계도 정부에 대한 소송을 주저하지 않는다. 때문에 과거처럼 정부가 미비한 규정으로 정책을 밀어 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회자=품질을 기준으로 약가를 매기는 것에는 동의하나? 올해 7월 시행 예정인 제네릭 의약품 차등 약가제도에 따르면, 자체생물학적동등성시험자료 또는 임상시험 입증자료를 제출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DMF)을 사용해야 최초등재약의 53.55% 약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A씨=품질과 가격을 연결해선 안 된다. (품질과 가격을 연결 지으려면)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서 저가약 장려 정책을 펼치지 말아야 한다. 대체재로 저가약을 처방 시 장려금을 준다는 정부 정책과 모순되는 말이다.

이미 허가 단계에서 DMF와 생동 여부를 확인했는데, 굳이 약가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삼는 건 저가약에 대한 불신만 키울 것이다.

사회자=허가 단계에서 이미 품질 조건을 충족했으니, 다시 품질 조건을 기준으로 약가를 낮추는 건 논리적 모순이라는 말인가?

A씨=그렇다. 이미 식약처에서 생동과 DMF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최근 나온 약제는 모두 생동과 DMF 조건을 갖춰야 한다. 문제는 과거 약제에 대해 소급 적용 하는 부분이다. 소급 적용을 해서 현행 생동과 DMF 조건을 맞추지 못 한 약제는 없애겠다는 논리는 말도 안 된다.

B씨=난 다르게 생각한다. 생동과 DMF는 회사가 제반 시설에 투자를 한 것이다. 이런 투자 방식에 따라 약가에 차등을 두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번 제네릭 정책은 복지부가 발사르탄 사태에 대한 감정적 정책으로 보이기도 한다. 발사르탄 사태 때, 복지부는 엄청난 고생을 했지만, 업계에서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래서 복지부가 일종의 업계에게 징벌적 책임을 묻는 일환으로 이번 제네릭 개편안이 나온 듯 보인다.

A씨=(감정적 이유라면) 더욱 문제가 많다.

B씨=(발사르탄 문제에 대해선) 업계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물론 업계 역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더 하더라도, 정부와 고통을 분담하는 태도를 보이면 더 좋았을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에 들은 바로는, 정부가 점안제 이슈로 제약회사에 대한 불신이 더 깊어 졌다고 한다. 처음에는 정부와 업계가 협의로 해결될 문제로 논의했는데,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면서 업계에 대한 정부 불신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사회자=새로 오시는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리자가 꼭 개선해 주길 원하는 정책이 있다면?

A씨=국내 케미컬 의약품 회사는 고사 직전이다. 그나마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개량신약 약가 보전이 이뤄지기 했지만, 현행 제도에서 국내회사는 신약개발 대신 제네릭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신약개발을 해도 결국 제네릭과 유사한 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가지고 신약개발을 하자는 건 공염불이다.

코로나19에서도 봤 듯, 제약주권은 중요하다. 진단 키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비슷하게 신종 인플루엔자 당시도 GC녹십자가 백신을 만들어내면서 상황을 타개해 나갔다. 지금처럼 제네릭 비즈니스 모델이 용이하게 만든다면, 우리나라 제약주권을 지킬 수 있을까?

물론 한미무역협정(FTA)로 국내 제약사 약가만 우대해 주는 정책이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신약과 글로벌 도입 신약의 형평성을 맞추면서, 국내 회사가 신약을 개발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고민을 해 줄 수 있는 분이 새로운 분으로 오길 바란다. 정책은 회사에게 보내는 신호다. 지금 정부가 업계에 보내는 신호는 제네릭을 장려하는 것이다.

B씨=모든 질병을 국내 신약으로 해결할 순 없을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제약사 역할을 생각해 봤다. 유한양행, 셀트리온 등과 같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글로벌 진출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다면)어느 순간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도 불필요해 지는 때가 올 것이다.

사용량 통제를 통해 불필요한 약제 처방은 억제하고, 제네릭보다 신약 개발을 장려하는 정책 그림을 그리실 수 있는 분이 오길 바란다.

C씨=▲소통을 활발히 해 정부 문턱을 낮추고 ▲업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청취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실 수 있고 ▲재평가 취지가 약가인하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고 ▲정책적 일관성을 가지신 분이 오길 바란다.

복지부는 한쪽에서 건보 재정을 지속성을 위해 약제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제약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약제비 관리를 위해 약가인하라는 가장 쉬운 방식이 아닌, 복지부의 전체 정책의 큰 그림에 따라 움직이는 보험약제과 관리자가 오길 바란다.

기획=이현주/정리=홍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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