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check] 글로벌제약사 홍보 담당자들이 본 코19 치료제 보도자료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만큼, 관련 소식도 연일 보도자료 형태로 전달됩니다. 후보물질을 도출해 시험관내(in vitro) 시험, 쥐 등을 활용한 동물실험,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 기존 후보물질이나 의약품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 적응하려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등 다양한 형태의 코로나19 의약품 개발 전략이 쏟아져 나옵니다.

국내 제약업계는 주로 시험관내(in vitro) 시험과 기존 의약품과 후보물질 대상 신약 재창출 전략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신약개발의 역사가 짧은 국내 기업이 초기 단계의 임상시험을 보도자료로 전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고작 시험관 결과, 임상 1상 등 초기 결과를 보도자료로 다 내느냐고 지적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비교할 수 없는 대조 의약품과 직접 비교, 임상적 근거가 아닌 주관적 표현 등으로 투자자 혹은 언론을 대상으로 관련 연구를 전달하는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보도자료를 제대로 된 검증 과정없이 그대로 쓰는 언론의 문제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표현이 문제가 있을까? 이런 문제에 극도로 예민하게 다루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보도자료를 배포할 때 어떤 표현은 쓰지 않는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글로벌 제약사 홍보 담당자의 자문을 토대로 국내 기업 6곳(코미팜, GC녹십자, 이뮨메드, 부광약품, 일양약품, SK바이오사이언스)을 [Hit-check]해 봤습니다. 

 

정확한 임상 단계 표현…주관적 표현은 금물

가장 기본적인 의약품의 신약개발 단계는 이렇습니다. ▲기초탐색 및 원천기술연구 과정 ▲개발후보물질 선정 단계 ▲전임상(비임상)시험 단계 ▲임상시험(Clinical Trial)과정 ▲신약 허가 및 시판 순으로 이뤄집니다.

글로벌 제약사는 보통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 3상에 대한 소식을 배포합니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신약개발 성공률이 9.6%인 것을 감안해 시험 단계 중 가장 시판에 가까운 3상 결과를 대중을 상대로 발표합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앞서 말했듯 신약개발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전임상 단계부터 발표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글로벌 제약사 홍보 담당자 다수에게 국내 기업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보도자료를 보여주니 표현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임상 단계조차 명시돼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요, 3단계의 임상시험은 각각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시험을 진행했는지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출처=한미약품 홈페이지]

임상 1상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지 않은 환자 20~80명을 대상으로 약물을 안전하게 투여할 수 있는 용량과 인체 내 약물 흡수 정도 등을 평가합니다. 주로 사람에게 투여했을 때 해당 신약 후보물질이 안전하게 투여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단계입니다. 물론 항암제의 경우 1상부터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기도 합니다. 또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긴급한 상황에선 환자를 대상으로 1상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임상 2상은 100~200명의 소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물의 약효와 부작용을 평가하고, 유효성을 검증하는 단계입니다. 단기투약에 따른 흔한 부작용, 약물동태 및 예상 적응증에 대한 효능 효과에 대한 탐색을 위해 실시하는 것으로 대상질환 중 조건에 부합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임상3상 시험에 돌입하기 위한 최적용법 용량을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임상 3상은 신약의 유효성이 어느 정도 확립된 후에 대규모(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 명)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 투여시의 안전성 등을 검토하고 확고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실시됩니다. 신약의 유효성이 어느 정도까지 확립된 후에 행해지며 시판허가를 얻기 위한 마지막 단계의 임상시험으로써 비교대조군과 시험처치군을 동시에 설정해 효능, 효과, 용법, 용량,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을 결정합니다. 3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판매가 가능합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임상 시험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지만, 코미팜의 파나픽스 치료제 보도자료의 경우 1상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임상 몇 상인지 표현돼 있지 않습니다.

임상 1상으로 예측되는데, 정확히 1상, 2상, 3상에 대한 표현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 흔히 임상1상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져 있어 보도자료에도 이렇게 명시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경우 ‘건강한’이라는 표현보다 진단명이 기재된 기저질환 N개를 가지지 않은 이라고 보다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령 고혈압과 당뇨병 등 2개 기저질환을 가지지 않은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건강한’이라는 표현 자체가 주관적인 표현으로 절대 쓸 수 없는 표현. 글로벌 제약사는 진단명이 기재된 기저질환 NN개를 가지지 않은 NN세 이상 정도로 표현.

 

3상 이전 단계에서 약물 효능 논하지 않아

국책과제 선정에 대해선 보통 개발 완료 주기를 명시

임상 3상 이전의 단계에서는 약물의 효능에 관한 표현은 지양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심지어 전임상과 1상에서도 효능에 대한 표현을 아무런 임상적 근거 없이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전임상 단계인 시험관내(in vitro) 단계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일양약품과 부광약품의 보도자료는 시험관내 시험 결과를 토대로 임상적 유용성을 논합니다. 또 ‘탁월한’ ‘우월한’ 등의 근거 없는 수식어가 지나치게 많이 삽입돼 있습니다.

시험관 내 시험을 마치 임상적 유용성으로 연결한 표현은 적절치 못함.

 

억제 정도에 대한 보다 명확한 시험 결과를 표시해야 함.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시험관내 실험 결과를 효능으로 오인하기 쉽게 표현해서는 안 된다.

국내 제약사는 종종 국책과제로 선정돼 치료제 개발에 나서기도 하는데요, 통상 글로벌제약사는 국책 과제 등 기관과 협업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알릴 때, 임상이나 개발 완료 시점을 명시합니다. 하지만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책 과제 선정 보도자료를 보면 실제로 개발 완료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연구를 마치고, 개발 기간은 얼마나 돼 있는지 명시해야 한다.
정확한 과제 완료시점과 개발 주기를 명시해 주는 것이 좋음.

이 외에도 글로벌 제약사는 타사 제품명 대신 성분명으로 표기합니다. 또 다른 제품과 직접 비교하는 표현은 되도록 지양합니다. 타사 제품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표현하려면 무작위대조임상(head-to-head)시험을 근거로 합니다.

정확한 표현은 ‘다른 항레트로바이러스제와의 병용으로 HIV-1(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의 감염 치료’로 명기해야 함. HIV치료제들은 엄밀히 면역결핍의 상태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HIV 활동(증식)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HIV 치료제라고 쓰면 안됨.

글로벌 제약사 홍보담당자들는 히트뉴스에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국내 기업은 IR(투자가를 위한 홍보)과 PR(일반대중을 위한 홍보)의 구분이 모호합니다. 투자를 위해 일부 과장된 정보가 전달되기도 하고요. 향후 정확한 신약개발 정보가 전달되기 위해선 개별 기업만의 노력이 아니라 협회 등을 중심으로 보도지침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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