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정식 허가된 치료제는 없어
칼레트라 9건, 렘데시비르 6건 글로벌 임상 진행 중
이뮨메드 임상 진입, 셀트릴온 항체 개발 경험 바탕으로 개발 속도전

|코로나19 의약품 개발| ②치료제 개발 현황

아직까지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국내외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백신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제약사는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대상으로 다수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고, 국내 기업은 전임상 단계 데이터를 토대로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국립보건원(NIH)의 클리니컬트라이얼(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으로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은 53건이었다. 이들 중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은 30건,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은 21건, NIH 및 U.S. Fed 후원 임상시험은 2건으로, 연구자의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 이다. 유형별로는 화합물의약품 임상시험 43건, 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 8건 등이다.

전 세계적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연구는 기존 허가받은 치료제 또는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을 다시 검토해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볼라바이러스치료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치료제, C형간염치료제, 독감치료제 등 기존의 항바이러스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기 위한 기존자료 검색, 임상시험, 해당 약물의 긴급사용승인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요 약물로는 칼레트라, 렘데시비르, 아르비돌, 클로로퀸 등이 있다.

국가임상시험재단은 브리프 보고서를 통해 “기존 치료제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은 현재 대다수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제약사 주도의 다국가 임상시험도 시작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연구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애브비의 HIV 치료제 ‘칼레트라’(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는 진행 중인 임상이 9건으로, 가장 많은 임상을 시행하고 있다. 빠르면 올해 5월 효능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약물은 코로나바이러스 증식에 필요한 단백질 분해효소(viral protease)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는 역할을 한다.

[출처=국가임상시험재단]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서 총 6건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르면 4월 중으로 임상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9일 서울대학교병원은 NIH와 협약을 체결하고 환자 모집을 시작해 394명 규모의 글로벌 임상에 한국인 환자 100여명이 임상 2상에 참여하게 된다. 길리어드는 지난달 2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렘데시비르 관련 3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았고(NCT04292730),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는 지난달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3상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해 2일에 신속 승인받았다.

[출처=국가임상시험재단]

이 외에 존슨앤존스 HIV치료제 ‘프레지스타’는 1건, 독감치료제 아르비돌은 5건, 말라리아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2건,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 아비간 1건의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국내 제약사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제약사보다 진행속도는 느린 편이다.

현재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이뮨메드’와 ‘셀트리온’이다. 이뮨메드는 국내 회사 중에서 임상에 진입하며 빠른 속도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메르스 치료용 항체와 인플루엔자 멀티항체 개발 경험을 살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이뮨메드는 국내 회사 중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속도 면에서 가장 빠르다. 회사는 현재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응급상황 사용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치료목적 임상승인 두 제도를 모두 활용해 치료제 임상시험에 나섰다.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응급상황 사용의 경우 임상의(의사) 주도로 이뤄지는 경우로, 환자가 위중한 상황에 놓인 경우에 한해 환자 1명씩 의사가 직접 임상시험을 신청한다. 때문에 다수의 환자를 한꺼번에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뮨메드는 임상시험용 의약품 치료목적승인도 신청했다. 이 제도는 회사 주도로 이뤄지는 임상으로 다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으로 진행할 수 있다. 현재 회사는 치료목적 임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국내 신약개발 연구자는 히트뉴스에 “국내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 중 하나”라며 “추후 제약사 주도 치료목적 승인 임상 결과에 따라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윤원 이뮨메드 대표이사는 11일 혁신신약살롱 오송에서 “(임상시험용의약품의 응급상황 사용)제도를 활용해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환자 3명에게 투여를 했다. 이 환자들은 80세 이상의 고령 환자였다. 14일째 투여를 하려 했으나, 투약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환자의 상태가 호전돼 14일 투여를 생략했다. 또 다른 중증 환자에게 오늘(10일) 투여를 시작했다”고 임상 중간 결과에 대해서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항체 개발 경험을 살려 코로나19 개발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의 ‘2019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용 단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물질 발굴’ 국책 과제에 지원을 마치고, 회복환자 혈액을 공급받아 항체 스크리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중화항체의 중화능을 평가하기 위한 중화법도 조속히 확립해 최소 6개월 내에 중화능 항체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셀트리온은 아직 기초연구 단계에서 치료제 연구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바이오벤처와 달리 풍부한 자금과 항체 엔지니어링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다른 바이오벤처보다 개발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중앙임상위원장, WHO 감염병위험관리 자문위원)는 지난 1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강국이다. 셀트리온 등의 기술을 바탕으로 치료 항체에 국가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셀트리온의 항체 개발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오 교수의 인터뷰 하루 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치료제 개발을 비롯한 코로나19 종합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소 서정진 회장이 공식적으로 발언했을 정도라면 항체 치료제에 대한 시험관내(in vitro) 자료까지는 있을 것으로 보이며, 국내외 전문가들의 자문을 마치고 보유 항체 기술에 대한 확인 작업을 거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허가 관점을 토대로 개발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연구소 단계의 항체 개발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며 “이 회사는 이미 7-8년 전부터 범용 인플루엔자 항체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은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이 인정한 GMP 시설을 갖추기 있기 때문에 생산 시설도 뒷받침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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