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법원, 판매장소·환자대면 여부 잣대 엄격

파란색 상자에 시간대별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조제해 배송한다. PillPack 홈페이지.
파란색 상자에 시간대별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조제해 배송한다. PillPack 홈페이지.

필팩(Pillpack), 캡슐(Capsule) 등 처방약을 택배로 배송해주는 온라인약국 서비스가 미국에서 보편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판매장소와 환자대면 여부를 엄격히 해석한 법원 판결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촉탁의의 처방에 따라 조제한 의약품을 약국직원이나 퀵서비스로 요양원에 배달해 업무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A약사 사건 판결(의정부지방법원 2018년 5월 17일, 2017구합14484)을 보면 ‘약국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약사법 제50조 제1항의 입법목적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의약품 판매장소를 약국으로 제한함으로써 약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충실한 복약지도를 할 수 있게 하고 유통과정에서의 변질·오염 가능성을 차단하며 의약품을 직접 전달함으로써 약화사고시 책임소재도 분명해진다고 봤다.

거동이 불편한 요양원 환자들의 동의를 받아 처방전을 교부했고 A약사는 복약지도 사항을 함께 포장한 후 약국직원 등을 통해 요양원에 조제약을 전달했다 하더라도 약사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과 비슷한 수준에서 의약품 판매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

결국 우리 약사법은 일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 약국 내에서 환자를 직접 대면하며 복약지도 하는 경우에 한해 의약품 판매를 허용한다.

이 같은 판결의 근거가 된 헌법재판소 2008년 결정문(선고2005헌마373)을 보면 한국판 필백, 캡슐이 단기간 내 국내에서 현실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능후 복지부장관도 24일 전문신문 기자간담회에서 의약품 택배허용에 대해 “전혀 검토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헌재 2008 결정은 관절염치료제 등 의약품을 여러 차례에 걸쳐 등기우편으로 판매한 사건과 관련한 위헌소송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우편배달은 이미 그 자체로 의약품의 오염 가능성이 있고 환자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복약지도를 할 수 밖에 없으며 배달사고가 생길 경우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들어 입법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 결정문 중 흥미로운 대목은 당시 조대현 재판관이 낸 소수의견이다. 조 재판관은 “약사가 의약품을 판매하는 장소나 방법도 전문가인 약사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이고 법률로 제한할 이유가 없고 시장·군수·구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할 사항도 아니다. 더구나 약사가 종전에 면담·조제를 하여준 바 있는 만성적인 질병의 환자가 먼 곳에 살면서 거동이 불편한 경우에 전화로 그 환자의 복약효과와 질병의 상태를 전화로 확인하고 종전에 조제한 약과 동일한 약을 약국에서 환자의 집으로 우송하여 준 것을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판매하는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약국이라는 공간개념에 의약품 판매 가능여부를 묶어 해석하는 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의약품 택배배송 같은 변화가 수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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