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길 수 있다는 불안·초조, 당국은 알까 모를까
행정 편의성에 앞서 공적 평등성이 우선 고려됐으면
지난 9일 공적 마스크 5부제 약국 판매 시행 첫 날, 난데없이 다음과 같은 주장들이 SNS 등을 타고 급속히 퍼져 나갔다.
'지*영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 '조** 회장은 영부인 김** 여사와 숙명여고 동창이다', '조** 회장과 김** 여사와 국회 손** 의원은 숙명 라인이다. 숙명 카르텔 관계다', 심지어 '조** 회장의 남편인 최** 공영홈쇼핑 대표는 문 캠프 사람이다', '독점 문제가 불거지자 백*약품도 끼워 넣었는데 이 백*약품도 사실상 지*영의 계열사다'라는 등의 소문까지 떠돌았다.
이에 덧붙여,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적 마스크의 약국유통에 대한 특혜 의혹 조사를 바랍니다'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물론 이러한 소식들은 다 가짜다. 조** 회장과 숙명여고 동창 관계, 숙명 카르텔 관계, 공영홈쇼핑 대표가 조**회장의 남편, 백*약품은 지*영의 사실적 계열사 등, 모두가 하나같이 거짓말이라는 것이 당일 밝혀졌다.
이 SNS 가짜뉴스는 폭발력이 대단했다. 한 때 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청와대가 곧바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명백한 가짜뉴스'라며 진화시켰다. 기획재정부는 지*영에 대한 공적 마스크 공급권 특혜와 관련해 해명성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방송사(CBS)는 지*영의 조** 회장에게 그 사실 여부와 자초지종 등을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확인했다.
그런데 이러한 가짜(fake)뉴스로 인해, ▷마스크에 대한 공적 물량 비중 ▷공급 루트 ▷도매유통업자 선정 이유와 그 과정 ▷당국의 마스크 구매 가격과 도매유통사들에 대한 공급가격 ▷마스크 소분과 배송 과정 등에 대한 유통업계의 힘든 수고 상황 등과 같은 실상이, 전 국민 앞에 소상히 드러났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만약 가짜뉴스가 없었더라면 앞서 언급한 이러저러한 '팩트'가 알려지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이 같은 가짜뉴스 소동에서, 한두 가지 짚어 볼 것은 있다.
첫째,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을까. 그 원인은 무엇일까. 여기서 키워드는 '특혜'다. 국민은 '특혜'라는 단어에 치를 떤다. 특혜의 첫머리는 '선택'이다.
정부로부터 공적 마스크 공급권의 75%를 '선택'받았다면, '돈을 벌고 못 벌고' 간에 세상 사람들은 이것을 특혜로 보기 십상일 것이다. 게다가 공적 마스크는, 아무리 이문(利文)의 폭이 낮고 좁으며 유통과정의 수고가 크다고 해도, 결국 사고 파는 이권(利權)이 걸린 상품이 아닌가.
결과론이지만 어차피 지금 15곳(지*영, 그 컨소시엄 13곳, 백*약품)의 도매유통사들이 공적 마스크를 약국에 공급하고 있을 바에야 차라리, 특정 초대형 유통사 하나를 찍은 후, 재하청식의 컨소시엄과 또 하나의 초대형 유통사를 추가하지 말고, 애초부터 이들 15곳의 유통사를 찍든가 아니면 의약품유통협회로부터 30~50 곳의 유통사를 추천받아 공적 마스크를 공급토록 했다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이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했던 '공적 마스크 유통 특혜 시비 사태'는 분명 아예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이 사태는 당해 정부 당국의 행정 편의주의가 빚은 해프닝이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지난 9일 홈페이지에 올린 해명성 '보도참고자료'를 보면, '약국 유통업체를 지*영·백*약품 2곳으로 선정한 것은 유통경로를 효과적으로 추적·관리하고 매점매석이나 폭리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담업체의 관리·유통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돼 있는데, 이는 행정 편의적 발로로 보인다.
이 중 특히, '매점매석이나 폭리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통업체 2곳을 선정했다고 하는 점은 전혀 이해가 안 된다. 공적 마스크 유통의 부작용이 '매점매석이나 폭리'라니 논리적 판단의 비약이 놀랍다.
당국(조달청)이 공적 마스크 공급 수량 및 유통 과정을 철저히 관리할 테고, 공적 마스크의 약국 판매 가격도 공개돼 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어떻게 도매유통사들이 공적 마스크를 매점매석할 수 있고 폭리를 취할 수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이와 같은, 논리가 맞지 않는 매점매석과 폭리를 효율적으로 방지할 목적으로 유통업체를 다수 선정하지 않고, 물류 규모와 그 능력 및 약국 거래처수 등에서 1~2 등을 하고 있는 단 2곳의 도매유통사만 선정했다고, 당국이 어떻게 국민을 상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둘째, 히트뉴스가 취재한바, 공적 마스크 유통 '컨소시엄'에서 제외된 중견 OTC 도매유통사들도 '공적마스크 공급'을 갈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가장 큰 이유가, 거래 약국들이 '마스크를 공급해 달라'며 항의하는데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기존 거래관계의 훼손을 심히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당국은 반드시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거래의 속성으로 볼 때, 그 이유가 지극히 타당하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거래 금액이 줄어들거나 아주 끊기면 어떻게 하나' 하면서,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전전긍긍하고 있는, 소외된 도매유통사들을 보살펴야 할 곳은 정부 당해 당국들 아니겠는가.
행정 편의성과 효율성도 물론 고려해야 하겠지만, 인류의 보편적인 평등 가치는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귀중한 것이다. 아무리 급하다 해도 능력 있는 대기업만 필요한 존재고 중소기업을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공적 마스크 공급사를 확대한다고 문제가 될 것은 오로지 '행정관리에 손과 시간이 좀 더 간다는 것' 즉 '편의성 등이 떨어진다는 것' 이외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적 마스크 공급사를 대폭 늘린다 해도, 약국에 대한 마스크 공급시간이 지금보다 더 지체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통사들의 업체 규모가 크든 작든 마스크 물류는 '생산업체→(대·중·소)유통업체→약국'으로 동일하게 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체의 본거지와 크기에 따라 마스크 공급 바운더리(boundary)와 약국 수만 유통업체의 능력에 맞게 조정하면 된다.
따라서 당해 당국은 예컨대 중지를 모을 수 있는 '의약품유통협회'의 추천을 받아 공적 마스크 공급사를 대폭 확대하는 등, 중소유통사들의 우려를 불식시켜 줄 필요와 책임이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