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익에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격려 뿐

한국적 병폐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상이 주말을 휘 감더니 끝내 월요일 오전과 오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 끝내고 싶을만큼 몸과 마음이 분주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일대 전쟁에서 뜬금없이 공적마스크를 둘러싼 유통업체 특혜시비가 일었다. 일각에서 제기된 검증되지 않은 의혹들은 언론을 통해 확산되었고, 정부는 이를 해명하고 반박했다. 검증없이 의혹을 중계했던 언론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정부 해명을 보도하지만, 이미 증폭되고 파편화된 의혹의 찌꺼기들은 유튜브 세계를 하염없이 떠돌며 SNS로 번져나간다.

모든 의혹은 이런 저런 정황을 보여주며 그럴싸하게 포장되지만 그 끝은 '정치적 과녁'을 겨냥한다. 8일 저녁 늦게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란에 '마스크를 가지고 장난질인가'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의 도입부는 약국마스크 공급업체 지오영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이었다. 그러더니 은근슬쩍 조선혜 지오영 대표를 '유력한 인물들의 네트워크' 안에 끼워넣고는 정치적 혜택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혜시비를 앞세워 정치적으로 다루는 전형적인 알고리즘인데, 이는 조선혜 대표를 미끼로 현 정부를 낚으려는 시도일 뿐이다.

왜 이렇게 볼 수 있는가. 의약품 유통업계 현실을 잠시라도 들여다 본 사람들이라면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황당무계한지 단박에 알 수 있다. 약국이 공적마스크 판매처가 됐을 때 이를 연결하는 유통망으로 약국 1만4000곳과 거래를 하고있는 지오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항이었다. 지오영이 배제됐다면 이것이 오히려 시비거리가 될 상황인 것이다. 지오영 역시 단독 지오영이 아니라 내로라하는 유통업체 10곳이 협력하는 컨소시엄 구성체(약국 거래선 총 1만7000개)였고, 여기에 유통업계의 또다른 산맥을 이루는 백제약품이 참여했다. 마스크를 약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관리하는데 이 외 대안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유통업체들이 부당한 수익을 거둔다는 점도 현실과 동떨어진다. 조달청과 마스크 제조업체 간 계약단가가 900원~1000원이고, 이를 지오영이 약국에 1100원에 공급하고 있으니 100원에서 200원의 마진을 앉아서 챙긴다는 것인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지오영과 백제약품 등 유통업체들은 급증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벌크포장을 받아다가 물류센터에서 1인 2매 소포장으로 소분하는 등 매일 밤샘작업을 해, 약국으로 배송하고 있다. 24시간 긴박하게 돌아가는 물류비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결코 과도하다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총 물량 560만개와 견줘 수십억원의 이익을 운운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공적마스크 판매와 관련해 약국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흐름도(출처, SNS)
공적마스크 판매와 관련해 약국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흐름도(출처, SNS)

다른 맥락에서, 약국 마진을 흘겨 보는 언론 보도들은 공익 행동에 나선 약사들의 기운을 뺐다. 유통업체에게서 1100원에 공급받아 1500원에 판매하니 400원을 고스란히 남기지 않느냐는 것인데, 이러한 시선에 깔려있는 속뜻은 '봉사라고? 돈 벌잖아'와 같은 폄훼다. 그렇다면 산수를 해보자. 1500원에는 부가세가 포함돼 있으니 150원을 제하자. 그러면 250원이 남고, 여기에 매출에 따른 소득세가 붙으면 남는 게 없다. "10원도 안 남는다. 돈 버는 게 아니다. 국가 재난 상태에서 약국의 헌신이다"는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의 말은 바삐돌아가는 약국의 상황을 보면 100% 공감 가능하다.

지금 대한민국 안에서 코로나19와 싸우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확진자가 늘었다는 보도에 우울하고, 환자가 완치됐다는 소식에 안도하며, 팬데믹을 선언하지 않고 끝까지 역학조사로 방어선을 치는 방역당국에 감사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헌신과 마스크 구매자들과 2시간 가까이 매일 씨름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약사와 근무자들에게, 우리가 잠든 어젯밤도 마스크 포장에 밤샘을 한 물류센터 직원들에게, 그리고 코로나19와 싸우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서로 따뜻한 시선과 격려를 주고 받는 사회를 소망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토요일 '감동당한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마스크 받고 고맙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께도 감사하고 커피 한잔 슬쩍 주고 가시는 분, 다 끝나고 고생했다며 오렌지 쥬스 주시며 아프지 말라고, 약사가 아프지 말아야 이거 계속할 수 있다고 격려말씀 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할 따름입니다. 도매상은 매일 마스크를 공급받으며 새벽까지 소분 포장해서 간신히 간신히 출하시키고 있고요, 배송 기사님은 늘어난 배송처와 부피 큰 마스크를 힘겹게 배송하고 계십니다. 깡마른 우리 도매상 기사님, 토요일인 오늘 점심식사도 못하고 늦게까지 돌아다니실 것 같아서 빵 2개, 음료수 2개 싸서 들려보내는 것 밖에 해드릴 게 없더라구요." (7일 오후 82cook 게시판에 '나홀로 작은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어느 약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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