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10곳 '1조 매출'은 축하...그러나 갈 길은 멀다
제약 10곳 '1조 매출'은 축하...그러나 갈 길은 멀다
  • 류충열 기자
  • 승인 2020.03.0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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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큰 손' 기대하는데 이 몸집으로 가능할까
아직도 M&A에 목마른 일본, 그 이유 타산지석 됐으면

매년 2~4월은, 제약과 도매유통 업계의 전년도 영업 실적이 공개되는 어닝시즌이다. 이와 관련해 몇 년 전부터 제약업계에 '1조 클럽'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을 타고 있다.

올 시즌에는 특별한 소식이 있다. 재작년 CJ헬스케어(에이치케이이노엔)를 품은 한국콜마가 작년 매출 1조5407억 원을 올리면서 단숨에 '1조 클럽'의 선두 주자로 나섰다. 지각변동이다.

2013년부터 1위로 올라서며 독주해왔던 유한양행(1조4804억)이 6년 만에 2위로 밀려났다. 당사자는 매출부진의 주요 요인을 약가인하 등에서 찾고 있지만, 어찌 보면 M&A 한 방에 무너졌다고 생각된다.

이들 1, 2위와 3위 GC녹십자(1조3697억)를 비롯한 한미약품(1조1136억)과 대웅제약(1조1134억) 그리고 광동제약(1조2383억) 등 6개사는 이미 기존 멤버가 됐다.

종근당(1조786억)과 셀트리온(1조1285억) 및 셀트리온헬스케어(1조1009억) 등 3개사가 지난해 새롭게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 외에, 동아쏘시오 그룹의 제약부문도 1조원 클럽에 넣어야 할 것 같다. 지난해 동아에스티(6123억 원)와 새 동아제약(4004억 원)의 매출 합계가 1조127억 원이 됐기 때문이다. 이 두 제약사는 동일한 동아쏘시오 그룹이고 옛 동아제약의 분신이므로 합쳐 보는 것도, 타사들의 매출액이 '자회사 연결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치에 마냥 어긋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보면 총 10곳의 토종 제약바이오사가 지난해 연매출 1조원 고지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1조원 매출은 우리 실정으로 볼 때 '대단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100억짜리 블록버스터(blockbuster) 제품이나 도입상품 등을, 100품목 이상 가지고 있어야 올릴 수 있는 거액이다. 지난날 아주 어려웠던 국가적 환경을 딛고 제약사들마다 피땀 흘린 각고의 노력 등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선망과 북돋아줘야 할 대상이고 축하와 찬양을 받아 마땅한 금액이다.

그렇지만, 이 1조원 고지를 우리의 눈이 아닌 국제적 시각으로 볼 때, 그 시간적 위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우리 토종 제약사들도 앞으로 세계를 주름잡는 선진국들의 다국적 제약사들처럼, '신약 등을 통해 글로벌 큰손으로 우뚝 선다'라는 꿈의 명제를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前提)하고 본다면, 우리의 이 1조원 고지의 위치를 이제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확인·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우물 안 개구리가 안 되지 않겠는가.

제약바이오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아 국민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보고들 있다. 제약업계는 정부에게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육성책을 마련해 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 왔으며 이에 당국은 긍정적으로 화답을 했다.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 전략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국회에서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제약바이오 협회장은 2019년5월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MOU를 체결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100여년의 역사가 있고 상당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글로벌 신약개발 바람이 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선정한 만큼, 세계시장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도약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들 모두가 토종 제약바이오산업이 세계의 선도(先導) 대열에 합류하고 앞서기를 바라는 기대의 발로(發露) 아니겠는가.     

이러한 시각으로, 요즈음 우리 제약바이오 업계의 '매출 1조원'에 대한 시간적 위치를 확인해 봤다.

지리적으로는 바로 코앞이지만 감정적으로는 수만리 더 떨어진,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일본의 제약사들을 본보기로 삼았다. 그 이유는 일본의 제약바이오산업의 매출 규모가 지금 부동의 세계 3위이고 글로벌 50대 제약사 중 일본 제약사들이 10곳이나 차지하고 있으므로, 우리 제약사들의 매출액에 대한 국제적인 시간적 위치를 가늠하는데 별로 하자가 없을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저들은 언제쯤 매출 1조원 고지를 밟았는지 거슬러 뒤돌아봤다. 다음 [표]와 같다.

30년 전, 1990년 자료('93 藥事ハンドブック 藥業時報社' 67쪽)를 보면, 그 당시 일본 1위 '다케다'의 매출은 2조9866억 원이었다. 환율은 같은 해 한국은행ECOS 자료를 따랐다(100엔¥당 532.44원₩). 2위 '산쿄'가 1조9141억 원, 7위의 '다나베'가 1조1218억 원이었다. [표]에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7곳의 제약사들이 그 당시 일본 제약업계의 '1조 클럽'이었다. 8위의 '다이이찌'가 9850억 원의 매출로 1조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현재(2019년) 우리 10대 제약사들의 매출 규모와 아주 엇비슷하다. 30년이라는 시차만 다를 뿐이다. 따라서 [표]의 현황은 비록 단편적이지만 우리 토종 제약사들의 '매출 1조원'에 대한 '국제적 위치'의 한 단면이라고 보이는데 아니 그럴까.

그러면 오늘의 일본 제약사들의 위치는 어떠한가. 

일본 1위 '다케다'의 경우, 2018년 현재 처방의약품 매출만 15조1500억 원에 이른다. 이런데도 지난해 1월, 세계 18위(매출 16조2000억 원) 제약사인 아일랜드의 '샤이어(Shire)'를 M&A로 사들였다. 지난해 매출액은 35조원이 넘을 것 같다. 세계 순위 20위에서 일거에 8~9위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비 규모는 무려 5조 원에 달한다.

'야마노우치'와 '후지사와'는 2005년 M&A를 통해 '아스텔라스'라는 새로운 제약사를 만들고 오늘날 일본 2위, 세계 제23위의 제약사로 성장했다. 처방의약품 매출이 2018년 12조1477억 원에 이르렀고 연구개발에 2조2236억 원을 썼다.

'산쿄'와 '다이이찌'도 2005년 M&A로 공동 지주회사를 만들어 새로운 '다이이찌산쿄'를 출범시켰다. 2018년 일본3위 세계 26위에 올랐다. 처방의약품 매출만 8조2093억 원이었고 연구개발비는 2조3764억 원을 지출했다. 처방약 매출액의 28.95%나 된다.

세계 49위는 일본 10위인 '교와기린(2019년7월 사명 변경)'이 차지했다. 이 제약사는 교와하코와 기린파마가 2008년 M&A한 제약사다. 2018년 처방약 매출액이 2조5349억 원이었다. R&D비용은 처방약 매출액의 14.49%인 4887억 원을 지출했다.(2019 제약산업 DATABOOK 통계정보, 한국제약바이오 협회, 2018년 환율: 1US$⇔1115.70원, 한국은행ECOS)

이처럼 우리 한국의 토종 제약사들과 국제화된 일본 제약사들에 대한 매출액의 시간적 위치를 비교해 보면, 사뭇 격세지감이 든다. 이를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 같다. 마냥 1조원 매출에 취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

때문에, 지금 막 신약 개발의 발짝을 떼고 있는 토종 제약사들은, 스스로의 비전(vision)이기도하고 국가와 국민의 여망이기도 한, '신약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로 탈바꿈 한다'라는 명제의 실현 방법에 대해 보다 더 깊이 고민했으면 한다.

그 고민의 중심에는, '몸집과 체력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까'가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몸집은 매출규모와 자본 및 자산규모 등을 뜻하고 체력은 버티는 힘 즉 '내부유보(內部留保) 규모'를 의미한다.

신약개발 기술은 배우고 노력하면 된다. 그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자가 도무지 안 알려주면 몸집의 일부를 떼어 주고 사오면 된다. 신약 실패확률 99.98%는 0.02%라는 성공확률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성공확률을 기대하며 체력으로 버티면 된다.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10~15년 세월도 체력으로 버티면 된다. 신약개발에 퍼부을 5000억~1조원의 자금은 몸집으로 감당하면 된다.

그렇다면 신약개발에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몸집과 체력' 아니겠는가.

몸집과 체력을 키우고 단련하기 위해, 일본 제약사들은 끊임없이 M&A를 한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및 스위스 등의 제약사들은 물론 M&A의 원조(元祖)요 일본에 그것을 가르친 선생님이다. 일본은 배워가며 앞선 자들을 앞질러가는 재능이 탁월하다.

우리 토종 제약사들은 이미 신약 개발의 초기단계 문턱을 넘어섰으면서도, 무엇으로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몸집을 키우고 체력을 단련하려고 생각하고 있을까. M&A 이외에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일제 해방과 6.25 전쟁 및 민주화 과정의 사회 혼란 등을 딛고 70여 년 만에, 제약사들마다 각고의 노력 결과로 어렵사리 연매출 1조원까지 올라섰지만, 회사 지배권을 나 혼자 소유(所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타파를 위한 특단의 조치 없이, 이제까지처럼 영업 활동만으로 차근차근 '스텝바이스텝(step by step)'방식으로 걸으면서 서서히 몸집과 체력을 키워 신약을 개발해, 멀리 펄펄 날아가고 있는 공룡과도 같은 세계와 과연 진검 승부를 겨룰 수 있을까? 요행을 바라거나 신약 기술 수출 등으로 끝나서는 안 될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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