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가는 두 회사 주력 품목군
1라운드는 펭수와 방탄소년단 간 비타민 경쟁
2라운드는 경옥고 우황청심원 등 한방제제 대전

광동제약이 비타민 음료 비타500의 새 광고모델로 펭수를 선정했다. 광고 새 테마는 '나를 위한 건강한 비타민C'다. 광동제약은 내달 1일, TV 광고를 선보이며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펭수는 2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EBS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 EBS 면접을 볼 때 펭수는 "남극에서 한국까지 건너와 BTS(방탄소년단) 같은 '우주 대스타'가 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왼쪽부터) 광동제약 '비타500' 광고 모델로 발탁된 펭수, 경남제약 '레모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방탄소년단 (사진출처=각사)
(왼쪽부터) 광동제약 '비타500' 광고 모델로 발탁된 펭수, 경남제약 '레모나' 광고 모델로 활동 중인 방탄소년단 (사진출처=각사)

별안간 펭수의 꿈은 실제로 이뤄지게 됐다. 지난해 10월 경남제약은 제약업계 역대 최고 수준의 계약금으로 비타민 레모나의 광고모델에 방탄소년단(BTS)을 발탁, 활동에 들어갔다. 

펭수와 방탄소년단이 국내 제약사 비타민 제품 광고 모델로 맞붙게 된 셈. 펭수가 우주 대스타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어깨를 겨루게 된 것은 사실.

게다가 경남제약은 지난해 새 주인을 만났는데 공교롭게도 광동제약 출신들이다. 광동에서의 경험을 벤치마킹하지 않겠느냐는 게 제약업계 관측이다. 경남제약과 광동제약은 유사점이 많다. 모두 비타민 제품을 비롯한 의약외품, 일반유통식품 사업 비중이 높은데다 매년 유명모델을 써 제품 광고 활동을 펼친다.

"BTS가 그려진 2019년의 레모나" vs "소녀시대가 그려진 2011년의 비타500"

경남제약 레모나와 광동제약 비타500은 비타민 제품이지만 다른 점도 있다. 레모나는 1983년 물 없이 먹는 비타민 C로 시장에 등장해 원형 케이스, 150포 사각캔, 하트캔 등 제품들로 구성됐다. 최근에는 드링크 외에도 브랜드를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게 경남제약의 계획. 연간 200억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비타500은 2001년 드링크 형태의 음료로 처음 출시됐다. 알약이나 과립형태였던 비타민을 물에 타, 먹기 좋게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2000년대 후반 비타민 음료시장의 75%를 점유하는 등 매출 성장폭은 신화급이다. 이후 비타500 젤리, 비타500 로열폴리스 등 후속작을 출시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켰고 분말 타입 비타500 데일리스틱으로 라인을 확장했다. 지난해 비타500 제품군으로 103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위부터) 2011년 광동제약의 '비타500' 패키지와 2019년 경남제약 '레모나' 패키지
(위부터) 2011년 광동제약의 '비타500' 패키지와 2019년 경남제약 '레모나' 패키지

주목해볼 점은 아이돌 스타를 내세운 두 회사의 광고전. 경남제약은 글로벌 마케팅 강화 차원에서 지난 11월 하트캔(60포)과 드링크, 20포 포장으로 구성된 '레모나-방탄소년단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는 BTS팬들의 입소문을 타 판매 첫날부터 품귀 현상을 빚었다. 올해 드링크 사업본부를 만들어 레모나 등 드링크 매출 1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했다.

원조 격인 광동제약은 2011년 비타500 모델로 소녀시대를 내세워 제품 병 라벨에 멤버들 사진을 넣어 한정판을 출시했다. 보수적이라는 국내 제약업계에선 일탈과도 같은 선택이었다. 올해도 비타500 펭수에디션을 준비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두 제품 모두 소비자 인지도와 호감도에 영향을 받는 소비재라 광고 모델이 누구냐는 중요하다"며 "광동제약은 펭수를, 경남제약은 BTS를 모델로 기용해 각 팬층의 특성과 소비 패턴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경남제약은 경옥고 · 자하생력 등 기존 제품에다 우황청심원를 확보해 고가 한방 제품군 유통을 강화하고 있다. 광동제약이 고 최수부 전 회장의 최씨고집으로 상징되는 한방 특화 제약사 정체성을 가진 것과 유사하다.

두 회사 모두 '소비재' 사업 주력… 품목 특화 · 개발과 사업 다각화, 광동DNA들의 '과제'

(왼쪽부터) 안주훈 경남제약 대표 · 이인재 경남제약 사장
(왼쪽부터) 안주훈 경남제약 대표 · 이인재 경남제약 사장

지난해 5월 라텍스 기반 의료기기 기업 바이오제네틱스(이하 제네틱스)는 420억원을 들여 경남제약을 인수했다. 열흘 후, 안주훈 · 하관호 바이오제네틱스 대표가 각자 경남제약 대표로 선임됐다. 안주훈 대표는 광동제약에서 개발본부장을 역임한 R&D 전문가다.

이 때문인지, 경남제약에 온 다른 임원들 중에서도 광동제약 출신이 많다.

새 출발에 선 회사는 광동제약 유통 부사장 출신인 이인재 사장을 그해 7월 영입했다. 33년간 광동에서 유통영업을 맡아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판매신장에 기여했고, 경남제약의 유통영업 전략을 모색 중이다.

또 적잖은 광동제약 책임자들이 터전을 경남제약으로 옮겼다. 이들은 재도약 하려는 경남제약에 광동DNA를 재조합한 OTC 품목 확보와 영업망 구축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제약 매출은 OTC와 레모나 비중이 대부분.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구성은 ▷일반약 40.5% ▷레모나 등 의약외품 32.1% ▷건강기능식품 20.3% ▷전문의약품은 1%에 그친다. 

광동제약 매출도 생수(삼다수)와 유통 비중이 높은 편.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은 ▷약국영업 10% ▷병원영업(전문의약품) 11% ▷유통영업(드링크) 25.3% ▷생수영업 28.8% ▷기타 24.9%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광동제약은 어려웠던 시기에 비타500을 만들었고 식·음료 기업과 직접 경쟁해 시장 점유율을 넓혔다"며 "그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어 비타500을 상징처럼 여길 것이다. 그래서 모델 선정에도 공 들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경남제약의 주요 경영진이 광동제약에 오래 있었던 만큼 그 경험을 살릴 것"이라며 "당장 드링크류의 마케팅도 겹치지 않느냐. 앞으로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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