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연구진 'NCC-FD' 연구보고서 발표
"수입 항암제 대체·글로벌 시장 진입 가능"

정신과 약물로 시판되는 의약품이 난소암 치료제로 재창출(Drug Repositioning)될 가능성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 신약 재창출을 통해 발굴된 'NCC-FD'는 동물모델에서 난소암 세포 성장·전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립암센터가 2일 발표한 '신약 재창출을 통한 난소암 전이 억제제 개발' 연구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신약 재창출은 시장에서 이미 판매 중이거나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의 새로운 의학적 용도를 개발하는 신약 개발법으로, 스크리닝 대비 개발 기간·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기존 약물 구조를 바꾸지 않고 새로운 적응증을 찾는 과정으로, 용법·용량 등을 바꾸는 정도의 변화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암환자 생존율은 66.3%인 반면 전이암 생존율은 18.7%에 불과하다. 암 환자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대부분 전이 문제지만, 현재 항암제 개발은 암 전이가 아닌 암세포 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상에서 사용되는 난소암 치료제 또한 세포 독성 항암제가 대다수인데, 최근에는 분자 표적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대표 분자 표적치료제는 로슈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이다. 이 약은 혈관 신생 억제가 가능한 VEGF(혈관내피 성장인자) 중화 항체로 개발됐으며, 유럽에서 상피성 난소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아바스틴을 제외한 분자 표적치료제 대부분은 임상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임상 3상 실패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연구진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정신과 약물을 신약 재창출을 통해 난소암 치료제 NCC-FD로 재창출한 뒤 이를 개발·상용화하고자 했다. 

난소암 세포주의 이동성 저해=화합물·약물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난소암 세포 전이를 억제하는 약물을 스크리닝한 결과, 난소암 세포 이동을 현저히 억제하는 약물 'NCC-FD'를 후보물질로 선정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세포이동능력 검사(Migration Assay)로 찾아낸 NCC-FD에 대해 약물 효능 테스트를 실시했고, 그 결과 NCC-FD 농도에 따라 난소암 세포 침윤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상처 치유 분석(Wound Healing Assay)에서도 NCC-FD는 농도에 따라 난소암 세포의 상처 치유를 효과적으로 저해했다.

화학 단백질체학(Chemical Proteomics)을 통한 NCC-FD 표적분자 발굴=NCC-FD에 결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백질 28종을 확인한 연구진은 결합예상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구입해 NCC-FD와의 결합을 풀 다운 분석(Pull Down Assay)으로 확인했다. 이들 중 mTOR, Rictor, DNA-PK, EXO70, LYRIC, MYBBP1A, MYO9B, Prohibin이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연구진은 SK-OV3 세포에 PBS 혹은 1 uM NCC-FD를 처리한 후 시간별 세포 용해(Cell Lysate)를 확보했고, 안티바디 분석 키트(Human Phospho Kinase Array)를 이용해 NCC-FD로 인산화가 변화하는 단백질을 확인했다. 각각의 분석 결과로, NCC-FD 처리에 의해 Akt·STAT2 등 11종의 단백질의 인산화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했다.

난소암 전이억제 기전 규명=KINOMEscan 분석 결과를 통해 403종의 칼슘·의존적 단백질 휴먼 카이네즈(Human Kinase) 중 ACVR1B·ERK5를 NCC-FD의 타겟 단백질로 선정했다. 선정된 두 개의 카이네즈(Kinase)를 분석해 NCC-FD가 ERK5의 카이네즈 활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했다. 또, ERK5의 유전자 기능을 감소시킨 후(Knock Down)한 후 혈청에 의한 세포이동력과 세포 침윤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ERK5 siRNA에 의해 SKOV3 세포의 세포 이동·침윤이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소암 성장 억제 효능 검증=기존 보고서에 따르면, ERK5의 과발현·활성화에 의해 세포 성장이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연구진은 NCC-FD가 난소암 세포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살폈고, NCC-FD 농도에 따라 SKOV3 난소암 세포 성장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종이식 마우스 모델(SKOV3 Mouse Xenograft Model)에서도 NCC-FD가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CC-FD의 중요 결합 부위 확인=연구진은 난소암 전이·성장 억제에 주요한 NCC-FD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NCC-FD의 다양한 유도체를 확보했고, 이를 이용해 SKOV3의 세포이동 억제 효능을 확인했다. 실제 2·4·6·7·8번 유도체는 혈청에 의한 SKOV3 세포의 이동을 유의미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도체 구조 분석으로, 효능을 보이는 중요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활용=NCC-FD는 이미 물질특허가 만료된 약물이므로, 새로운 적응증인 난소암 치료제로의 용도 특허가 가능하다. 또, NCC-FD는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이므로, 약물동력학, 독성시험에 필요한 비용 절감·개발 기간 단축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강투여가 가능한 매우 복용이 쉬운 약물이기도 해서 기존 난소암 치료법인 수술·항암화학요법·방사선치료와 병행요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NCC-FD의 임상 적용이 빠르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진은 NCC-FD의 특정 분자 표적(Target Molecule)과 관련한 새로운 전이 관련 단백질·세포 내 신호 전달(Signaling Mechanism) 연구가 난소암·다양한 암 전이 학문 분야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했다. 또, 이런 신호전달 과정을 저해해 전이를 저해하는 항암제 개발 산업에 대한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MP inhibitor로 개발되는 Batimastat △Marimastat △CGS 27023A △Prinomastat △Tanomastat 등 암 전이 억제제의 임상시험 중단으로, 전이 억제제 개발에 대한 우려가 있다. 하지만 실패 원인으로 잘못된 임상시험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MMP 억제제에 대한 연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NCC-FD를 난소암과 여러 암의 전이 억제제로 개발한 뒤 항암제로 상용화할 경우 향후 다양한 암 전이 억제제 개발을 촉진하는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NCC-FD의 안정성이 검증됐기 때문에 향후 연구를 통해 실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항암제를 대체함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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